아, 고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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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작은 처형이 여든 세 번째 생신을 맞았다.

생신날 아침 아내가 갔다가 저녁 무렵 좋은 선물을 들고 왔다. 장어탕이었다.

갯장어를 미꾸라지처럼 삶아서 갈아 시래기, 숙주, 청양고추 등을 넣고 만든 이름 그대로 장어탕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지면 시중에서 파는 추어탕과 비슷한데 미꾸라지 대신 갯장어로 만든 음식이다.

이 음식을 서울에서 사먹기는 참으로 힘들었다. 얼마 전 우리 동네에 장어전문점이 생겼다. ‘장어탕’이란 메뉴가 있길래 반가워서 어떻게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장어백숙이라고 했다.

내가 먹었던 고향음식 장어탕하고는 전혀 달랐다.

 

경남 지역에서 장어탕이라고 하면 추어탕처럼 만든 것을 말한다.

아내의 고향은 진해였고 6.25사변 전 작고하신 장인께서 40년대에 마산으로 나와 사셨기에 아내는 초등학교를 마산에서 다녔다. 처형 두 분도 마산에서 여고를 나왔다.

그래서 처형댁에 가면 음식맛이 고향 진주 음식맛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특히 장어탕은 처형도 무척 좋아해서 가끔 강남에 있는 횟집 ‘진동집’으로 가서 맛보기도 했다.

 

처형의 생신 잔치에 온 여고 동창 중에 음식 장인이 있어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첫 숟갈을 떠니 코를 자극하는 산초 냄새가 고향의 맛을 불러왔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고향의 장어탕 맛에 겹겹이 숨겨두었던 향수鄕愁가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얼마 전 고향을 찾았더니 성지 정화사업으로  없어졌지만, 종전엔 촉석루 들어가는 입구 남강변에 꼼장어 집들이 많았다. 젊은 시절, 진주성지城址 복원사업이 시작되기 전 그곳엔 장어탕을 파는 식당들이 있었다. 식당 앞에 큰 가마솥을 걸어놓고 큰 주걱을 저으며 장어탕을 끓이는 광경을 보곤 했다. 시래기가 익으며 풍겨내던 구수한 냄새와 햐얀 김이 뽀얗게 모락모락 올라가던 그 풍경이 그립다.

 

고향생각하며 장어탕 한 그릇 잘~~ 먹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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