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금강송숲길. 소나무는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나무이며, 한국인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나무다. 금강송은 금강산 소나무란 뜻으로 강송(剛松)이라 불리기도 한다. 울진 금강송 군락은 총 2,274㏊로, 여의도 면적의 8배에 해당한다.
소나무숲이 우거진 울진 금강소나무숲. 그 속으로 숲길이 나 있다.
금강송숲길은 한국에서 자연상태로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 꼽힌다. 사람 손이 덜 탔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더 찾을지 모른다. 금강송군락지는 현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전국에 6개 지역뿐이다. DMZ, 점봉산 일대, 계방산 구역, 가리왕산 일대, 울릉도 등과 함께 희귀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에서 지정한 곳이다. 이들 지역은 수려한 경관과 천혜의 산림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
금강송숲길에 들어서면 왼쪽에 있는 최고령 소나무가 반긴다.
그 중의 한 곳인 금강송숲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산림청에서는 아예 하루 80명 이내 최소 인원만 예약 받아 탐방을 허용한다. 예약한 사람들에게는 숲해설사가 따라붙어 금강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조금 더 올라가면 못 생긴 소나무가 숲속에 있고, 소나무와 참나무의 연리목도 보인다.
이날은 곽순영 숲해설사가 나섰다.
“소광리는 지명에서 보듯이 빛을 부르는 지역입니다. 부를 소(召)에 빛 광(光)자를 써서 이 지역엔 빛이 많이 듭니다. 소나무는 양수 또는 극양수에 해당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햇빛을 보고 자랍니다. 따라서 소광리는 소나무가 자라기엔 적합한 지역인 것입니다. 이곳엔 200~300년 된 소나무가 8만여 그루 있으며, 입구에 보호수로 지정된 530년 된 소나무(1480년 성종 9년에 심은 나무)가 금강송 군락의 산증인 입니다. 이 소나무는 산림청보호수이기도 하며, 울진군 상징목이기도 합니다.”
미끈하게 잘 빠진 미인송을 한 방문객이 안아보고 있다.
곽 해설사는 따라 금강송숲길을 일제히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도 모두들 감탄 일색이다. 하나같이 미끈하게 잘 빠진 소나무들이 우뚝 솟아 있고, 묘목들도 숲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함박꽃, 산목련 등 관목들도 틈틈이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금강송 우거진 숲길을 지나가면 그냥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못생긴 소나무’도 나온다. 누가 못생긴 소나무라 했나. 기묘하게 생긴 모양새가 오히려 더 기품 있어 보인다. 곽 해설사는 “못 난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며 목재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굽은 나무는 사람들이 베어내질 않아 오래도록 보존된다는 얘기를 전했다.
소나무숲길 옆으로 조그만 계곡이 있어 쉬어가기도 안성맞춤이다.
120년 된 소나무와 80년 된 졸참나무의 공생목도 눈길을 끈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술 취한 참나무가 소나무에 앵긴 모습”이라며 농담을 건넨다. 정말 희한하게 생겼다. 전혀 다른 뿌리에서 자라다 중간 줄기에서 참나무와 소나무가 뒤엉켜 한 줄기가 됐다가 다시 떨어져 자라고 있다.
계곡 위 다리를 지나고 있다.
이어 350년 된 아름드리 미인송이 하늘을 향해 높이 죽죽 뻗어 있다. 사람들이 모두 한번씩 안아보기에 여념 없다. 안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성인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을 정도의 줄기다.
숲속의 향기가 상큼하다. 피톤치드를 제일 많이 내뿜는 시간이 10~14시 사이다. 지금 딱 그 시간이다. 피톤치드는 침엽수일수록 많이 내뿜는다. 공기가 상큼할 수밖에 없고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금강송숲길은 끝나도 계곡 옆 오솔길로 숲길 3구간이 계속된다. 모두들 기분이 한껏 업그레이드 된 상태다. 걸으면 걸을수록 힘은 들지만 오히려 힘이 생기는 듯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