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금계 구간은 지리산의 여러 계곡, 특히 그 중 가장 크고 한국의 3대 계곡 중의 하나인 칠선계곡에서 발원해서 강의 모습을 갖춘 엄천강을 따라 주로 걷는다. 물론 지리산 자락을 따라 올라갔다 다시 강가로 내려오는 길이 반복되면서 지리산주능선의 조망도 가능하다.
녹음 진 지리산을 보기 위해선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당초 이 구간을 개통할 때는 한국전쟁 때 빨치산 야전병원으로 사용했던 벽송사를 경유했지만 일부 구간의 땅주인이 길을 폐쇄하는 바람에 코스를 변경했다.
원래는 동강마을~운서~세동~송대~벽송사~서암정사~의중~금계마을로 연결됐지만 빨치산 루트로 통하는 송대마을~벽송사~서암정사 구간은 빠지고 신선이 노니는 별유천지로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엄천강 용유담계곡를 경유하게 했다. 따라서 운서마을에서 세동마을 아랫쪽 엄천강 용유담(모전마을)을 지나 의중마을로 도착하게 된다.
칠선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저장할 목적으로 지리산댐을 짓기 위해선 수몰될 수밖에 없는 신선과 용이 놀았다는 용유담의 거북바위. 환경단체에선 한국의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 1위로 꼽은 지역이다.
함양군 휴천면 동강마을은 산청군 금서면 방곡마을과 마을경계일 뿐만 아니라 도경계를 이룬다. 방곡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실개천을 이루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동강마을이다. 다리를 건너면 20~3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그 왼쪽으로 지리산둘레길이 계속된다.
시멘트 포장길로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200m쯤 올랐을까, 우람한 팽나무 한그루가 우뚝 솟아 눈길을 끈다. 수령이 600년이 넘었다는 이정표와 함께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라고 가리키고 있다. 바로 아래는 쉼터가 마련돼 있다. 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휴천면 동강마을의 보호수인 팽나무. 수령 600년이 넘는 우람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곧이어 운서마을이다. 함양 휴천면 가운데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가장 좁은 마을이며, 인구도 가장 적다. 마을 전체 면적이 약 3분의 1가량이 국립공원에 속해 있고, 그 나머지도 거의 산악지대라 농경지가 별로 없는 편이다. 마을 주민보다는 특정 종교의 커다란 기도원이 눈에 들어온다. 기도원도 몇 개 있는 듯했다.
마을 주변엔 농지는 별로 보이지 않고 온통 밤나무밭이었다. 주민들은 논농사보다는 밤나무에 생계를 의존하는 것 같아 보였다.
엄천강변의 보리밭 모습은 4~5월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운서마을 끝 지점이 엄천강과 맞닿는다. 이곳의 엄천강은 지리산 여러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합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엄천강은 수량도 풍부했고, 물살도 빨랐다. 아니나 다를까,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바로 그 옆엔 콘도가 하나 있는데, 지리산둘레길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거의 망하기 직전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조금 생기가 넘쳐나는 듯했다.
이제부터는 완전히 아스팔트 위로 엄천강 따라 걷는 길이다. 다소 지겨울 수밖에 없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다는 자부심으로 버티는 방법뿐이다. 중간 중간에 민박집과 식당이 간혹 보인다.
허기지면 잠깐 들렀다 요기를 하고 가면 된다. 어차피 여유를 즐기러 온 지리산둘레길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가는 길만큼 가면 것도 보람이다.
민박과 식당을 겸한 송전가든을 조금 지나 다시 아랫길로 내려간다. 이전엔 윗길로 세동마을로 가야했으나 토지 소유주의 길 폐쇄로 강 따라 가는 길로 바뀌었다. 윗세동마을 주민들은 민박집으로 새로 단장했으나 한 사람의 지주로 인해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됐다.
용유담을 바라보는 용유교에서 바로 왼쪽으로 올라가는 지리산둘레길이다. 돌계단으로 새로 단장했다.
강 따라 가는 길은 용유교 앞에서 갈라진다. 5㎞이상을 온 아스팔트길을 용유교 앞에서 산길로 다시 접어든다. 용유교 밑으로 흐르는 엄천강엔 용유담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에서 한국의 보존해야 할 지리산주변 문화유적 1호로 꼽히기도 했던 곳이다. 그만큼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용유담 이정표에는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엄천강 상류에 있는 용유담은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인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산의 아름다운 계곡들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합류하는 용유담에 이르러서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 화창한 대낮에 우레 같은 폭포소리를 비롯하여 장방형의 평평한 호수를 이룬다. 화강암으로 된 기암괴석이 첩첩이 쌓인 험준한 봉우리는 용이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형상이라고 했다. 이 용유담은 신선이 노니는 별유천지로, 예부터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으로, 여름이 되면 각처의 피서객들이 휴식처를 찾아 모여들어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서편의 벼랑으로는 절경을 이루는 풍치와 청아한 물빛, 거울 같은 물에 비친 산 그림자, 푸른 못의 반석에 펼쳐진 모래는 가히 도원경의 경지에 이르는 듯 황홀한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아도취에 빠지곤 한다. 길 언덕 위에는 구룡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용유담가에는 당나귀바위와 장기판바위가 있다. 용유담에는 아홉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과 마적도사와 당나귀 관련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산길의 숲속엔 참나무로 가득한 오솔길이다.
한때 이 용유담이 지리산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지기도 했다. 아직 지리산댐 건설이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지금은 다시 주춤한 상태다.
용유담을 앞에 두고 지리산자락으로 난 둘레길로 올라섰다. 초반부터 가파른 숲이 우거진 길이다. 햇빛 쏟아지는 여름철에 걷기 좋은 길이다. 참나무가 군락을 이뤄 햇빛 한점 보이지 않은 숲길이다. 새로 조성해서 그런지 돌계단으로 잘 닦아놓았다.
산길로 가다보면 맞은편의 채석장에선 돌을 깎아낸 흉물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화강암 벽면에 거대한 불상을 새기고 있다.
길은 외길이다. 한적하고 인적조차 드물다. 맞은편에는 대규모 채석장이 숲 사이로 보인다. 그 모습이 몰골이라 그런지, 바위를 깎아낸 사면에 불상을 새기고 있다. 그나마 완성되면 채석장의 흉물보다는 나아보일 성싶다.
숲은 끝나고 다랭이논으로 접어들었다. 논이라 해봤자 몇 평되지도 않는다. 사람 손만 많이 가는 그런 논들이다. 보는 사람은 아름답지만 실제 일하는 농부들에게는 고생덩어리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인지 중간 중간에 작은 저수지도 보인다.
용유담에서 왼쪽으로 산길로 접어들어 끝날 즈음엔 고추밭 등이 있고 바로 거기에 둘레길 이정표가 있다.
논은 끝나고 밭으로 연결됐다. 고추니 가지 등이 제 색깔을 내고 수확만을 기다리고 있다. 길옆에는 경주 이씨 비석이 주변 밭들을 지키고 있는 듯 우뚝 서 있다.
이젠 의중마을로 접어들었다. 왼쪽으로는 벽송사 가는 길이다. 둘레길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의중마을은 고려시대 지방특산물인 탄(숯의 일종)을 중앙에 공납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행정구역인 의탄소(義灘所)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마을 어귀에는 의중․의평․추성마을을 지키는 수령 600년의 느티나무 당산목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당산목 아래는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임시건물에 들어서 있다. 민박집 전화번호도 여러 개 적혀있다.
엄천강변에서 보리를 수확하고 나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
마천면 의탄리에 두 개의 마을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의중마을이고, 다른 하나가 금계마을이다. 이 구간 마지막 마을이자 이웃 마을인 금계마을에 들어섰다. 엄천강을 건너야 한다.
금계마을의 원래 이름은 ‘노디목’이었다. 노디는 징검다리라는 이 지방 사투리로, 칠선계곡에 있는 추성․의중․의탄․의평마을 사람들이 엄천강 노디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물목마을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산촌사람들의 정을 징검징검 날랐을 ‘노디’가 세월에 씻겨 나가고 지금은 엄천강 위에 현대식 다리인 의탄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교통
:함양버스터미널에서 동강→금계로 가는 버스는 첫차가 오전 6시 20분에 있으며, 약 30분 간격으로 45분가량 소요된다. 함양 지리산고속 055-963-3745, 마천버스 정류장 055-962-5017, 함양 고속버스터미널 055-963-3281~2. 마천 개인택시 055-962-5110
숙박(대부분의 민박집은 식당을 겸하고 있음)
:의중마을 정자나무집 055-962-5203 또는 011-589-2697, 금계마을 가온누리 펜션 055-962-5110 또는 010-4169-0454, 세동마을 지리산 송전가든 055-962-3942, 운서마을 산지골 민박 055-963-8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