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과 엄홍길 대장이 함께 산행 할 확률은?


세계 첫 히말라야 16좌에 오른 인물과 현직 대법원장이 함께 산행할 확률은? 어림잡아도 로또에 당첨될 600만~700만분의 1 확률보다 낮을 것 같다. 우스개 같은 단순 비교지만 한국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잡으면 각각 확률이 5천만분의 1로서, 그 가능성은 무려 2천500조분의 1이 된다. 그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이만한 행운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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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대학시절 용문산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용문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세계 첫 히말라야 16좌에 오른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용문산 산행을 함께 하는 2천500조분의 1의 가능성을 현실화했다. 그것도 1박2일 야영으로. 지난 5월 25~26일 후배 법관과 직원 등 10여명이 용문산 주변에서 야영한 뒤 조계골~용조봉~중원산~조계골 마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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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엄홍길 대장 및 일행들과 함께 중원산 숲길 등산로를 오르고 있다.

대법원장은 알려진 대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등산 마니아다. 고교 시절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50여 년 동안 한 순간도 산을 멀리한 적이 없다. 이날도 야영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능숙한 솜씨로 텐트를 쳤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일행들이 하도록 내버려 둘 만도 한데, 솔선수범해서 장비를 직접 챙기면서 뚝딱 해치웠다. 모두 합심해서 텐트 7동을 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0분도 채 안 걸렸다. 대법원장이 텐트를 고정시키는 못을 박는 모습이 부담스러웠던지 후배 법관이 “저한테 주십시오. 저가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대법원장은 바로 받아 “이건 힘으로 되는 게 아니네, 숙련된 솜씨로 단단히 고정시켜야 하네”라고 웃으며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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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엄홍길 대장과 잠시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정도면 누구나가 대법원장이 왜 그토록 산을 좋아하고 등산과 야영을 즐기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동행한 엄홍길 대장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등산을 왜 하시고,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됐습니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참 어렵습니다. 모든 취미가 그러하듯 타고난 성품과 맞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저 마음속에 저도 깨닫지 못하는 방랑벽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요? 고교 시절부터 등산반에 들어 산행을 시작하고 그 이후 점점 더 심취하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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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과 엄홍길 대장이 전망 좋은 지점에서 봉우리를 가리키며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장과 방랑벽,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다. 대법원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법전을 항상 곁에 둔 대법관이 사회나 주변 사람들에게 훈계만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준다. 그런데 대법원장 스스로 방랑벽이 있단다. 이런 걸 ‘부조화의 조화’라고 해야 하나. 어쩌면 아슬아슬한 조화일 수도 있다. 방랑벽은 여차하면 떠나버리면 그만이지만 대법원장이란 자리는 한 국가 사법권의 최고 책임 공직자로서, 떠날려야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그 아슬아슬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대법원장의 성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본인의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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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조봉 정상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물을 마시고, 엄홍길 대장은 소나무에 머리를 기대 기를 받고 있다.

“나는 개인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격하고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며, 인간을 일정한 틀에 묶어두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 법의 사명은 이런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다.”

2011년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때 본인이 직접 한 모두발언이다. 그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구다. 대법원장은 그의 자유분방한 방랑벽을 공직이라는 자리에 얽매여 떠날 수 없기에 등산이라는 자연과의 교감행위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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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텐트를 치고 있다. 절대 연출이 아니다.

“나도 내가 왜 산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누가 나를 특별히 산에 이끈 것도 아니고, 산을 가까이 한 데에 무슨 별다른 계기가 있은 것도 아닙니다. 마치 산에 홀린 듯이 저절로 산에 다가갔다고 해야 할는지…. 고교(경남고)시절 왜 내가 산악부에 가입했는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지가 않아요. 하지만 등산이 좋은 건 알고 있습니다. 등산은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의 평정을 주며 무한한 인내심을 길러줍니다.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고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 고민하며 사색하여야 하는 법관에게 적합한 운동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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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텐트를 고정시키는 못을 직접 박고 있다.

그의 등산예찬론을 들으면서 아침 일찍 산행은 시작됐다. 전날 야영하면서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다들 몇 시간 자지 못했지만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아침 먹고 치우고 텐트 걷고, 모닝커피까지 마시는 호사를 해도 7시45분쯤 모든 출발준비를 마쳤다. 숙련된 등산가인 대법원장으로부터 오랜 노하우를 터득한 일행들의 야영장비 처리 솜씨도 능숙했다. 야영의 ‘야’자와 등산의 ‘등’자도 모르는 법관들이 대법원장이 대법관 시절 법원산악회 회장(2005년~2009년 4월까지)을 맡아 산악회를 재건하면서 같이 등산 다닌 덕분에 지금은 다들 등산전문가와 야영전문가가 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산이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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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자락 용조봉 근처 숲길 등산로에서 양승태 대법원장과 엄홍길 대장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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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과 엄홍길 대장이 함께 야영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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