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어느 날 서울에 운무가 짙게 내린 날 불암산에 올랐다. 도시가 완전히 운무에 잠겨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도 오락가락 하며 하루 종일 궂은 날씨였다.
“이런 날씨에 사진이나 제대로 될까”하며 올랐지만 산 능선 위로 오르자 전혀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도시 전체가 운무에 뒤덮여 마치 바다에 잠긴 듯했다. 산은 바다에 우뚝 솟은 섬 마냥 고고한 자태를 뽐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이 모습을 보고 모두 감탄을 자아냈다. 정말 평생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도봉산이 거의 잠겨 정상 언저리만 겨우 보인다. 산 아래에 있는도시 빌딩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잠긴 도시 사이로 대형 굴뚝이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도시는 운무에 잠겼다.
북한산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등세개의 봉우리만 보인다. 마치 진경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다.
불암산 정상에서 수락산 방향을 쳐다봐도 도시가 잠겨 있기는 마찬가지다. 산만 솟아 있다.
이런 풍경을 언제 한번볼 수 있으려나. 평생 처음 보는 경치다.
불암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위가 많은 산이다. 불암산은 형형색색의 기이한 모양과 수십 길이 되는 절벽에 노송과 괴목이 어우러져 있고, 단풍 또한 아름다워 많은 시인과 묵객이 찾아들었다. 6·25전쟁 때는 육군사관생도를 중심으로 한 불암산유격대가 활동하여 큰 성과를 올린 게릴라기지로서 활용되기도 했다.
불암산에 아늑한 등산로도 있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위가 많다. 그래서 갖가지 이름이 붙어 있다.거북 같이 생겼다 해서 거북바위.
불암산 정상 바로 밑에 두꺼비 바위도 있다.
불암산 정상 직전에 있는 쥐바위.
불암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서울의 동북편에 자리잡고 있는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던 산이다. 조선왕조가 건국되고 도읍을 정할 때 한양에 남산이 없어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을 금강산에서 듣고 자기가 가서 한양의 남산이 되고 싶었다. 이에 금강산에서 떠나 한양으로 오다가 지금의 위치까지 와보니 벌써 한양에는 남산이 들어서 있었다. 그래서 돌아선 채로 그 자리에 머물고 말았다. 이 때문에 불암산은 현재 보는 것과 같이 서울을 등지고 있는 형세라는 것이다.
이러한 형세의 불암산은 수락산과 더불어 조선시대에 들어 서울의 북쪽 방어선을 이루며 서울을 수호하는 기능을 하였다. 따라서 세조 때는 도성 외곽에 있는 왕실의 4대 원찰의 하나로 동쪽은 불암사가 손꼽혔다.
불암산 정상.
토마토
03.09,2010 at 3:21 오후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정말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이네요
寒菊忍
03.10,2010 at 11:10 오전
우째 이런 일이…
저 운무 아래서 사람들이 복닥복닥…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