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사는 사람들은 도사이거나 약초꾼이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한다. 물론 그 외의 일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개 얘기꺼리가 되는 사람을 추리면 그렇다는 거다.
최진규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약초꾼이다. 아니 ‘도사 약초꾼’ 내지는 ‘약초 도사’ 정도 되겠다. 혼자 학문이나 약초를 연구한 사람은 대개 외골수다. 다른 사람의 얘기가 잘 들리지 않고 자신의 연구 분야를 맹신한다. 최씨도 그 중의 한 명에 속한다 볼 수 있겠다.
<약이 되는 우리풀․꽃․나무1․2>의 저자인 약초꾼 최진규씨가 자신의 약초에 대한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규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무학인 사람이 책을 몇 권이나 쓸 정도로 약초에 대해서만큼은 해박한 지식을 과시한다. 그는 “<동의보감> 같은 책이나 사상의학 같은 학설은 전부 던져버려라”고 자신의 약초에 대해 강한 자심감을 보인다.
그가 여태까지 진료하고 치료한 사람은 수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암 환자만 수천 명은 족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식물이 어떤 이치로 얼마만큼의 영양성분을 저장하고 있는 걸 아는 게 의학”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해설이다.
이와 더불어 동․식물 등의 약초 기능은 해와 달․별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나무는 별들의 정기를 받아 자라고, 소나무보다 잎이 조금 더 넓은 나무는 달빛 에너지를 받아 자란다고 말한다. 참나무 등 일반 활엽수는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암은 음식이 직접 닿는 부분이라 효과가 빠르고 치료하기도 수월하다고 한다. 위암치료에는 씀바귀․보리․파․마늘 등이 효과가 좋지만 그 중에서 씀바귀와 새우젓만으로 간단히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씀바귀를 4㎏가량 캐서 뿌리와 잎만을 약탕에 넣고 화(火)기를 가해 10시간 정도 3번 반복해서 달이면 쓴맛이 없어지고 단맛이 나온다고 한다.
이를 팩에 담아서 120㏄ 하루에 세 번 복용하면 된다고 한다. 위궤양이 심한 사람은 60㏄ 먹으면 효과를 본다고 주장한다. 처음 먹으면 쓰지만 두 번째는 쓴게 덜하고 세 번째는 전혀 쓰지 않고 오히려 단맛이 느껴질 정도라고 한다. 오묘한 맛의 세계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약초에 대한 열정은 몇 마디 하지 못하는 외국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 약초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전쯤 일이다. 스페인의 한 의사한테 아마존 정글에 모은 암에 효능이 있는 약초가 서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걸 구하기 위해 직접 아마존으로 향했다. LA를 거쳐 휴스턴~콜럼비아~페루 리마를 지나 정글 가이드를 구해 경비행기를 타고 울까파라는 아마존 상류에 도착했다. 그의 표현으로는 외지인이 발을 밟은 적이 없는 작은 마을의 원주민 마당에 암 특효로 알려진 약초가 잔뜩 자라고 있었다. 이를 캐고 말려서 큰 보따리 여러 개에 담았다. 국내 반입이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들여왔다고 한다.
즉시 환자들에게 먹여서 효과를 보고 7개월 만에 소진했다. 다시 아마존으로 가려니 아득해서 잠시 건물 밖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 순간 발밑에 그 약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그는 “아! 진리는 눈앞에 있구나”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학자들은 그 풀을 땅빈대라고 하고, 그는 비단풀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그는 초지일관 “자연의 이치를 알면 현대 의학도 접근방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식물의 생육환경․특성․성격을 보면 과학적 실험을 통한 것 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한다면 현재 밝혀진 것만이 과학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세계가 전부 현대 과학이라는 말이다. 그를 통해 과학의 세계가 더욱 아리송하게 느껴졌다.
최진규씨가 자신이 쓴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지중
05.09,2012 at 7:20 오후
저도 산행하면서 나물과 약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최진규선생님 좋아하는데…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크랩으로 제 불로그와 페북에 퍼 갑니다
깨달음(인회)
05.10,2012 at 4:08 오후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