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왔다.
불볕더위에다 후덥지근한 날씨탓으로 불쾌지수가 높다.
요즘은 웬만한 음식들을 입맛대로 사먹을 수 있어 옛날처럼 “입맛이 있네, 없네”하는 소리를 듣기 힘들다.
또 웬만큼 ‘간 큰’ 남자가 아니고선 마누라 앞에서 음식타령을 했다간 군대 말로 ‘내무 생활’이 괴로울 거다.
그렇지만 ‘더위를 타는’ 사람들은 입맛이 깔깔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입맛을 돋궈주는 음식이 없을까.
정답은 방아장떡이다.
티비를 보면 내로라 하는 요리 선생들이 나와선 장떡을 만든다.
보조진행자는 만든 장떡을 한 입 먹고는 맛이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지만 그걸 보는 내 맘엔 ‘그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넣어야 할 방아잎도 넣지 않고 말이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름 있는 요리연구가에다 스님들까지 등장해서 장떡만들기에 소매를 걷어붙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대다수의 요리연구가들이 만드는 장떡이 고추장을 풀어넣어 색깔이 붉다는 거다.
물론 지방마다 생활 습관이 다르듯이 장떡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 지방의 채소들을 쓰다 보니 재료도 가지 각색일 터이고…
그렇지만 내가 아는 장떡은(물론 내 어머님의 방식일 지 모르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님이 해주신 장떡은 ‘뻘거죽죽’한 그런 장떡이 아니었다.
한더위가 시작되는 7, 8월이면 어머님은 반드시 장떡을 해주셨다.
물론 반찬이지 요즘처럼 ‘심심해서’ 해먹는 그런 간식이 아니었다.
어머님의 장떡은 간단했다.
밀가루에 된장을 덤뿍 풀어 반죽을 했다.
거기에 진주 말로 ‘땡초(청양고추)’를 넣었다. 잘게 썰거나 아니면 숭숭썰어서….
여기에 지방 특산물인 ‘방아잎’을 반드시 썰어넣었다. 하여 진주 식 장떡은 방아장떡이다.
중요한 건 이 재료를 호박잎에 담아서 밥 위에 쪄냈다는 것이다.
그때 여름이면 아궁이에 불을 못 때므로 마당에 ‘풍로’를 놓아 밥을 해먹었다.
풍로가 아궁이 역할을 한 것이다. 풍로는 지금 생각하면 드럼통을 잘라 몸체를 만들어 위에 솥을 걸고 밑에 땔감을 넣어 불을 때는 취사기구였다.
어머니는 앉힌 쌀 위에 ‘호박잎 장떡’을 얹었다.
나중에 장떡을 들어내면 호박잎 자리엔 녹색의 물이 들어 있었다.
이 호박잎 장떡이면 밥 한 그릇은 게 눈 감추듯 뚝딱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매웠지만 쫀득쫀득한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이 장떡의 특징은 절대로 고추장을 넣지 않고, 된장을 듬뿍 넣어 간이 맞아야 하며 방아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티비에 나오는 그런 뻘건 장떡 말고 제대로 된 그 시절의 장떡이 생각난다.
물론 아내에게 그런 ‘무례한’ 부탁을 했다간 식탁 분위기가 심히 살벌할 게다.^^
아, 어머님이 해주셨던 고단했던 그 시절의 호박잎 방아장떡.
당신들이 그 맛, 그 장떡을 아세요?
데레사
2018년 6월 17일 at 11:40 오후
우리는 장떡을 많이 해 먹었어요.
후라이팬이 없던 시절, 어머니는 밥할때 밥솥 안쪽 뚜껑에다
반죽한 장떡을 발라서 익혀 주었어요.
기름도 안써서 진짜 떡 같은 맛이었어요.
여름철 물놀이 갈때 많이 해 주었어요.
바위
2018년 7월 20일 at 3:39 오전
늘 좋은 말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이것도 집이니까 가능하지 사무실에선 위블로그 찾기가 쉽질 않네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