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라자세카 공사의 등산예찬… “산에서 soul을 생각하죠”

“외교관이면 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을 텐데 산에는 자주 가십니까?”

“일주일에 서너 번씩 남산을 10㎞이상씩 트레킹 합니다. 남산은 큰 산은 아니지만 걷는 시간과 거리로 볼 때는 어느 산 못지않습니다.”

“부인과 애를 데리고 왔는데, 산에 같이 자주 다니십니까?”

“우리 애 별명이 돌핀입니다. 한국말로 음~ 맞아요, 돌고래. 수영 잘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지요. 어제까지는 돌고래였지만 오늘(8월 29일)부터는 전문 등산가로 키우겠습니다.”

모두들 한바탕 웃고 등산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주한(駐韓)인도대사관의 라자세카(C. Rajasekhar. 46)공사와의 대화 한 토막이다. 그는 외교관 치고는 만만찮은 등산애호가로 꼽힌다. 그와 함께 지난 8월 29일 북한산 입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만나 산에 올랐다.

인도는 열대지방으로 산이 전혀 없을 것 같지만 네팔과 티벳 등과 경계를 이룬 북부 지방엔 히말라야의 6,000m 이상 되는 봉우리만 100개가 넘는다. 트레킹, 암벽등반, 전문등반 등 다양한 과정을 두어, 누구나 수준에 맞춰 등반이 가능하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트레이닝센터(The Himalayan Mountaineering Institute, HMI)가 나이에 따라 훈련시키는 체계적인 등반교육시스템을 국가차원에서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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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대사관 라자세카 공사가 북한산 대동문 가는 전망 좋은 바위에서 활짝 웃고 있다.

라자세카 공사는 이 기관을 수료한 것은 아니지만 20대 시절 외교관 교육을 받을 때 히말라야를 오르내리면서 산과 접했다. 외교관 교육기관이 가드왈히말라야 자락에 있으며, 남산 정도의 크기와 높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외교관 교육을 받으면서 90년 가드왈히말라야 고봉을 6,000m 가까이 올랐다. 정상을 밟지는 않았지만 첫 고봉 등반치고는 꽤나 오른 셈이었다. 당시 가드왈히말라야는 라자세카 공사의 등산 훈련장이었다. 외교관 교육받으면서 수시로 동료와 공무원들과 어울려 등산했다. 등산의 맛을 이때 이미 체득했다.

올해 6월에는 구마온히말라야 지역 5,330m를 지나쳐 내려왔다. 30~69세로 구성된 등반팀은 13명의 여성을 포함해 총 47명으로 구성돼, 라자세카가 등반대장을 맡아 다녀온 것이다. 성지순례 일환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상당한 등산실력을 갖춘 등반가임을 입증한 순례였다.

라자세카 부부와 아들과 함께 먼저 산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체격만큼이나 무척 가벼웠다. 평소 일주일에 서너 번씩 남산을 10㎞이상 오르내리던 등산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몸에는 땀이 조금씩 배기 시작했다. 땀은 배지만 지친 기색은 전혀 없었다.

마침 그때 조그만 약수터가 나왔다. 사람들이 물 한 모금씩 마시는 모습을 신기한 듯 보며 한마디 했다.

“한국의 산은 어머니의 젖줄같이 항상 신선한 물을 제공한다. 다른 나라의 산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산이 물의 원천이다”

한국 등산객들은 항상 그러려니 하며 지나친 광경이 인도인, 아니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 같았다. 산에서 나오는 물을 약수라 여기며 그대로 마시는 나라는 아마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새삼스럽게 한국의 산하가 더욱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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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공사 라자세카 가족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아직 계곡이다. 능선길로 접어들려면 조금 더 가야 했다. 나무에 가린 하늘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늘이 보일 듯 말 듯 해야 능선길이 멀지 않다. 뒤늦게 출발한 일행들은 감감 무소식이다. 불러도 대답도 없다.

갈림길이 나왔다. 잠시 일행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10여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왼쪽으로 그냥 가자고 했다. 라자세카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리더”라고 말했다. 기다리는 게 지겨웠나 보다.

방향을 결정하자마자 라자세카 가족들은 바로 내달렸다. 올해 12세 된 초등학교 6학년인 ‘돌고래’ 아들은 잘도 올랐다. 아니 오늘부터 산악인으로 변신하기로 했지. 부인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미 남편인 공사와 산행을 많이 한 듯했다. 다시 라자세카와 대화를 나누며 올랐다.

“산에 왜 다니시나요?”

“산은 에너지를 회복시키고 몸을 재충전시켜줍니다. 그리고 항상 몸을 가볍게 만들고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산에 가서 무슨 느낌을 받습니까?”

“산은 어느 산을 가더라도 아름답고 위엄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산은 접근하기 쉽고, 어디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이용자 중심으로 돼 있어 인상적입니다.”

“산에서 받는 정신적인 부분은 어떤 게 있습니까?”

“산은 항상 소울(soul)을 생각하게 합니다. 소울은 인도철학에서 불교의 가르침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인간의 생(生)과 사(死)는 우리의 육체에서 soul이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과 똑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soul은 결코 파괴될 수 없으며, 단지 변형은 가능합니다. 산에서 이 soul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합니다.”

라자세카는 그의 부인과 함께 오르면서 soul에 대해 계속 토론했다. 드디어 능선길로 올랐다. 대동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뒤에 처진 일행들이 전화를 했다. 도저히 힘들어서 올라갈 수 없으니 밑에서 점심을 해결하자고. 라자세카 부부와 아들은 올라가기를 원했다. 전혀 지친 기색 없이 체력은 그대로인 듯했다. 12세인 아들도 올라가기를 원했지만 일행들을 위해 다시 내려갔다. 올라온 길은 1㎞쯤 내려가 일행들을 만났다.

점심 식사 후 라자세카 가족들은 최소한 대동문까지 올라가려고 했지만 뒤처진 일행들의 만류로 모두 하산했다. 하산길엔 안영주 인도관광청 한국인 소장과 대화를 나누며 내려왔다. 그녀는 대학시절부터 신발이 닿도록 산에 다닌 등산마니아다.

이번 산행에서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느낌을 또 받았다. 주한인도대사관 라자세카 공사로부터 받은 ‘soul’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깊게 생각해도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은 형이상학적 주제들이다.

며칠 뒤 라자세카 공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 날 산행을 마친 뒤 집에서 가족들이 모여 soul에 대해서 한참 토론을 벌였다 한다. 물론 결론은 없었지만. 단지 soul이 유한한가, 무한한가와 동물과 인간의 soul에 대한 특징과 차이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산이 가족간의 화목과 정을 더욱 깊게 하는 매개체 역할까지 했다.

그는 산을 통해 배운 친절하고 겸손한 태도로 인도와 한국인들 사이에 우애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할 때 한국인들은 인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1 Comment

  1. 최준석

    11.19,2009 at 2:38 오후

    잘 읽었습니다.
    ‘가드왈히말라야’는 ‘가르왈 히말라야’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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