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 650여종을 사진 5000여장과 함께 실었습니다. 기존의 <나무도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최대 수종과 방대한 사진자료를 담고 있습니다. 책 한 권에 이렇게 많은 사진이 실리기는 처음 일 겁니다. 집필기간 10년, 제작기간 3년의 결실이 고스란히 <한국의 나무>(돌베개 刊) 속에 담겨 있습니다.”
금대봉 현장 답사 중에.
이 책의 공저 중의 한 명인 김태영(47)씨의 말이다. 책 한 권에 사진 5000여장을 싣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지난 10년 동안 연중 150일 이상, 남북으로 제주도에서 백두산, 동서로는 울릉도와 가거도, 심지어 한반도와 관련이 있는 일본 쓰시마섬까지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백두산 가서도 천지를 배경으로 한 사진 한 장 없이 나무만 찍고 돌아왔겠습니까?”
그동안 쓴 돈만 해도 책을 팔아서는 도저히 본전 뽑기 힘들 정도다. 지난 5년 간 제주도만 50~60번, 백두산 2번, 대마도 5번, 울릉도 10번 이상 갔다 왔다. 한 번 나가면 보통 몇 십만 원 지출은 예사다.
거문도 숲길에서.
“우리나라 전문서적 출판시장은 매우 좁기 때문에 아무리 책을 팔아도 돈을 벌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공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독자들한테 신뢰를 얻은 게 가장 큰 성과로 봅니다. 두 사람 다 좋아서 한 일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금전적으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식물학 전공도 아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식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이다. 재학시절 일본․불교미술에 관심이 많아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자마자 배낭을 메고 한 달 동안 인도에 체류했을 정도로 여행에는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인 1990년대 들어선 한국등산학교에 입학, 히말라야에 가야겠다고 여름엔 암벽, 겨울엔 빙벽을 두루 거쳤다.
덕유산에서.
산에 가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던 어느 날 ‘내가 산에 대해 아는 게 뭐냐’는 회의가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산에 대해서 아는 건 등산로뿐이었다. 등산로 옆으로 고개들 돌려다. 야생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전까지는 ‘산에 가면 어떻게 등반을 할 것인가’만 보였는데.
식물연구에 본격 입문하는 순간이었다. 야생화를 보고, 꽃을 보고, 그 다음엔 나무가 보이더라는 거다. 그때부터 달력 빨간날은 무조건 산으로 갔다. 집에서 걱정스럽게 보다 바쁘게 왔다 갔다 하니 ‘뭔가 하기는 하는가 보다’라며 별 관섭은 받지 않았다.
울릉도 성인봉에서.
“나무를 조사하다보니 식생의 북방한계선이 달라지고 있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라산과 지리산의 조릿대(산죽) 범위가 확산되면서 식생의 단순화도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국가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될 것으로 봅니다.”
그는 <한국의 나무>에서 사진도 틀리고 수종도 불명확한 기존의 나무도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자신했다. “한국에서 자라는 수종 중에 이번 책에 없거나 사진이 틀린 부분을 찾으면 술을 사겠다”고 자신했다. 그만큼 기존의 나무도감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두 젊은 식물학자가 연중 150일 이상 산에서 살며 식물도감을 집대성한 셈이다. 한국 식물학계의 서광이 보이는 것 같다.
여름월간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