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과 수락산의 속살을 보며 서울시계종주 2구간을 걷다

2구간: 태릉 담터고개~삼육대 후문~제명호~불암산~수락산~망월정~진달래능선~근린공원(조성 중)~도봉산역 GPS 거리 15.6㎞


서울시계종주 1구간을 광나루에서 아차산~망우산~구룡산 등을 거쳐 태릉 탐커고개에서 끝냈다. 이어 2구간은 담터고개에서 다시 출발이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일기예보엔 오전에 잠시 비가 내리다 오후부터 갠다고 했으나 이날 하루 종일 그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일기예보가 맞는 날보다 안 맞는 날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것도 꼭 필요할 때는 항상 틀렸다. 틀렸던 기억만 뚜렷하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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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대 후문 안에 있는 제명호.

담터고개는 태릉과 남양주시 별내면과 경계다. 불암산 방향으로 가다가 한사랑한의원을 앞에 두고 논골편의점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동네길로 계속 간다. 삼육대 후문으로 들어가서 제명호수로 찾아가면 제대로 가는 길이다. 길은 아직 녹지 않은 상태라 미끄럽다. 제명호를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가면 불암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본격 불암산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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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대 후문을 벗어나자 마자 불암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불암산은 화강암의 큰 바위로 된 봉우리가 마치 송낙을 쓴 부처의 형상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 불암산에 얽힌 전설도 재미있다.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었으나 조선왕조가 건국하면서 도읍을 정할 때 한양에 남산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가 한양의 남산이 되겠다고 내려왔으나 벌써 남산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선 채 그 자리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불암산은 서울을 등지고 있는 형세라는 것이다. 이러한 형세는 수락산과 더불어 조선시대 서울의 북쪽 방어선을 이루며, 서울을 수호하는 기능을 했다. 정상 부분은 온통 바위산을 이루고 있으며, 작지만 웅장한 기품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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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가 자욱한 가운데 호젓한 등산로가 이어져 운치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사이로 불암산의 호젓한 등산로가 이어졌다. 밑에서 정상을 바라본 바위산의 모습과는 달리 걷는 길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맨발길’이란 이정표가 붙은 길도 있다. 그만큼 부드러웠다.

주능선 따라 계속 앞으로 향했다. 샛길이 나올 땐 항상 이정표가 붙어 있어 길을 잃을 우려도 없다. 등산로 곳곳에 유명인사들의 시(詩)도 간간이 걸려 있다. 자욱한 안개는 노송 사이로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듯하다. 나무 사이로 저 멀리 보이는 도시는 운무에 가려 전혀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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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있는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불암산 제2봉 정상 조금 못 미쳐 불암산성이 나왔다. ‘웬 산성이지’ 싶었다. 문화재 지정예정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신라가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암산성은 규모는 작지만 삼국시대 석축 산성의 전형적인 축성기법을 보여주는 유적이며, 인근의 수락산보루․봉화산보루․아차산보루군 등과 함께 한강을 중심으로 삼국의 각축 양상과 고대 교통로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써져 있다. 일부에서는 산성의 규모가 협소하여 산성이라기보다는 ‘보(堡)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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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성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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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인 불암산성.

제2봉 정상엔 헬기장이 있다. 운동기구도 몇 가지 설치돼 있다. 비는 좀체 그칠 줄을 모르고, 운무는 서울 도심을 완전히 덮고 있다. 운무에 가려 빌딩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마치 바다에 잠긴 도시 같아 보였다. 그 운무의 바다위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우뚝 솟아 있다. 우뚝 솟은 북한산과 도봉산은 하나의 섬이고, 빙산의 일각이었다. 구름 낀 날의 또 다른 멋진 풍광이다. 정말 진경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다. 일행 모두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비와 추위는 잠시 잊은 듯했다. 이런 풍광이 있으리라고 전혀 기대를 못하고 ‘비가 와서 사진이 제대로 되겠나’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출발했는데 전혀 의외였다. 그 멋진 풍광을 올라가는 전망대에서 감상하고 디카에 담을 수 있는 데까지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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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 바로 옆 불암산성 위에 기품있는 나무가 있다.

‘밥시(밥 먹을 시간)’가 되어 갔다. 정상 바로 밑 거북바위 옆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는 의견과 밥 먹으면 힘드니 넘어가서 먹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의견통일을 보고 같이 갈 줄 알았는데 먹을 사람 먹고, 갈 사람은 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자율성의 존중인지, 중년의 고집인지.

시계(市界)는 불암산(509,7m) 정상 옆 쥐바위를 지나쳐 가지만 정상 조망과 혹시 뭔가가 있을지 몰라 올라갔다. 정상 올라가기 직전 꼭 쥐 같이 생긴 쥐바위가 등산객들을 반겼다.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확 트였다. 앞으로 나아갈 시계가 한눈에 들어왔다. 수락산과 불암산이 가르는 시계가 쭉 펼쳐졌다. 양쪽에 있는 서울과 남양주는 운무에 가렸고, 나아갈 능선만 우뚝하게 솟은 모습, 그 자체가 더없이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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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가 자욱한 서울시. 서울시가 운무에 잠겼다.

이젠 불암산과 수락산의 경계를 이룬 덕릉고개 방향으로 하산이다. 산 밑으로는 불암산터널이 지나고 있다. 덕릉고개는 노원구의 북동쪽 시계에서 남양주 별내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말한다. 조선 선조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의 묘소인 덕릉(德陵)이 고개 동쪽에 자리 잡은 데서 유래했다.

덕릉고개 위로 육교를 놓아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결하고 있었다. 육교가 없던 시절엔 횡단보도를 건너는 등 한참을 돌아서 올라갔으나 지금은 편하게 지나쳤다. 불암산과 수락산의 시계종주 코스는 불수사도북(서울 5산) 종주하는 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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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올라가기 전에 거북같이 생긴 거북바위가 있다.

이제 수락산이다. 수락산은 내원암 일대 계곡 병풍 같은 바위벽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산봉우리 형상이 마치 목이 떨어져 나간 모습(首落)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또 사냥꾼 아버지가 호랑이가 물고 간 아들 ‘수락’이를 부르다 바위 아래 떨어져 죽은 뒤, 비 오는 날이면 “수락아, 수락아”하는 소리가 들려 수락산으로 했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유적, 경승 못지않게 전해오는 일화도 특히 많은 산이다. 6․25 때는 육군사관생도들까지 나서 불암산과 함께 서울 사수선으로 격전을 치렀던 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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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정산 바로 직전에 있는 쥐바위.

수락산 능선 조금 못 미쳐 얼마 전에 탄 듯한 산불의 흔적이 있다. 다행히 조기진화에 성공한 것 같다. 산림이 심하게 소실되지는 않았다.

물이 많을 것 같은 이름에서와는 달리 수락산은 올라갈수록 웅장한 바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치마바위 삼거리에 이르렀다. 눈이 녹지 않고 얼어 좁은 바위틈새와 바위옆 등산로로 지나가기엔 위험했다. 날씨도 비가 내리고 추워 손까지 얼어붙었다. 등산로에 로프는 있지만 손을 제대로 펼 수 없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일행 전부 조심조심 올랐다. 준족의 아주머니들도 이런 길에서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엉덩이가 무거워 그런지 로프를 잡아도 오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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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릉고개 위에 육교가 불암산과 수락산을 바로 이어주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는 이름가진 바위들의 연속이다. 하강바위, 바로 그 옆에 남근 비슷하게 생긴 바위, 코끼리 바위, 종바위를 지나 마침내 정상 바로 옆 철모바위에 도착했다. 주말엔 막걸리 파는 비닐천막집이 있는 곳이다. 잠시 안에 들어가서 비를 피했다. 이정표는 ←4.7㎞ 수락산역(수락골), 수락산 정상 0.3㎞→, 수락산역(노원골) 5.2㎞↓를 가리키고 있다. 정상까지는 불과 300m밖에 안 되지만 시 경계가 아니고 의정부라 전부 수락골로 하산했다. 비가 내려 가기도 그렇고, 또 갔다하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정상 둘렀다 가는 걸 포기하고 곧장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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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의 웅장한 남성바위.

이전에 등산한 기억으로 쇠줄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하산한 적이 있었던 길이 이제는 나무계단으로 깔끔하게 단장했다. 변신한 등산로로 전혀 힘들지 않게 내려왔다. 길 한쪽 옆으로 독수리바위가 비상할 듯한 자세로 앉아있다.

수락골에서 깔딱고개로 올라오는 사거리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매월정 방향으로 직진이다. 매월당에는 김시습의 흔적을 곳곳에 되살려 놓았다. 어린 시절 김시습이 살았던 자취를 좇아 그의 업적과 그가 지은 시를 보기 좋게 단장했다. 여유만 있으면 죽 둘렀다 보고 가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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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바위.

2구간 끝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운무 때문에 보이진 않지만 의정부로 가는 3번 국도로 쌩쌩 달리는 차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진달래능선으로 한걸음씩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고 보니 수락산에도 진달래능선이 있었다. 봄에 얼마나 아름다운 군락을 이룰지 궁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도가 나왔다. 제법 큰 길이다. 그런데 시계 종주는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낭패다. 왼쪽으로 빠지는 오솔길을 유심히 봐야 한다. 오솔길 들머리에 54트레킹동호회에서 제법 큰 리본을 달아놓았다.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면 노원구에서 근린공원을 한창 조성 중이다. 2월말 현재 거의 완성 단계.

육교로 3번 국도를 건너 새로 지은 아파트를 지나 서울 창포원을 거쳐 도봉산역이 2구간 끝이다.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해서 오후 5시20분에 도착했다. 1구간보다 거리는 짧았지만 시간은 조금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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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에 대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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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정자. 이 주변에 김시습과 관련한 시와 안내판이 많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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