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 이어 북한산성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축성된 북한산성은 한양도성과 맞닿은 훌륭한 산성으로서 남한산성 이상의 기능을 1천여 년 동안 해온 조선시대의 대표적 산성이다. 하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와 학술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태까지 과소평가돼 왔다.
북한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화약무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새로운 축성기술이 더해지고 숙종 때 많은 축성사업을 통해 배출된 전문인력과 기술력이 집약된 조선시대 토목공학 기술의 결정체로 꼽힌다. 또 숙종 재위기간 중 이뤄진 마지막 산성이자, 당대 최고수준의 장인들이 총동원된 한양의 배후산성으로서 축성 이후 수개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잔존성벽이나 구조물들은 대부분 축성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산성이다.
이러한 북한산성을 고양시에서는 지난 2011년 5개년 계획을 세워 점차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다는 목표대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가 3차년도. 성벽 관련 지표조사는 2012년 이미 마쳤다. 올해 1월16일엔 고양시 주최로 ‘북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정립’ 세미나를 열어 북한산성에 대한 학술평가와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오는 10월 말쯤엔 산성 관련 국제 전문학자들을 초청, ‘북한산성 국제학술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세미나에서 동아시아 산성에 대한 세계유산적 가치와 북한산성을 비교 연구할 방침이다.
지난 1월 열린 세미나에서 김성태 경기문화재단 북한산성문화사업팀장이 발표한 <북한산성과 남한산성의 비교연구>에서 ‘①조선후기 성곽발달사에서 북한산성은 남한산성과 화성을 잇는 가교이며, ②남한산성은 경도(京都)의 보장처로, 북한산성은 왕실 피난처로 축조됐다. ③남한산성에서는 인조의 나약함을, 북한산성에서는 숙종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④남한산성에서는 위기국면에서의 다양한 인간상을, 북한산성에서는 조선 후기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⑤남한산성은 도립공원이면서 경기도 산하의 3개 시군에 걸쳐 있고, 북한산성은 국립공원이면서 서울시와 접해 있다. ⑥남한산성에는 상업지구가 발달해 있지만 북한산성에는 현재 민가가 전혀 없다. ⑦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북한산성을 남한산성의 연속 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남한산성은 지난 6월 말 유네스코로부터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증거로써의 군사유산이라는 점, 지형을 이용한 축성술과 방어전술이 시대별 층위가 결집된 초대형 포곡식 산성이라는 점, 체계적인 보존관리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점 등이 인정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북한산성과 연계가 가능한 남한산성은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한양도성은 문화재청에 세계유산 등재 잠정목록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북한산성은 1968년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제162호로 지정돼 있다.
김수현 고양시 학예연구사는 “북한산성은 단위 유적으로서도 세계에서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가치를 지닌 유적이며, 탕춘대성과 남한산성 및 한양도성을 묶어 조선시대의 도성과 방어성이라는 완결된 방어시스템으로서 그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남한산성과 한양도성만 부각된 점이 없지 않아, 앞으로는 북한산성의 가치평가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올 10월 예정된 국제학술대회도 이 같은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경기도와 고양시, 경기문화재단에서 북한산성문화사업팀을 발족해 성벽 복원과 함께 북한산성 행궁지 발굴작업 등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북한산성 행궁은 북한산 상원봉 아래 내전, 외전, 부속건물 모두 합해 124칸에 이르렀으며, 일제 때 방치돼 있다가 1915년 7월 북한산에 퍼부은 대홍수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