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왜 ‘어머니의 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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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 일출

사람들은 지리산을 흔히 어머니의 산이라고 부른다. 왜일까? 무슨 이유 때문에 그렇게 부를까? 육산이기 때문에? 그렇지 만은 않다.

육산은 주로 흙으로 이루어진 산을 말한다. 흔히 흙산 또는 토산이라고도 한다.

지리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육산에 속한다. 한국의 육산은 몇 개 되지도 않는다.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등이 이에 속한다. 육산은 등산객들로 하여금 포근한 느낌을 줄뿐만 아니라 걷기에도 푹신하고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아, 특히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더욱 선호하는 산이다.

지리산이 육산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산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비되는 예를 한 가지 들어보자. 계룡산은 대표적인 악산에 해당한다. 악산는 주로 바위나 돌로 이루어진 산이다. 골산, 암산, 바위산이라고도 한다. 대표적으로 설악산, 대둔산, 북한산, 월악산, 월출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바위로 인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지만 산악사고도 만만찮게 일어난다. 악산 계룡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계룡산을 아버지의 산이라고 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산이라고 한다. 왜일까?

한국의 전통 신(神)인 산신의 영향 때문이다. 지리산도, 계룡산도 마찬가지다. 지리산에선 곳곳에서 여 산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천왕봉 인근 통천문 암자에 성모상이 있었다. 높이 74㎝, 얼굴 너비 46㎝, 몸 너비 43㎝의 아담한 크기인 이 성모상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전통 한국여인의 자세, 그대로였다. 70년대 후반 누군가의 소행으로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가, 천왕사 주지에 의해 천왕봉 남쪽 기슭, 법계사 입구의 작은 계곡에서 찾아냈다. 그는 10년 이상 성모상을 찾아 계곡을 헤맸다고 한다. 지금은 경남민속자료 14호로 지정받아 중산리 매표소 인근 암자 앞마당에 모셔져 있다. 이 성모상은 지리산의 성모((Holy Mother)와 태모(Great Mother)로 추앙받아왔다. 중국 태산의 마고 할멈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중국에서 오악 중에 최고로 꼽는 태산에서도 매년 몇 차례 마고 할멈에게 제사를 지낸다. 대표적 악산인 태산이 여성 산으로 취급받는 이유다. 물론 정상 옥황정엔 도교 최고의 신인 옥황상제가 모셔져 있지만. 이 마고 할멈이 옥황상제에게 고하는 형식을 취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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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벽송사에 있는 산신각. 한국의 유명 사찰 대부분 산신을 모신 산신각이 있다.

두 번째로 노고단의 지명에서도 알 수 있다. 노고(老姑)는 늙은 할머니다. 이 늙은 할미를 모시기 위해 왕시루봉 자락 노고에 단을 세우고 매년 정기적인 제를 올리며 모셨다. 그게 노고단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모계문화의 원류를 지리산에서 찾아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로 지리산 실상사 입구에 있는 할머니 장승에서 찾을 수 있다. 할머니 장승의 모습은 우리의 전통적인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고, 헌신했던 전형적으로 세파에 찌들었지만 살짝 웃음을 띤 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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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 악양면 최참판댁과 그 배경인포근한 지리산.

그 외의 이유로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리산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 산치고 지리산만큼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은 드물 것이다. 어머니의 산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자식들을 위해 뭔가를 보살피기 때문이다.

지리산이 어머니의 산이란 이유에 대해서 육산이기 때문에서가 아니라 지리산의 전통적인 산신, 아니 우리 고유의 산신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을 이렇게 길게 했다. 아마 지리산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선 산신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조만간 한국의 산신에 대해서 몇 편의 글들을 쓸 것이다. 한국의 산신에 대해서 이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을 찾아서 가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기 위해서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4 Comments

  1. 지해범

    05.11,2009 at 3:15 오후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   

  2. 오 두

    05.12,2009 at 3:28 오전

    지리산 성모에 대하여 논할 때는 필히 선도성모를 언급해야 한다. 그것이 지리산 현장 천황봉 노고단 안내에 필히 들어가는 전통이기 때문이다.    

  3. 오상호

    05.12,2009 at 10:30 오전

    천황봉이 아닙니다. 천왕봉이지…   

  4. 김규용

    10.22,2010 at 4:02 오후

    박정원 님 이렇게 수고하시는분이 있어 모두가 행복 합니다 !! 앞으로도 많은 고생함을 당부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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