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전설을 간직한 가야산 만물상 등산로가 개방됐다. 지난 1972년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해왔던 백운동야영장~만물상~서성재 구간의 약 3㎞에 이르는 만물상 탐방로를 지난 6월 12일부터 활짝 열었다. 가야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는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만가지 형상을 띤 만물상 등산로.
만 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즐비한 만물상 탐방로는 가야국 여신 정견모주와 하늘신 이비하가 만났다는 전설이 서린 상아덤과 부처바위, 토끼바위 등이 있으며, 구간 대부분이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원시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예로부터 가야산의 산세를 두고 ‘산형은 천하에 으뜸이고, 지덕은 해동 제일’이라고 했다.
만물상 등산로 끝에 가야국의 전설을 간직한 상아덤이 있다.
가야산이란 이름은 인도의 부다가야 근처에 있는 가야산에서 따온 명칭이란 설이 유력하다. 범어(梵語)로 가야는 소(牛)라는 뜻으로, 산 정상의 바위가 꼭 소의 머리 형상이어서 우두산(牛頭山), 상두산(象頭山) 등으로 불리는 근거가 된다.
또 옛날 인근에 있던 가야국에서 따온 이름이란 설도 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우리나라의 산을 돌산(嶽山)과 토산(肉山)으로 구분하고 있다. <택리지>에 ‘경상도에는 석화성(石火星․돌 끝이 뾰족뾰족 늘어서 마치 불꽃이 피어오르는 형상)이 없다. 오직 가야산만이 뾰족한 돌이 줄을 잇달아서 불꽃같으며 공중에 솟아서 극히 높고 빼어나다’고 기록하고 있다.
불상바위
가야국 여신 정견모주와 하늘신 이비하가 노닐 던 전설을 간직한 상아덤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성스런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정견모주는 가야산 자락에 사는 백성들이 가장 우러러 받드는 여신이었다. 여신은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닦아주려 마음먹고 밤낮으로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그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비하는 어느 늦은 봄날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상아덤에 내려왔다.
가야산 국립공원 홍보를 맡고 있는 김지연씨가 앙증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렇게 해서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양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다. 형은 아버지인 천신을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그스름하고 불그레했고, 동생은 어머니인 여신을 닮아 얼굴이 갸름하고 흰 편이었다. 그래서 형은 뇌질주일, 동생은 뇌질청예라 했다. 형은 대가야의 첫 임금 이진아시왕이 됐고, 동생은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됐다. 최치원의 <석순응전>과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이야기다.
가야산 안내판.
상아의 원래 의미는 여신을 일컫는 말이고, 덤은 바위를 지칭한다. 하늘의 여신이 사는 바위란 뜻인 것이다. 지금 일부 가야산 안내도에 서장대라 표기된 것은 잘못된 의미라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가야산 만물상 탐방로 개방을 앞두고 지난해 안내표지판 등 편의시설을 설치를 끝냈다.
온갖 형상을 띤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