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한반도 호랑이를 얼마나 잡았나?… 100년 전까지 한반도는 ‘호랑이 천국’


‘인왕산 호랑이’라는 말이 생긴 지도 불과 기백년 이상밖에 되지 않은 듯한데 어떻게 한반도에 호랑이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사라졌을까?

원래 한반도는 ‘호랑이 천국’이었다. 동물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호랑이는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의 90%이상 되는 산악지역에 엄청난 수의 초식동물과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분포 등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전한다.

조선시대엔 호랑이가 서울 4대문 안에서도 목격되고, 심지어 궁궐 안에서 호랑이가 어슬렁거렸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창덕궁 후원에 범이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북악에 가서 표범을 잡고 돌아왔다.’(1465년 9월 14일, 세조11년)

‘창덕궁의 소나무 숲에서 호랑이가 사람을 물었다. 포도대장에게 수색해 잡도록 했다.’(1603년 2월 13일, 선조36년)

‘창덕궁 안에서 호랑이가 새끼를 쳤는데 한두 마리가 아니니, 이를 꼭 잡으라는 명령을 내렸다.’(1607년 7월18일, 선조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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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는 전국에 걸쳐 수백마리의 호랑이와 표범을 포함 닥치는대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에서는 경북지방에서 가장 많이 잡은 것이 눈에 띈다.

그 외에도 불과 85년 전인 1921년 고종 재위시절 경복궁 안에 호랑이가 나타나 수백 명의 군사를 동원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와 같이 한반도에는 호랑이로 넘쳐났다.

그렇게 많던 호랑이는 일제 강점기 들어 해수구제(海獸驅除) 또는 맹수구제(猛獸驅除), 즉 해로운 맹수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수난을 당했다. 사냥꾼들에게 대대적인 사냥허가를 내줘 호랑이나 표범, 늑대를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다.

일제는 또한 한반도에 야마모토정호군(山本征虎軍)이란 대규모 원정단을 보내 호랑이를 남획 하는가 하면, 호랑이 표본을 채집하겠다고 한반도 산하를 뒤지고 다녔던 미국원정대도 있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는 호랑이가 없어 한반도 호랑이가 미국의 종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미국에는 지금도 한반도에서 사라진 동식물의 종(種)에 대한 기본정보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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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표범 뿐만 아니라 곰과 늑대도 숱하게 잡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1915~1942년에 이르기까지 포살된 조선의 호랑이는 전부 141마리였다. 표범의 경우는 그 수치가 훨씬 높아 모두 1,092마리가 사살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른바 공식기록인 셈이다. 공식 기록이 이 정도면 실제는 500마리 이상, 표범은 2,000마리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전 세계 야생 호랑이 수가 7,000마리 정도이고, 한국 표범은 연해주 지역에 단 30마리 정도 서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수치가 가히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다.

이같이 남획당한 한반도 호랑이는 그 자취나 흔적, 기록을 제대로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나마 1907년 전남 영광 불갑산과 1922년 경주 대덕산에서 호랑이를 잡은 사진이 남한의 마지막 호랑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1943년 이후엔 공식 기록조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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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호랑이와 표범, 곰, 늑대 등이 일제에 의해 살해된 구체적 자료다.

일제의 남획으로 한반도의 호랑이와 표범은 사실상 멸종 위기를 맞았다. 이는 바로 앞 블로그에서 언급한 일본 조류협회 명예회장으로 있는 엔도 키미오씨의 증언으로도 확인했다. 여기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3년간의 전쟁은 한반도를 초토화 시켜 호랑이 서식지가 급감하고 생태환경도 최악에 처하도록 했다.

종전 이후엔 호랑이에 관한 공식 기록은 찾아볼 수 없고, 표범에 관한 마지막 기록만 있다. 1962년 경남 합천에서 최후의 표범 한마리가 마을 주민에 의해 생포됐다. 당시 1년생 수컷이었던 표범은 이후 창경원에 기증됐고, 직원들은 극진히 아껴 사람도 먹기 힘들었던 쇠고기를 매일 주며 여름엔 선풍기까지 틀었다. 이 표범은 오히려 극심한 운동부족과 과식으로 비만에 시달려, 결국 한국 표범은 1973년 창경원에서 최후를 맞았다. 호랑이나 표범의 평균 수명이 20년 전후인 점을 감안할 때 자연 상태의 절반정도만 연명했던 것이다. 당시 표범은 전신에 욕창으로 시달려 박제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로써 한반도 호랑이와 표범은 사실상 멸종된 것이다.


참고로 일본 야생조류협회 명예회장으로 있는 엔도 키미오씨의 ‘한반도 호랑이는 왜 사라졌을까?’란 학술발표를 요약해서 간단히 올린다.

엔도는 “조선총독부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호랑이를 방해가 되는 동물로 치부, 경찰과 헌병들이 수천 명의 주민들을 동원해서 매년 호랑이를 포함한 맹수들을 사냥했으며, 표범, 곰, 늑대도 동시에 피해를 받다”며 “그 결과 한반도 호랑이를 멸종시킨 건 일제의 남획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으며, 일제의 만행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굉장히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엔도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했을 때, 이미 한반도에 호랑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것을 기록에 남겼다고 전했다. 토요토미는 호랑이를 사냥해서 고기와 내장을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보내게 해 먹었다고도 한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3 Comments

  1. 손진호

    01.05,2010 at 1:08 오후

    종의 멸종은 정말 안타가운 일이나 맹수들의 개체가 많은 것도 결코 좋지는 안은듯………    

  2. 노빠정말싫어

    01.05,2010 at 2:01 오후

    사람이 물려죽고 피해가 나는데 잡았다고 반드시 욕만 할 일은 아닐듯…전국토의 야생동물원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시겠죠??    

  3. 한국인의 혼

    01.06,2010 at 1:27 오후

    안녕하세요. 전 오늘 블러그를 새로 오픈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있는 글이 있어서 왔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미국에선 얼마나 야생동물을 보호 하지요. 얼마전 전 제 눈으로 곰이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지요. 그리고 사슴은 부지기수이구요.
    제 인생에서 그렇게 가까이 다가간 적은 없었을 겁니다.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갔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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