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계절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1년 중 가장 야외활동이 많은 시기가 10월이다. 10월의 전국 국립공원 방문객은 연 최고치를 기록한다. 봄철 행락객보다 가을 단풍객이 훨씬 더 많다. 최근에는 걷기붐에 편승해서 10월의 나들이객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걷는 연령도 점점 고령화 되고 있다. 젊은층도 물론 있지만 특히 50대 이상 여성들이 더욱 길을 나서고 있다. 몇 년 전 길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아주머니는 “자식들 다 키우고 내 자신만의 시간과 여행을 즐기기 위해 혼자 왔다”고 말했다. 50대 여성들이 길로 나서는 이유는 자신만의 여행과 시간을 즐기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건강하게 살려는 의지, 즉 웰니스((Wellness=Well-being+Fitness 또는 Happiness)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걷기는 신체적 활동과 자연과의 연계된 정신적 안정, 의료비 지출감소와 같은 국민경제적 이익 등 여러 측면에서 개인건강과 국민보건에 도움을 준다. 먼저 신체에 어떤 도움을 줄까. 미국 보건부(USDHHS․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의 2008년 자료에 따르면 지속적인 운동으로 관상동맥질환․고혈압․뇌졸중․대사증후군․제2형 당뇨병․유방암․결장암․우울증․낙상 등을 줄이는 증거를 과학적으로 입증했고, 심폐 및 근육건강증진․건강한 체질량과 체성분․골건강 향상․기능적 건강증진․인지기능증대 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병원에서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만성폐질환과 일부 암 등 4대 질환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률이 50% 이상에 이르며, 이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주요 위험인자는 흡연, 영양부족과 신체활동 부족이라고 발표했다. 한마디도 전 세계인들이 심각한 운동부족으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방암의 10%, 결장암의 10%, 제Ⅱ형 당뇨병 7%와 심혈관질환 6%가 신체활동 부족이 원인이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운동을 제대로 했다면 전 세계 사망자 5,700만 명 중에 530만 명의 사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운동으로 전 세계 사망자의 약 9%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나아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기대수명도 높일 수 있다는 한다.
그러면 하루 필요한 운동량은 어느 정도나 될까? 성인은 주당 150분의 적당한 신체 활동을 필요로 하며, 아동과 청소년은 하루 최소한 1시간의 신체활동이 필요하다. 전 세계 인구 중 남성의 30%와 여성 40%가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하와이대학(University of Hawaii at Manoa)의 제이 매독(Jay Maddock) 교수는 “미국은 지금 심각한 앉아있는 사회(Sitting Society)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시간대별로 설명했다. 오전 6시 일어나서, 8시까지 차량으로 출근하고, 오후 4시30분까지 근무하고, 오후 5시30분까지 차량으로 퇴근하고, 6시부터 저녁 먹고, 이후 TV시청하거나 책을 본 뒤 취침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함으로써 비만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이들을 운동을 하도록 유도할 것인가의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기울여졌다. 매독 교수는 “트레일(Trail)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른바 걷기다. 과체중을 연구하는 의료기관에서 하루 30분씩 걸어라, 하루 10분 이상씩 산책하라, 트레드밀을 계속 사용해라 등 3부류로 나눠 실험했다. 6개월 뒤 3개 그룹의 변화를 관찰했다. 2개 그룹은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고, 트레드밀을 사용한 1개 그룹은 미미했다. 주변 환경이 운동에 전혀 친화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운동기계를 집에 갖다 두더라도 초기 며칠간 반짝 운동을 하지만 그 뒤부터는 그냥 짐으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반면 집 주변에 트레일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활동을 한 가능성이 2.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트레일이 사람들의 신체활동을 상당히 돕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트레일이 집에서 가까울수록,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언덕 위에 있을수록, 기후가 좋을수록, 주말일수록 트레일 이용하는 빈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걷기를 꾸준히 하면 신체에 상당할 정도로 긍정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1주일에 20시간 걷는 사람은 발을 자극해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주며,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40% 가량 낮췄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성도 50% 가까이 떨어졌다. 심혈관 질환 예방 및 증진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우울증을 해소시킨다. 20주 동안 주3회 이상 꾸준히 걷기운동을 한 결과 체중은 1.5%, 체지방율 13.4% 감소했다. 체지방 감소는 암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억제하기 때문에 각종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 30분 걷기운동은 당뇨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약물처방보다 거의 2배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켜 관절염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근육과 뼈를 강화시켜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성이 30% 이상 낮아진다. NK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력을 강화한다.
걷기운동의 이러한 많은 신체에 미치는 긍정효과는 미국과 한국의 의학계에서 이미 인정하고 검증된 사실이다.
자연과 연계한 정신적․심리적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회생물학의 아버지(The Father of Sociobiology)’로 불리는 하버드대학 에드워드 윌손(Edward O. Wilson) 교수는 ‘생명애(Biophilia) 가설’을 주장했다. 그는 “인간은 살아 있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 본능적으로 정서적 애착을 느끼며, 살아 있는 존재들은 다른 살아 있는 존재들에 가까이 가려고 열망한다”고 말한다. 생명애 가설은 인간이 생명과 관련된 행위에 집중하는 선천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자연이 인간에 얼마만큼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관련성과도 연결된다. 병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창밖 자연경관을 항상 보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회복속도를 측정한 결과, 창밖 숲을 본 집단이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입원시간이 단축되고, 진통제 투여를 감소시키고, 수술 후 합병증까지 줄이는 놀라운 효과를 나타냈다.
이 뿐만 아니다. 도시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며칠 간 자연 속에서 살거나 트레일을 걷도록 했더니, 정신적 피로가 감소하고, 짜증 및 사고도 줄며, 문제해결 능력이 급격히 상승하고, 집중력도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자연 속에서 걸으면 집중력과 창의력이 매우 좋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에서도 ‘숲속 트레킹은 긴장, 불안, 우울에 대한 예방 혹은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걷기 운동이 육체적인 효과 못지않게 정신적․심리적 긍정영향도 상당하다는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트레일의 경제성은 어느 정도 될까? 미국 네브라스카주의 한 조사에서는 트레일에 투자되는 1달러마다 직접 의료비가 2.94달러 감소되는 것으로 발표했다. 신체활동 증대를 목적으로 할 때는 98달러나 절약할 수 있으며,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할 때는 무려 884달러나 된다고 밝혔다. 헬스장 같은 닫힌 공간보다는 자연 속에서 걷거나 운동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하와이대학 제이 매독 교수는 “국가는 트레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가져야 하며, 트레일이 틈새가 아니라 이제 주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 속에서 트레일을 이용해서 개인 건강을 챙길 뿐 아니라 의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레일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15분 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도 주문했다. 그는 “일주일에 75분간을 산책하면 공중보건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가의 보건관련 기관과 의료기관, 지자체가 함께 트레일 조성에 적극 나서면 국민건강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