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 연꽃 군락지 무안 회산 백련지… 법정스님 책에서부터 알려져

연꽃이 피는 계절이다. 연꽃은 7월부터 8월까지, 늦으면 9월까지 핀다. 연꽃단지는 전국에 몇 군데 있다. 그 중에 동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무안 회산 백련지(回山 白蓮池) 연꽃을 으뜸으로 꼽을만하다. 걷는 길은 무안의 대표적인 자랑거리인 갯벌과 연계시켜 걷기로 한다. 이 더운 여름에 누가 갯벌을 걷겠나 할지 모르지만 이 더운 여름에 해수욕장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갯벌도 바다와 접해있고, 걷다가 더우면 언제든지 시원한 바다에 풍덩 뛰어들 수 있다.

회산 백련지에서 피는 백련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7월부터 9월까지 상시적으로 은은하게 꽃을 피운다.

회산 백련지에서 피는 백련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7월부터 9월까지 상시적으로 은은하게 꽃을 피운다.

연꽃은 꽃말이 순결과 군자이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불교와 관련이 깊다. 불교에서는 연꽃을 만다라화(曼多羅華)라고 한다.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오묘한 법칙이 연꽃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연의 뿌리는 진흙 속에 있고, 줄기는 물에 서 있으며, 꽃은 물 위에서 피는 삼라(森羅)의 모든 세계를 공유한다. 이는 지하의 세계, 지상의 세계, 하늘의 세계 또는 전생, 현세, 천상의 3세를 상징하는 꽃으로 신성시한다.

또 연꽃의 씨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아, 적당한 발아의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지 싹을 발하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2,000년 묵은 종자가 발아한 예도 있다. 다른 식물과 달리 꽃이 피면서 열매가 생기는 것을 인과(因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라 하여 ‘삼세인과(三世因果)’라고도 한다. 이를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불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성불(成佛) 사상을 그대로 반영한 나무라 하여 더욱 귀하게 여긴다.

무안 회산백련지를 가로질러 조성된 데크 사이로 연꽃을 보며 걷고 있다.

무안 회산백련지를 가로질러 조성된 데크 사이로 연꽃을 보며 걷고 있다.

연꽃이 지닌 불성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우선 연꽃은 늪이나 연못의 진흙 속에서도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낸다. 이를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한다. 연은 진흙 속에 몸을 담고 있지만 더럽혀지지 않고 자신의 청정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본시 청정하여 비록 나쁜 환경 속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그 자성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불교의 기본교리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다. 이를 ‘개화즉과(開花卽果)’라고 한다. 보통 식물은 꽃이 피고 난 다음에 암술과 수술이 연결이 되어야만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연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겨난다. 이것은 모든 중생은 탄생과 동시에 불성을 지니고, 또 성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연꽃은 고귀한 기품을 지니고 있다. 세속을 초월한 깨달은 경지를 연상케 한다. 이와 같이 연꽃은 불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멸종위기종인 물닭이 회산백련지를 유유자적하게 자맥질을 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물닭이 회산백련지를 유유자적하게 자맥질을 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물닭의 모습.

멸종위기종인 물닭의 모습.

연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많은 관련이 있다. 연은 뿌리에서부터 줄기․잎․꽃 등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잎은 수렴제나 지혈제, 또는 연잎밥을 싸는 데 사용한다. 민간에서는 오줌싸개 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잎자루와 열매도 부인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약용과 식용으로 쓴다. 꽃받침은 꽃꽂이로 활용된다. 땅속줄기인 뿌리를 연근(蓮根)이라 하며, 비타민과 미네랄의 함량이 높아 생채나 요리에 많이 이용한다. 연뿌리를 달인 물은 입안 염증이나 편도선염에 좋고, 즙은 폐결핵, 각혈, 하혈치료에 좋다.

회산백련지에는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이 군락을 이뤄 학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회산백련지에는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이 군락을 이뤄 학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멸종위기종 가시연꽃의 모습.

멸종위기종 가시연꽃의 모습.

무안 회산백련지는 이렇게 유익한 연이 동양 최대 규모의 군락을 이룬 방죽이다. 면적만 무려 33만여㎡(10만여 평)에 달한다. 방죽 둘레거리가 3㎞남짓 된다. 그 방죽에 연꽃이 가득 자라고 있다. 가히 장관이다. 주종인 백련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에 있는 가시연꽃과 심연식물 13종, 수변식물 9종, 부유식물 2종 등 다양한 수생희귀식물이 자란다. 그 일대에서 무안 연꽃축제를 8월14~17일까지 개최한다.

연꽃축제 기간 중에 열리는 품바공연에 많은 관람객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무안군청 제공

연꽃축제 기간 중에 열리는 품바공연에 많은 관람객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무안군청 제공

읍면민 합창경연대회를 비롯해서 연등밝히기, 내손으로 소원지 달기, 연꽃길 보트탐사 등 체험행사와 향토음식관, 농수특산물 홍보․판매관, 시골장터, 다문화가정 나눔장터 등 다채롭게 열린다. 무안의 으뜸 무형문화재급에 속하는 품바공연도 선보인다. 연음식경연대회와 한여름밤의 백련음악회 등 남도의 소리의 향연이 펼쳐져 여름날 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축제기간 중 매년 30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아 축제를 즐긴다. 연꽃축제는 무안 알리기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았다. 

회산 백련지에서 축제 기간 중에 보트를 타는 체험을 하고 있다.

회산 백련지에서 축제 기간 중에 보트를 타는 체험을 하고 있다.

축제 주행사장이 바로 회산백련지. 백련 자생지가 위치한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가 회산마을이다. 회산(回山)은 ‘온 세상의 기운이 돌고 돌아서 다시 이곳에 모인다’는 의미로 유래한다. 회산 백련지 주변의 마을 이름도 연꽃과 관련이 깊다. 복용리의 ‘용’도 연꽃 ‘蓉’이다. 또 백련지 입구마을 또한 ‘연화동(蓮花洞)’이다. 백련지가 조성되기 전부터 있었던 마을이 어떻게 ‘연’과 관련된 이름을 갖게 된 건지 궁금하다.

무안 백련지에 연꽃이 활짝 피어 있다.

무안 백련지에 연꽃이 활짝 피어 있다.

무안 백련지의 연꽃은 화려하지 않게 7월부터 9월까지 계속해서 꽃을 피운다.

무안 백련지의 연꽃은 화려하지 않게 7월부터 9월까지 계속해서 꽃을 피운다.

백련지는 일제시대에는 인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였다. 10만여 평의 평야지대에 주민들이 직접 삽과 가래를 활용해서 만든 인공 저수지였던 것이다. 해방 이후 1955년 저수지 옆 복룡리 덕애마을 주민들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12그루를 심은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의 기능은 1981년 영산강 하구둑 공사가 완공되면서 저수지 기능은 상실하고 백련지가 제대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백련을 심은 그 주민은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이 12마리가 내려와 앉은 모습이 백련이 피어나는 모습과 흡사하여 그날 이후 정성을 다해 연을 보호하고 가꿔, 동양 최대 군락지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같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증언하는 내용이다. 

백련과 달리 홍련은 백련보다는 빨리 꽃이 피고 진다고 한다.

백련과 달리 홍련은 백련보다는 빨리 꽃이 피고 진다고 한다.

이곳에서 자라는 백련은 홍련처럼 일시에 화려하게 피지 않고 7월부터 9월까지 잎사귀 아래 보일 듯 말 듯 숨어서 피는 특성이 있다. 화려함보다는 연꽃 자체의 은은하고 고귀한 우아함을 자아내는 것이다. 최근 멸종위기 식물로 알려진 가시연꽃의 집단서식지가 발견돼, 학계에 관심을 끌기도 한다.

무안 회산 백련지는 그 규모면에서 동양 최대여서 한국판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무안 회산 백련지는 그 규모면에서 동양 최대여서 한국판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회산 백련지가 늦게 조성된 탓도 있지만 1990년대 초까지 전국적인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다. 그러다 20여 년 전쯤 법정스님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란 저서에서 백련지를 언급하면서 ‘한 여름 더위 속에 회산백련지를 찾아 왕복 2,000리를 다녀왔다. 아! 그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어째서 이런 세계 제일의 연지가 알려지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한 두근거림과 감회를 느꼈다’고 쓴 것이 널리 알려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1997년엔 무안 연꽃축제를 시작하면서 더욱 알려나갔고, 2001년엔 동양 최대 백련 서식군락지로 한국판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지금은 평일에도 외지에서 방문객이 제법 찾을 정도가 됐다.

백련지를 가로지르는 나무데크도 조성돼 있어 연꽃을 옆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백련지를 가로지르는 나무데크도 조성돼 있어 연꽃을 옆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회산백련지는 그 규모만큼이나 저수지 둘레가 3㎞나 된다. 중간에 가로지르는 나무데크까지 포함하면 둘러볼 수 있는 거리만 4㎞ 가까이 된다. 저수지 주변은 생태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수상유리온실과 세계 연전시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 해도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연꽃축제 기간 중에 많은 외국인들도 참석, 연차를 시음해보고 있다.

연꽃축제 기간 중에 많은 외국인들도 참석, 연차를 시음해보고 있다.

전남 문화해설사 최원숙씨가 회산백련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같이 한 바퀴 돌았다. 마침 그녀와 걷는 중에 멸종위기에 가까운 물닭이 갑자기 날개를 퍼덕이며 물 위를 날았다. 시꺼먼 오리 같이 생긴 것이 생전 처음 보는 종이었다. 처음 물닭을 본 감흥은 둘레길을 걸을 때 내내 이어졌다. 곳곳에 구비된 쉼터와 다양한 야생화는 가끔 햇빛에 노출돼 걸었지만 전혀 지겹지 않게 했다.

7월의 연꽃은 아직 화려하지 않다. 아니 연꽃 자체가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우아하고 수수한 자태를 그대로 뽐내고 있다. 최씨는 “회산백련지의 백련은 한 순간에 활짝 피었다가 지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상시적으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그런 연꽃이다”고 자랑했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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