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올해는 계사년 뱀(巳)의 해다. 뱀은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 중 여섯 번째다. 한자 사(巳)는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형상을 딴 글자로 일어서는 기운을 뜻한다. 시간으로는 사시(巳時)라고 하여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를 가리킨다. 달(月)로는 식물이 한창 자라는 때인 음력 4월을 의미한다. 이 때는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움트는 계절로 우리 조상들은 뱀이 한꺼번에 많은 알과 새끼를 낳기 때문에 다산성을 상징한다고 해서 뱀을 풍요와 재물의 가복신(家福神)으로 여기기도 했다.
뱀 모양을 묘사한 지명 중 뱀이 개구리를 쫓아가는 지형인‘장사추와형(長蛇追蛙形)’은 먹을 것이 풍부한 좋은 터로 풍수지리가들이 일컫는 명당이다.전라남도 고흥군 영남면의 ‘사도’, 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읍 신성리 ‘사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혜와 풍요, 불사(불로장생)를 상징하는 뱀은 십이지 동물 중 상상의 동물인 용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털과 발이 없는 동물로서 우리 문화에 숭배와 질시를 동시에 받아왔다.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업구렁이로, 영생불사의 수호신으로,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두려운 동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중적 이미지는 우리 국토의 지명에도 그대로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우리나라 150여만 개 지명 중 뱀과 관련된 지명이 208개나 된다고 밝혔다. 전라남도가 41개로 가장 많고, 경상북도가 32개, 경상남도가 31개의 순서로 나타났다. 대체로 남부 지방에 뱀 관련 지명이 많이 분포하는 것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농경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명의 종류별로는 마을 명칭이 157개로 가장 많았으며, 섬의 명칭이 15개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전국에 뱀과 관련된 산은 몇 개나 있을까? 용의 지명의 6분의 1 정도 수준인 14개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지명까지 고려한다면 조금 더 늘어날 여지도 있지만 현재 조사한 바로는 그렇다.
춘천군 서면 안보리의 뱀길이마을은 마을에 있는 골짜기가 뱀모양 처럼 생겼다고 하여 뱀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먼저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에 뱀머리 처럼 생긴 산이라고 해서 뱀용산이라는 산이 있다.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에는 산세가 뱀 같이 생겼다 해서 뱀째산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는 옛날에 이 산에 독이 많은 뱀이 있었다 해서 독조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경북 의성군 가음면에는 산 모양이 큰 뱀(大蛇)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뱀산이라는 산이 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는 산 모양이 뱀 꼬리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파산이라고 부르는 산이 있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는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자, 억울하여 꼬리로 산을 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억산이 있다.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에는 양사곡산이 있다. 덕진산성 동남쪽에 있는 이 산은 뱀 두 마리 형태의 산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전남 보성군 문덕면에는 배암산이라고 있다. 이 산은 산의 형체가 뱀이 바위를 휘감고 있는 형체와 같다고 해서 배암산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전남 나주시 왕곡면에는 두류산이 있다. 이 산은 내동 동쪽에 있는 산으로, 뱀 같이 길게 뻗어 있기 때문에 두류산으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는 뱀등이라는 산이 있다. 이 산은 옛날 중국의 이여송이 우리나라 산천을 답사할 적에 이 곳에서 초중반사(草中盤蛇)의 대혈이 있다 한데서 유래한다. 그 뒤 사람들이 비암등으로 부르다 현재는 뱀등이라 부른다. 전북 임실군 임실읍에는 용요산이 있다. 이 산은 옛날에는 큰 뱀이 있다하여 사요산이라고 불렀는데, 후에 이 산 모양이 구름을 타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 같다고 해서 용요산이라고 불렀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는 사두봉이라는 산이 있다. 옛날 이 산 봉우리가 높아 봉화를 올렸다 하며, 봉우리가 뱀 같이 생겼다 해서 사두봉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는 뱀산이라는 산이 있다. 이 산은 봉우리에 뱀혈의 묘자리가 있다 하여 뱀산이라 부르게 됐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에는 뱀처럼 생겼다 해서 뱀재라고 하다가 지금은 배미재라고 부르는 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