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몹시 바쁘다. 편하게 연금 받아먹는 친구들은 아직까지 사무실 출근하는 나를 부러워(?)하지만, 내년 8월까지 700쪽짜리 책을 한 권 쓰고 만들어야 하는 나는 피곤하기 그지없다. 토요일까지 사무실에 나가야 하니까.
오늘 오후 집사람은 친구들과 만난다고 나갔지만 혼자서 집 청소를 했다. 늘 토요일이면 했지만 이젠 일요일로 바뀌었다. 청소 후 혼자 저녁을 챙겨먹으면서 한 잔했다. 마침 닭개장을 끓여 놓았으니까. 음악이 빠질 수가 없지. 베토벤 ‘월광소나타’를 들었다. 이젠 휴대폰으로 듣는다.
빌헬름 켐프(윗 얼굴) 의 연주로 들었다. 물론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있지만 켐프가 최고다. 내 소견으로는. 이 음악은 고교 다닐 때 고향 진주 호주선교사 사택에서 교회 친구들과 들었던 음악이다. 그때 ‘못난 사과’ 콘테스트도 같이 하면서. 참으로 애틋한 추억이다.
이 음악이 끝나니 베토벤의 ‘발드슈타인소나타’가 연이어 나온다. 이 음악도 사연이 있다. 고향에서 고전음악 활동했던 60년대 중반(대학 떨어지고 재수할 때) 모 피아노 선생이 그녀의 모교인 진주여고 강당에서 교습생들과 발표회를 할 때 내가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선생이 연주했던 음악이 ‘발드슈타인’이었다. 발표회가 끝나고 진주 ‘천황식당’에서 톱연주를 했던 모 목사님과 식사를 했던 기억도 난다.
이 곡이 끝나자 나온 음악이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였다. 이 음악은 모차르트의 ‘아이네 크라이네 나흐츠무직’의 2악장에 버금 가는 멋진 음악이다. 언젠가 지금 대학교 1학년 생인 손자가 이 곡의 3아장이 나오자 내게 말했다. 할아버지, 이 음악은 뽑기 기계에서 나오는 곡인데요. 어떤 뽑기 기계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베토벤이 다시 들었다면 놀라자빠질 일일 것이다. 그나마 그 분이 귀가 안 들리니까 망정이지.
이젠 자야겠다. 그래도 오늘 글 한 줄 남겼으니 감사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