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북한의 산하는 어떻게 변했을까? 들리는 소문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산에서 나무를 마구 잘라 땔감으로 팔면서 전 국토가 황폐화 됐다고 한다. 외신을 통해서 간간이 보도되는 화면을 보면 실제로 그런 듯이 보인다.
묘향산에 김일성 친필 글씨가 새겨져 있다. ‘묘향산은 천하제일 명산’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북한 백두대간 산하의 실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것도 백두산에서 금강산까지 이어지는 북한 측 백두대간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생생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뉴질랜드인 로저 셰퍼드(Roger Shepherd․46)가 북한 측 백두대간을 답사하겠다고 나섰다. 연속적 종주는 아니지만 도시를 거점으로 주변 백두대간을 1년여에 걸쳐 일제히 탐방할 작정이다.
깊은 계곡이 있는 산에는 나름대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지난 5월 21일 북한을 방문, 일주일 간 평양에 머물면서 방북허가를 받고 다시 한국으로 왔다. 정치와 스포츠 교류의 목적이 아닌 순수 민간인이 ‘포토 에세이집’ 발간을 목적으로 북한 땅을 밟는 것은 아마 분단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맨 오른쪽 로저 셰퍼드가 북한측 안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가 방북 허가를 받는 데 역할을 한-뉴질랜드 프렌드십 소사이어티(Korea-New Zealand Friend Society)가 했다. 이 단체는 외교부 문화위원회 산하 NGO기관으로, 40여 년 간 북한과 교류를 계속해 왔다.
로저는 “북한의 평판이 국제 사회에서 매우 나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아마 이번 기회에 산을 통해 뭔가 좋은 일을 할 계기를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가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로저 셰퍼드가 경복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오는 10월부터 본격 북한 측 백두대간을 탐사할 예정이다. 평양을 거쳐 원산으로 가서 금강산과 강원도 일대의 백두대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가 사전 협의를 위해 북한을 일주일 동안 방문했을 당시, 김일성 대학 지리 교수와 전체 구간과 일정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합의를 했다. 한반도 전체가 그려진 ‘산경표’ 지도를 보며 구체적 위치를 서로 확인했다. 핵 실험이나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은 물론 배제됐다.
묘향산에도 인공 새집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 우리의 산하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가 김일성 대학 지리 교수와 협의한 뒤 출입허가를 받은 구간은 다음과 같다. 강원도는 금강산․북대봉․문필봉․깃대봉․철령․항령산․백암산․백봉․두류산 등이고, 이들 산을 등산하고 촬영하기 위한 거점 지역으로 고산․새포․원산 등에서 베이스 캠프를 칠 계획이다. 평안남도는 맹산시를 거점으로 주변 백두대간을 답사하기로 했다. 함경남도지역은 백두산과 백두고원․만수고원․개마고원 등이고, 옥령산․히사봉․천산대봉․철불산 등에 올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영상에 담을 예정이다. 거점지역은 삼지연․부천․장진․함흥 등을 삼기로 했다.
묘향산 인근에 있는 사찰인 보현사와 13층 석탑.
북한 측 백두대간을 답사하기 위해 북측 관련 인사를 만났을 때 다들 “산에 올라서 뭐 하느냐”며 신기하고 이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듯했다. 로저는 남한 백두대간을 이미 완주했고 책도 발간했다는 얘기를 전하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당신은 새(bird) 같이 훨훨 나는 사람”이라며 믿지 못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묘향산에는 등산보다는 관광차원의 산책코스를 몇 군데 조성해 놓았다.
그는 일단 오는 10월에 북한을 방문해서 20일 가량 머물 예정이다. 금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와 영상에 담기 위해 원산으로 향한다. 원산에서 금강산과 황룡산․깃대봉 등을 오르고, 이어 새포로 옮겨 백봉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다. 다시 고산으로 나와 백암산과 두류산에 오른다.
북한에 머무는 동안 그는 도시에서 생활을 제외하고 산이나 산 주변에서는 주로 캠핑을 하거나 비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묘향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앞에서 몇 몇 관광객이 구경하고 있다.
10월 말이나 11월쯤 한국으로 돌아와서 내년 2월쯤 다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내년엔 6번쯤 방북해서 김일성대학 지리 교수와 논의했던 구간을 전부 끝낼 계획으로 있다. 한 번 갈 때마다 최소 2~3주 가량 머물면서 북측 백두대간의 모습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다. 북한에 머무는 기간만 따진다면 4개월이 훨씬 더 된다. 남한 백두대간을 연속 종주할 때 소요된 시간인 70일보다 더 긴 셈이다.
묘향산있는 정자인 솔봉정.
“금강산 같은 경우는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을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0월에 갈 계획이고, 백두산은 그 웅장함을 담기 위해선 겨울이 적기라고 봅니다. 내년 2월 백두산에 올라 화려한 모습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백두대간의 사계를 처음으로 렌즈에 담아 선보일 것입니다.”
묘향산 보현사의 모습.
그는 2007년에 이미 남한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다. 그리고 2년여 간의 자료정리와 집필을 거친 뒤 2010년 <Baekdu-daegan Trail : Hiking Korea’s Mountain Spine>이라는 첫 백두대간 영문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외국인으로서 처음 썼고, 백두대간 영문 안내서로도 처음이었다.
김일성 글씨만 확대했다.
그가 왜, 그것도 외국인이 남한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북한 백두대간을 오르려고 하는지 물어봤다.
“먼저 명확히 짚고 넘어갈 건 내가 북한 백두대간 종주를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북한 백두대간의 <사진 에세이>집을 만들기 위해서 갑니다. 그래서 백두산에서 금강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한반도 전체의 백두대간 사진 에세이집을 발간할 계획입니다. 그것은 남북이 둘이 아니라 하나이고 똑 같은 사람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산을 통해서 남북이 동질성을 회복하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남한의 산을 종주할 때 보았던 산에 관한 전설이나 역사 등도 찾을 생각입니다.”
우리와 산하와 비슷한 참나무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뉴질랜드 프렌드십 소사이어티 북한 측 회원 2명과 운전기사 1명 등이 그의 답사를 지원해 주기로 북한과 합의한 상태다. 이들이 짐을 나눠지면서 카메라 촬영을 도우거나 길을 안내하고 답사에 필요한 자료도 제공하기로 했다. 거점 도시에 차로 접근해서 거기서부터는 역사 유적지나 경관이 좋은 지역을 찾기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그는 또 북한의 불교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산에 있는 사찰도 빠짐없이 방문할 계획이다.
등산로가 아닌 관광용 도로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2009년 겨울부터 9달에 걸쳐 낙남정맥, 호남정맥, 금남정맥, 금남호남정맥 등을 종주하고 뉴질랜드에 잠시 귀국한 뒤 2010년 한국에 다시 올 때는 아예 뉴질랜드 경찰직을 사표를 내고 왔다. 지금도 그는 정맥과 지맥, 한국의 섬을 찾아 시도 때도 없이 다니고 있다. 벽안의 그 외국인이 내년에 과연 한국의 산하에 관한 몇 권의 책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백두산호랑이 조형을 산에 붙여놓고 있다.
무바라크
07.07,2011 at 5:57 오후
북한의 산은 그동안 도벌과 남벌 등 산림 황폐가 불 보듯 뻔하고, 조금 이름있는 명산은 3대에 걸친 세습돼지들에 대한 수 많은 광적인 칭송 낙서로 꼴불견으로 훼손되었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