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진경산수화에 나온 ‘임진적벽’ 거쳐…DMZ 트레킹 연천 첫째길

연천 첫째길은 파주 넷째길의 종착지인 황포돛대에서 시작한다. 장남면사무소와 노곡리 비룡대교를 거쳐 숭의전까지 총 21.6㎞에 이른다. 연천군은 지형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심은 한때 한반도의 해상과 육상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 바로 고랑포나루가 일제시대까지 화신백화점의 분점이 있었을 정도로 번창했다. 지금은 DMZ가 바로 앞에 있고, 98%가 군사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살벌한 지역이지만. 통일만 되면 언제든지 활기찬 도시로 변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곳이다.

2.JPG 연천 첫째길의 출발지점인 황포돛대 포구.우리 전통 목선을 그대로 되살려 임진강을 오고간다.

황포돛대는 황토물을 들인 돛을 단 배를 말하며, 우리의 전통목선이다. 한강 마포나루에서 고랑포나루까지 소금과 새우젓을 실어 나르던 주요 운송수단이 황포돛대였다.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장남교 위에서 보면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임진(臨津)이란 말은 말 그대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나루터라고 해서 임진강으로 불리게 됐다. 함경남도 두류산 마식령에서 발원한 임진강은 북한에서 남한까지 250여㎞를 흘러내린 우리나라 일곱 번째로 긴 강이다. 남북을 이어 흐르기 때문에 분단의 아픔을 인용할 때 자주 언급하는 강이기도 하지만 사실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관은 어느 강보다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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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일곱번째로 긴 강인 임진강. 한 쪽면은 주상절리와 다른 면은 들판같이 넓은 공간에 각종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임진강의 가장 뛰어난 절경은 60만 년 전에 형성된 주상절리형 절벽인 ‘자장리적벽’이다. ‘임진적벽’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상절리는 화산이 빚어낸 지형지물로서,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굳는 속도에 따라 사각형이나 육각형 등 다면체의 돌기둥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용암이 급속히 냉각될 때 나타난다. 임진강에는 아랫부분이 물에 의해 먼저 침식되면서 높은 절벽상태를 이루게 된 암벽, 즉 주상절리가 많다. 주위의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유려히 흐르는 임진강과 함께 주상절리를 보고 있노라면 괴이함마저 들 정도로 그 자태가 경이롭다. 겸재 정선도 말년에 양천현령으로 있으면서 연천의 아름다운 경관을 유감없이 화폭에 담았다. 겸재의 진경산수화 ‘웅연계람’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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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아름다운 강변길이지만 홍수가 나면 사람이 걷는 길도 전부 물에 잠긴다.

연천군에서 한때 임진강의 주상절리를 문화재로 지정할 것을 검토했으나 인근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고 동행한 연천군 문화관광과 임항진 관광시설팀장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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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엔 가끔 철망 펜스를 쳐 지뢰위험을 알리고 있다.

연천 첫째길은 대부분의 코스를 강둑으로 걸으며, 특히 임진강을 끼고 도는 길이 10㎞가 넘는다. 강변엔 이름모를 꽃들까지 화사하게 피어 더욱 운치를 자아냈다. 군데군데 낚시터의 흔적도 보인다. 세월을 낚는 것인지, 고기를 낚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려면 어쩌랴. 잠시 시간을 멈추고 임진강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삶의 또 다른 면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햇살에 반짝거리는 강물과 학들이 크게 날개짓하는 모습만 봐도 임진강에 온 본전은 톡톡히 찾았을 터이다. ‘여유와 느림의 미학’은 다름 아닌 길에서 이렇게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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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벌개미취를 포함해 각종 야생화가 탐방객들의 눈길을 끈다.

강길에서 마을로 방향이 바뀔 즈음해서 클라인가르텐(Kleine Garten)이라는 펜션같은 건물이 나왔다. 요즘 새롭게 부각하는 독일식 ‘체제형 주말농장’이다. 농촌생활을 체험하며 체류까지 할 수 있다. 20채는 족히 될 법하다. 도시인들도 서서히 귀농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세태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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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인 약대산으로 트레킹 코스가 연결된다. 이곳에서는 임진강이 한눈에 조망된다.

마을 농로길을 빠져나와 약대산으로 접어든다. 민가 사유지에 해당하는 길이다. 토지 소유주가 기꺼이 트레킹코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민가 뒷쪽으로 약대산을 향해 가파르게 올랐다.

능선위에 올라서니 산 밑으로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이 한눈에 조망된다. 약대산 등산로의 오솔길 같은 산길은 역시 시원하다. 햇빛을 완전히 가려준다. 약대산 끝자락에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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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히 흐르는 임진강.

약대산에서 내려와 잠시 평지를 걷다 이번에 숭의전이 있는 아미산으로 향했다. 숭의전은 원래 고려 태조 왕건의 원찰이었던 앙암사가 있었던 곳으로, 1397년 고려 태조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으로 건립했다. 이 사당이 지금 숭의전의 시초가 됐다. 사당 건립이후 정종 1년(1399) 왕명에 의해 고려 태조를 비롯하여 혜종, 성종, 현종, 문종 등 고려 8왕의 위패를 봉안했다. 이후 조선의 종묘는 4왕을 모시는데, 고려조의 사당은 8왕을 모시는 게 합당하지 않다고 하여 4왕만을 봉향토록 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1451년 전대의 왕조를 예우하여 숭의전이라 이름 짓고, 개성 왕씨 종친회에서 오늘날까지 고려 태조 왕건의 영정을 모시고 숭의제례를 올리고 있다. 1971년 12월 국가사적 제223호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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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태조 왕건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숭의전.

숭의전 바로 옆에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기묘한 자세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높이도 20m이상 되는 듯하다. 많은 전설을 간직한 나무는 고려의 왕씨 후손이 심었다고 전해온다. 철 따라 “웅~웅~” 소리를 내는 나무소리가 크면 비나 눈이 많이 오고, 까치가 오면 경사가, 까마귀가 모여 들면 마을에 초상이 난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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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숭의전 바로 옆에 수령 500년 이상된 느티나무.

숭의전은 공원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문화해설사도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지 숭의전과 왕건에 얽힌 역사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숭의전 입구로 내려오면 숭의전 안내도와 함께 ‘下馬碑(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왕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으니 ‘여기서부터 말에서 내려서 걸어오라’는 뜻이다.

숭의전 입구가 연천 첫째길 종점이다. 임진강의 아름다운 주상절리와 왕건의 숨결이 살아있는 듯한 숭의전만 봐도 괜찮을 성 깊은 싶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1 Comment

  1. 가보의집

    09.10,2010 at 1:12 오후

    마운틴님
    우현히 왔다가면서 추천 드리고
    좋은자료도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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