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5일 지리산둘레길 완전 개통을 앞두고 5월9~23일까지 14박15일 동안 지역주민과 숲길 이용자에게 통합 개통식을 알리고 지리산둘레길 전 구간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지리산둘레길 이음단을 발족,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종주 행사를 벌였다.
지리산둘레길 이음단은 남녀노소 불문, 전국에서 참가를 신청한 123명을 대상으로 14명을 선발했다. 선발되지는 않았지만 산림청․서울시청 공무원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인원은 10대부터 70대까지 고른 분포를 보였으며, 지역별로도 서울 3명․경기 2명․충북 1명․전북 2명․경남 4명 등 골고루 분포됐다.
새로 개통된 지리산둘레길을 개통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숲길 속에 있는 계곡을 건너고 있다.
이들은 5월 9일 지리산 밤재에서 이음단 출범식을 가지고 ‘한마음 이음단’과 ‘푸르미 이음단’으로 나눠 각각 출발했다. ‘한마음 이음단’은 밤재에서 구례 방향으로 하동~산청~함양을 거쳐 다시 출발지역인 밤재로 돌고, ‘푸르미 이음단’은 밤재에서 함양 방향으로 산청~하동을 거쳐 다시 구례 밤재로 원점회귀 했다.
지리산둘레길 종주에 참가한 이음단 일행이 첫날 구례 밤재를 떠나 걷고 있다.
이들 중 ‘푸르미 이음단’의 첫 코스인 밤재에서 구례 남원호텔 앞 유랑펜션까지 동행하면서 왜 이음단에 참가하게 됐는지 다양한 이유를 들어봤다. 다들 신변노출을 꺼려 실명 밝히기를 거부해 성별과 세대로만 기록한다.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 참가자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밝혔다. 컨설팅 회사를 다니다 회계사가 되기 위해 몇 년간 공부했으나 계속 실패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왔다는 것이다. 아는 스님의 권유로 신청했으며, 차분히 걸으면서 그동안 지나왔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하나씩 정리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녀에게는 지리산둘레길을 완주하며 계속 회계사 공부를 할 것인지, 취직을 할 것인지 진로선택의 기로에 있는 셈이다.
걷는 사람은 다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 지리산둘레길 종주에 나선 사람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종주에 참가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걷고 있다.
40대 후반의 주부 참가자는 “걸으면서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배우고 싶어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연과 인간은 수시로 변하면서도 본질은 그대로인 점은 같은데, 자연은 아무 조건 없이 베풀고 다 주는 반면, 인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걸으면서 계속 생각을 해보면 진정한 사랑을 알고 해결방법이 있을까 싶어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아들은 고교시절 꽤 공부를 잘 했으나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좌절한 아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위로보다는 더 상처를 주는 말을 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녀에게는 자연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알고 싶어 참가한 것이다.
개통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지리산둘레길을 걷고 있다.
30대 초반의 남자 참가자는 “다니던 전기관련 연구직 직장을 관두고 앞으로 농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원 박사과정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사직한 뒤 몇 개월 동안 고향 시골에 있었으며, 3개월 전부터 하루 평균 10㎞ 가량 걸어 워밍업도 충분히 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지리산둘레길 종주를 끝내고 본격 젊은 귀농인의 삶을 살 작정이었다.
이외에도 약간 야윈 10대 남자 청소년 한 명은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이모가 나 몰래 신청해서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피부병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여자 청소년은 “혹시나 아토피가 치료될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다들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14박15일 동안 지리산둘레길 274㎞를 완주하면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육체적 걷기로 정신적 위안과 해답을 얻으려는 시도인 것 같았다. 이들과 끝까지 같이 걷지는 못했지만 쉬지 않고 걸으면서 나름대로의 모든 고민이 해결되기를 건투를 빌어본다.
지난 5월 25일 지리산둘레길 총 274킬로미터가완전 개통됐다. 개통예정이라고 쓰여진 구간도 이젠 이정표가 세워져 초행길의 사람들도 자세히 길을 안내해준다.
정태덕
06.17,2012 at 6:51 오후
가고싶고 걷고싶은길입니다갈수없는제게는 보는것만으로도 꿈이됍니다 글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