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zation)는 건강이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웰빙(Spiritual Wellbeing)을 말한다고 개념규정 한다. 기존의 육체적․정신적 건강만을 얘기하던 시대에 비해서 상당히 발전한 개념이다. 사회적 건강에 웰빙까지 보태졌다. 놀라운 변화다. 웰빙은 행복한 상태로 잘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자명하다. 운동이다. 운동 중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가장 접근하기 쉽고 하기 좋은 운동이 바로 걷기다.
세브란스 정신의학과 이홍식 명예교수는 걷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의 뇌 회로는 앞을 향해 돌아간다. 걷는 것은 전향적이고, 지난 일로 다투거나 싸우지 않는다. 조용히 앉아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평화롭고 전향적이다. 걸으면서 싸우는 사람은 없다. 걸으면 평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걸으면서 충실하게 땅을 밟는 감각이 온몸에 전달되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따라서 부부싸움도 걸으면서 하라고 권고한다. 생각에 균형이 잡혀서 싸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걸을 때는 사고의 균형과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와 현상을 매우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걷기 중에서도 정상을 향하는 등산보다는 천천히 여행하듯 자연과 함께 즐기며 걷는 트레킹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숲트레킹에 대해서 주목한다. 숲트레킹도 신체적 효과와 정신적 효과로 나눠 보여준다. 숲트레킹의 신체적 효과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심혈관을 증진시킨다.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비만․당뇨․고지혈증을 줄여준다. 근․골격계를 강화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NK세포를 활성화 시켜 면역력을 강화한다.
신체에 미치는 효과뿐만 아니라 정신적 효과도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긴장을 이완시켜 정서적으로 안정을 가져온다. 긴장․불안․우울에 대한 예방 혹은 치료효과가 있다. 의욕이 증가하고 집중력을 높여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교수는 나아가 숲트레킹의 명상적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인간은 가끔 자기가 속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이 때 숲에서 걸으면 숲의 생명력을 느끼며,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일상에서 쌓인 앙금을 자연이라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숲트레킹은 규칙적인 심호흡과 함께 바람, 소리, 내음, 숲이온 등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킨다. 나아가 걸으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지며 머릿속을 비울 수 있다. 욕심도 비워진다. 걷는 길이 험하고 길수록 잡념은 더더욱 사라진다. 그 단계를 지나면 고통은 사라지고 생각과 의지로 걷던 몸이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걷게 된다. 걸으면서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 등은 일종의 깨침과 같이 해결이 되고, 주변의 소리와 냄새와 경관은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삶에 감사한 마음이 들고, 최소 3일부터 마음의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3주가 지나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른바 걸으면서 명상적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명상은 최근 서구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습관을 바꾸고 뇌를 움직이는 힘은 마음에 있고, 그 마음을 움직이는 건 바로 명상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적어도 2000년대까지는 뇌연구에 집중했고, 뇌가 중심이었다. 이른바 ‘뇌가 마음을 결정한다’가 대세였다. 하지만 2000년대를 지나면서부터 뇌에 대한 연구가 서서히 한계에 부딪히자 마음에 대한 연구로 돌아섰다. 지난 2007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의 심리치료에 무려 41.4%가 명상치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뒤이어 정신분석 치료가 35.4%였다. 과거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전통 뇌과학에서는 인간의 마음, 영혼, 정신은 모두 뇌의 작용에 의해 작동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뇌가 모든 심신작용을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달라이 라마가 미국에서 과학자들과 만나 “마음이 어떻게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서구사회에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뇌과학에서 서서히 마음과학, 나아가 마음챙김(Mindfulness)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명상의 본질이 마음이다. 명상을 반복함으로써 마음에 근육이 생기고, 뇌를 변화시키는 힘을 얻는다. 이어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되며,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는 정도가 줄어들고 스트레스도 점차 감소한다. 그 결과 마음이 바뀌면 뇌가 바뀐다. 나아가 ‘마음이 뇌를 결정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실험을 통해서 마음을 바꾸면 뇌영상화면이 달리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했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명상의 시대가 확산되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인드컨트롤을 가능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긍정효과가 더욱 더 검증되고 있다. 명상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곳이 바로 자연이다. 인간이 자연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면서 경쟁적이고 공격적 성향이 강해졌다고 환경인지론자들은 주장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 나오면 불안에 떨며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에 자연과 함께 하는 명상 프로그램이 엄청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도 현대인의 생활이 자연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이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본능적인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홍식 교수는 “참선이 정적명상이라면 트레킹은 동적명상”이라고 강조한다. 걷기의 명상적 효과는 길을 걸으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이 많이 떠오른다. 생각이 미래로 가면 걱정과 불안이, 과거로 돌아가면 후회와 우울한 감정이 생긴다. 이는 생각과 감정이 같이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걷는 매순간 호흡, 들숨과 날숨, 발바닥과 땅의 친밀감에 집중하며 걷다보면 생각이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덧 걷는 자체에 집중을 하게 되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아무런 판단 없이 ‘그냥 알아차림’의 상태에 빠진다. 일종의 불교에서 말하는 무의식 상태와도 같다. 오면 오는 것이고, 가면 가는 그런 상태. 이러한 상태가 바로 동적명상의 경지다.
이 교수는 “몸과 마음, 영성을 힐링하는 강력한 도구가 명상”이라며 “현대인들은 반드시 명상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한다. 충동과 분노에 쉽게 노출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보다 잘 추스르고 다듬기 위해서, 각종 성인병과 암과 노화예방 등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감정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서, 불안감이나 우울 등 심리적 갈등이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서, 삶의 불가항력적인 일을 성찰하기 위해서, 자기구현이나 영적(靈的)성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명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인들이 즐기는 산행이나 트레킹도 명상적 태도로 접근하면 누구나 쉽게 충분히 동적명상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힐링(Healing)이다. 규칙적 심호흡과 함께 오감을 통해 느끼는 바람, 새소리, 피톤치드, 햇빛, 숲의 음이온 등은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스트레스 완화된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벗어나려면 지금 당장 떠나라, 자연으로 들어가서 맘껏 힐링 하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