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의 채석강과 적벽강은 한국의 일몰 명소 중의 한 곳이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3호인 채석강과 적벽강이 있으며, 거기서 바라보는 황금노을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변산마실길이 그곳을 지난다. 변산마실길 3코스 적벽강노을길이다. 적벽강노을길은 격포항에서 출발해서 채석강~적벽강~반월마을쉼터~하섬전망대를 거쳐 성천마을까지 약 7㎞에 이르는 길이다. 지나는 코스마다 노을뿐만 아니라 경관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출발은 격포항이다. 격포항 주변은 항구답게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해상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한 곳이다. 옛날에는 수군의 근거지로 수군별장, 첨사 등을 두었고, 조선시대에는 전라도 우수영 관할의 격포진이 있었다. 격포항은 위도, 고군산군도 등 서해안 도서와 연계된 해상교통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특히 주변의 채석강, 수성당, 적벽강, 격포해수욕장 등이 관광지로서 각광받고 있다.
볼거리도 많다. 격포항의 수산물 시장과 주변 횟집은 갓 잡아온 싱싱한 횟감들이 넘쳐나고, 각종 수산물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어수선한 시장 사이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변산마실길 3코스 적벽강노을길이라고.
적벽강노을길을 바라보는 순간 해안가의 기암괴석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약 7천만 년 전에 퇴적한 해식단애가 마치 수만권의 책을 쌓은 듯 와층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신비감에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이른바 채석강(彩石岡)이다.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 때 이태백이 강에 비친 달 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졌다는 채석강과 비슷해서 이름 붙인 곳이다. 하지만 부안 채석강은 강이 아니라 색깔 있는 기암으로 이루어진 해안절벽이다. 그만큼 해안경관이 절경이라는 의미다.
누가 봐도 절경이다. 적벽강노을길을 조금 벗어나지만 채석강 앞 바다를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채석강을 받치고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평지를 걷다 야트막하지만 산으로 올라가려니 조금 숨이 찬다. 마침 산 위에 전망대가 있다. 앞바다를 시원하게 내려다본다. 한 눈에 격포항 앞바다가 그대로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변산반도의 바닷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이킨다. 아랫배가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다는 여러 척의 배들이 물살을 가르며 드나들고 있다.
정상에 ‘닭이봉’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닭이봉은 채석강을 우산처럼 떠받치고 있는 산 정상을 말한다. 산 아래의 격포마을이 지네형국으로 되어 있어서, 마을에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 지네와 닭이 상극이라는 것을 알아낸 뒤, 마을 사람들은 이를 제압할 수 있는 족제비상을 만들어 사투봉에 세워 닭이봉을 마주보도록 했더니 재앙이 물러갔다고 전한다. 이러한 전설에 의해 산이름을 닭이봉이라 명명했다 한다.’
닭이봉 전망대에서 왼쪽 격포항과 오른쪽 하섬 방향이 발 아래 저만치 보인다. 변산 앞바다의 시원한 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이키고는 다시 내려온다. 그리곤 길 따라 걷는다.
겨울 해수욕장은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채석강 주변은 단체로 온 사람들인 양 붐비고, 모래사장에서도 겨울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쪽빛바다를 감상한다. 대부분 연인들이다. 바다가 이들에게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어 준다.
해수욕장에서 적벽강으로 접어들 즈음 ‘해넘이채화대’ 비석이 있다. 비석에는 ‘낙조유래’라는 제목으로 글이 새겨져 있다. ‘격포의 낙조는 변산팔경 중 으뜸으로, 위도 큰 섬 덩어리와 형제섬, 고군산열도 주변의 온 바다를 진홍빛으로 물 들이는 석양의 비경이 장관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심춘순례’에서 조선의 빼어난 풍경 10경 중 하나로 전라도 부안의 변산낙조를 꼽았다.’
부안군에서도 매년 연말을 맞아 한 해를 정리하는 해넘이 행사를 벌인다. 올해도 예외 아니다. 해넘이전망대에서 바라본 닭이봉은 마치 닭 머리같이 길게 뻗어 나와 있다.
곧이어 적벽강(赤擘江)이 나온다. 적벽강은 파도와 바람이 해안에 있는 산지에 부딪혀 침식하면서 생긴 급경사면(해안애)으로, 그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숫사자와 닮았다고 해서 ‘사자바위’라고 불리는 일종의 해안절벽이다. 적벽강이란 이름은 중국 송나라 시인 소식(호 동파․1036~1101)이 놀았다는 중국 황주의 적벽강과 흡사해서 그 이름을 본 따서 붙였다고 한다. 그래도 강이 아니고 바다인데….
적벽강은 특히 붉은색 암반과 절벽에 석양 햇빛이 반사할 때 오색찬란한 절경을 이뤄 완벽한 장관을 연출한다. 해가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사람들이 자리를 떨 줄 모를 정도다.
다른 한편으로는 역암과 황토가 뒤범벅이 된 채로 퇴적 산화되어 붉은색을 띠고 있어 적벽강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만물의 형상을 한 기묘한 붉은 바위, 높은 절벽과 동굴은 조물주의 빼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듯하다. 보면 볼수록 더욱 신비감을 자아낸다. 주변에는 천년기념물 제123호인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뤄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감상요소가 널려 있다.
하섬도 저 앞에서 보란 듯 기다리고 있다. 하섬은 새우모양을 하고 있는 3만 평 정도의 조그만 섬이다. 음력 1일과 15일 사리 무렵, 각 3일 정도의 간조 때는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면서 바닷길이 생겨 걸어서도 섬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바닷길 좌우에는 김을 매는 말뚝들이 숲처럼 늘어서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섬에는 2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고,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태고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또 섬 중앙에는 지하 60m 석간수가 사시사철 흘러 넘쳐 항상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
하섬마을에서는 갯벌체험도 가능하다. 적벽강노을길은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동시에 감상하면서 황금빛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길이다. 길을 걸은 후에는 시원한 부안뽕주를 한 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교통편
격포에서 부안까지 농어촌버스가 운행하고 있어, 출발지점으로 원점회귀 하기에도 전혀 무리 없다. 부안시외버스터미널 1666-2429. 부안격포터미널 063-582-8740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문의 (사)변산마실길063)584-0456 또는 부안군청 환경녹지과 063)580-4382
캠핑
변산마실길 2코스에 있는 고사포해수욕장 소나무숲에서 캠핑을 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도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상록해수욕장에서 상록해변캠핑장(063-583-7865 또는 010-6578-0258)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 수영장, 배구장, 샤워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총 3만여 평 면적에 가로6×세로6 크기의 사이트가 150동. 전기 안 쓰면 1박 2만5,000원. 전기 사용 땐 3만원. 방갈로도 75동. 난방 가능한 사이트도 20동. 난방을 사용하면 1박 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