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의 3부류 중에 먼저,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경우에 이어, 두 번째로 나를 좀 아는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다. 이메일로 상담을 하는 경우는 주로 젊은이들의 취업과 연애문제가 많다. ‘내가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했어요. 너무 가슴이 아파요. 어떻게 하면 치유하고 수습할 수 있습니까’ 라는 메일을 보낸 여성이 있었다. 그 남자친구와 지금 배신당해서 헤어지는 게 낫느냐, 나중에 애 낳고 배신당하는 게 낫느냐. 그 친구는 배신할 싹수가 노랗다.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을 사람을 통해서 가르침을 준거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편하다고 답을 준다. 그래서 더욱 성숙된 새 만남을 가지라고 말해준다.
조계사 경내 전체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불자들이 모여 혜민스님의 행복강연을 듣고 있다.
마지막으로 진짜 중요한 나와 너무 친한 가족․친지로부터 상처를 받는 경우다. 의외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부모님의 무관심 때문에 너무 서운했어요. 엄마가 나한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해요. 스님까지 저를 무시하시면 저 죽어요.’라는 무시무시한 메일을 보내옵니다.
엄마역할은 거울이 돼서 비춰주는 것이다. 아이가 얘기하면 엄마가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가 무관심하면 거울이 없어지는 것이다. 행동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걸 느끼고, 다른 사람도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또 엄마가 나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고 느끼는 경우다. 통제하거나 집착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경우 또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대 대학원생의 6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공부할 때 제일 행복했다가 아니고 공부하는 의미를 모르고 공부한다. 그러다 30세 넘어 행복을 찾는 경우가 있다. 엄마의 눈으로 볼 때는 일탈이 시작되는 것이다.
혜민스님이 법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엄마들이 그러는 이유는 대개 엄마가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것을 못해서 아이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거나 컴플렉스 해소용인 경우가 많다. 아이를 통해서 내 삶을 살려고 하지 말고 부모가 먼저 해야 아이가 따라 한다. 자식은 부모 행동 보고 따라한다. 자식들 속으로 “자기는 안 하면서…”하는 심리가 있다. 아이에겐 약간의 무관심이 때로는 더 도움이 된다. 부부는 서로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맞장구 쳐주는 게 힐링이다. 즉 다른 사람 얘기 잘 들어주는 게 힐링인 것이다.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조계사 안팎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내 안에 고통이 많은 경우 남의 고통 받아들일 수 없다. 먼저 내 안에 있는 아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관심이라는 공간에 사랑을 기울여주면 나도 모르게 아픔을 풀린다. 기도나 명상, 좌선 통해 승화시킬 수 있다. 운동 많이 하면서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하루 30분 만이라도 혼자만을 아껴주는 시간을 가져라. 응어리 졌던 것 풀어주면 그것이 힐링이다. 하루에 마음 치유시간, 명상시간 단 5분이라도 가져라.
혜민스님이 강연을 마치고 나가자 많은 불자들이 따라 나서고 있다.
자, 마지막으로 손을 자유롭게 하고 편안하게 눈을 살짝 붙이고, 손은 무릎에 편안히 둡니다. 숨을 편안하게 들이쉬고 편안하게 내쉬고 편안하게 들이쉬고 내쉬고, 오른손은 내 심장에 얹어 어루만져주라. 몸아! 참 고맙다. (반복) 내 것이라고 당연히 여기면서 (반복) 막 쓰고 살았는데, 네가 있어서 이생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우는구나. 마음아! 참 고맙다. 네가 아프다고 그래도 무시하고 살았는데, 네가 있어서 이생에 와서 많은 것을 배웠구나.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나는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한테 치어 상처받았던 (반복) 나를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 당하면서 아팠던 나를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 보기에 좀 부족하게 보일 수 있어도(반복) 나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반복) 나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반복) 나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반복) 그를 용서할 수 있기를 (반복) 그를 잊고 내 삶을 살아야 하기에 그를 용서할 수 있기를.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를 용서할 수 있기를.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있기에 내가 행복해지기를.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혜민 스님의 강연이 끝나자 우중에도 불구하고 조계사를 꽉 채운 불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는 진정 이 시대의 힐링 멘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