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 라이프’ 산에 길이 있다… 50~60대 몰리고 의사·교수 등 전문직도 관심

50대, 60대 퇴직자들이 산으로 농촌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아니 퇴직자뿐만 아니라 아직 현직에 있는 장년층도 산과 농촌을 기웃거린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레포츠인 등산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제2의 인생, 즉 ‘세컨 라이프(Second Life)’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퇴직자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제2의 인생은 음식점 창업이다. 실패율이 90%가 넘는 게 현실이다.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수 십 년 간 벌어놓은 돈만 날리고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자들의 관심을 끄는 산을 활용하는 교육기관이 있다. 지난 2010년 발족한 한국산림아카데미다. 25대 산림청장을 역임했던 조연환씨가 이사장으로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나무 식재하는 방법에 대해서 현장실습하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나무 식재하는 방법에 대해서 현장실습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산지가 전 국토의 64%를 차지한다. 사람들이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산에 대한 체계적인 컨설팅이나 교육을 해주는 기관이 없다. 산을 가진 사람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이나 퇴직을 한 사람이 산에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기관이 절실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또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운동과 건강을 위하고 소득까지 올리면서 제2의 삶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맞춤형 기관이 바로 산림아카데미다”고 역설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나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나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산림청 퇴직 뒤 한국생산성운동본부에 20년 가까이 근무했던 안진찬씨가 찾아와 산을 활용하는 교육기관인 산림아카데미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성공가능성에 반신반의 했지만 그 취지가 워낙 좋아 “한 번 해보자”고 흔쾌히 이사장직을 수락했다. 지금 대전시 교육감으로 있는 설동호씨가 당시 원장을 맡았다. 안씨는 부원장이었지만 설 원장이 교육감으로 당선 되면서 원장직을 승계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강사진의 열띤 강의에 수강생들이 귀를 기울여 듣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강사진의 열띤 강의에 수강생들이 귀를 기울여 듣고 있다.

첫 반응부터 뜨거웠다. 2011년 1기 90명 모집공고가 나가자 무려 120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다 받을 수 없어 예정대로 90명 정원으로 마감했다. 전혀 예상외였다. 무한한 자원으로서의 산에 대한 잠재수요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 잠재수요를 충족시켜줄 내실 있는 프로그램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만 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뿐만 아니라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고문 및 자문위원단을 만들었다. 고문에는 변평섭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이동섭 전 한국임업진흥원 원장 등을, 자문위원에는 김남균 한국임업진흥원장과 정은조 한국산림경영인협회장, 권병섭 한국임업후계자협회장, 김성연 한국양묘협회장, 김윤오 한국산양삼협회장, 김한영 한국분재조합회장, 유명수 한국조경수협회장, 원택상 한국원목생산업협회장, 전영우 국민대 교수 등을 위촉했다. 이들로부터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탄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산림 최고경영자과정을 수강한 사람들이 책상 위에 화분을 놓고 책과 비교해가며 실습하고 있다.

산림 최고경영자과정을 수강한 사람들이 책상 위에 화분을 놓고 책과 비교해가며 실습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1년 24번, 총 160시간 강의로 짜여있다. 연 수강료는 170만원. 현장학습이 절반가량이고, 현장은 1박2일간 실습한다. 최고의 강사와 최고의 현장으로 구성된 수업은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된다. 각 분야 최고의 강사진 중에는 건축학 분야 대가인 서울대 이전제 교수가 ‘목조주택 및 건축’을, 국내 수목장 1인자인 고려대 변우혁 교수가 ‘수목장 장소선정과 조성 기본계획’을, 양묘 1인자인 건국대 김종진 교수는 ‘양묘산업의 발전방향’을, 국내 밤 관련 1인자인 국립산림과학원 김만조 박사는 산림과학원 어천시험장에서 현장실습을 주도하고 강의한다.

 

분재에 관해서 강의를 하고 수강생들은 열심히 듣고 있다.

분재에 관해서 강의를 하고 수강생들은 열심히 듣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산양삼협회 김윤오 회장의 ‘산림복합경영 현장실습’, 박행규 대표의 ‘고로쇠 재배기술과 제품개발’, 안 인 부회장의 ‘친환경 임산물 동향과 유기농 자재사용법 민간실천 잡초방제 사례’, 이문호 박사의 ‘단기임산물 재배방법-대추․은행․복분자․헛개나무․호두 등’, 배홍섭 대표의 ‘효소와 발효식품 만들기’, 황석인 과장의 ‘유실수 접목기술’, 최명섭 박사의 ‘산에서 자라는 약용식물 재배기술’, 이승제 원장의 ‘조경수 수목 식재’, 김하선 박사의 ‘산마늘 재배기술’과 ‘산채 재배기술’, 이동섭 전 원장의 ‘산양삼 재배기술과 품질관리’, 이욱 박사의 ‘밤나무 재배기술과 수형관리 및 품종갱신’, 신창호 박사의 ‘우리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산야초이야기-곰취․구절초․고사리․둥글레․바위솔․엉겅퀴․창포 등’, 이유미 박사의 ‘야생화 재배 및 관리기술’ 등의 강의로 수강생들에게 풍부한 산지식을 제공한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화분만들기를 실습하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화분만들기를 실습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일반적인 CEO과정에서는 1기 때가 제일 좋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여기서는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산이라는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벌써 성공 가능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27일 6기 수료식을 마치는 동시에 7시 입학식을 했다. 그동안 입학했던 구성원들이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처음엔 60대 중후반의 충청권이면서 임업인이나 자영업자가 주류를 이뤘다면 해를 거듭할수록 50대의 수도권에 거주하는 기업인이나 자영업자로 바뀌었다. 또한 인맥이나 추천에 의해 오는 사람들 위주에서 필요에 의해서 오는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면서 열기도 점점 더 뜨거워졌다. 실제로 1, 2기 때는 대전 충청권이 60%였던 반면 이번 7기는 수도권이 절반이상 이었다. 조 이사장은 “이제 정상적으로 간다”고 평가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표고버섯 재배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표고버섯 재배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수강을 신청하는 사람들 90명 중 항상 10여명은 대학교수나, 의사, 설계사, 기업인 등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포함돼 있다. 특히 기업인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산을 방치한 채 소유만 하고 있던 사람이 ‘이제 뭐 좀 해보자’는 한 부류가 있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귀농하긴 어렵고 ‘농사보다 손쉽게 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오는 부류가 있다. 후자는 대부분 가벼운 등산 겸해서 운동과 건강을 하면서 덩달아 소득도 올리는 제2의 삶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라고 조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런 사람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50대 초반의 소현주씨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1기로 입학했던 소씨는 남편이 대출을 받아 무작정 산을 샀다. “뭐 하러 산을 매입했냐”며 ‘애물단지’라고 한동안 다툼이 있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돌이킬 수 없으니 산에서 뭐 할건지 공부하러 왔다”고 당시 입학소감을 밝혔다.

수강생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분재에 관해서 강의를 듣고 있다.

수강생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분재에 관해서 강의를 듣고 있다.

소씨가 애물단지로 여긴 산이 ‘보물단지’로 변하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소씨는 아카데미 동문들을 초청해서 자문을 얻었다. 무주 자락의 산에 소나무를 베어내고 고로쇠나무를 심으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문들은 “고로쇠는 상당한 규모 이상 군락을 이뤄야 사업성이 있기 때문에 고로쇠는 아니다”고 충고했다. 이들은 내려오다 호두나무 몇 그루를 봤다. 소씨에게 “호두나무를 심어보라”고 권했다. 전문가들의 눈은 역시 예리했다. 알고 권고한 건 아니지만 무주군에서는 호두나무가 중점지원사업이었고, 묘목을 지원하고 있었다. 무주영농조합으로부터 묘목 품종과 식재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호두나무를 일제히 심었다. 호두나무 외에도 임도를 개설하고 산양삼을 심고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등 군청으로부터 파격적인 지원도 받았다. 계곡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방댐도 조성해줬다. 관정도 파고 관리사도 지어줬다. 호두농장사업을 한지 이제 5년차. 기쁜 마음으로 수확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수확이다. 40대 후반에 입문한 산에서 50대 초반에 수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세컨라이프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이와 같이 산림아카데미에서 소속 행정기관의 지원사업을 확인하고 방향을 잡아주고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산양삼 가공공장을 방문해서 실습을 하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산양삼 가공공장을 방문해서 실습을 하고 있다.

6기 박행규씨는 벌써 산에서 상당한 수확을 올리는 경우에 해당한다. 어렸을 때 가난에 찌들어 살던 박씨는 “꼭 마을 뒷산을 구입해서 내가 원하는 묘목을 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푼푼이 모은 돈으로 마을 뒷산 일부를 어렵게 구입했다. 수목으로는 고로쇠나무를 심고 약초로 더덕을 심었다. 부인은 양계장을 했다. 양계장 닭똥을 산에 거름으로 뿌려 짧은 시간에 나무들이 잘 자랐다. 부창부수로 열심히 일했다. 당시 산림청에서는 만주고로쇠를 지원해줬다. 그 때 청장이 조연환 이사장이었다. 박씨가 조 청장에게 “만주고로쇠는 물도 많이 안 나오고 물맛도 우산고로쇠만큼 못하다. 우산고로쇠로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던 장본인이었다. 당시 조 청장은 담당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물어 확인한 뒤 “우산고로쇠로 바꿔 공급하라”고 바로 지시했다. 

박씨는 울릉도에서 자라는 우산고로쇠를 매입해서 집중적으로 심었다. 남들보다 빨리 심어 돈도 좀 벌었다. 우산고로쇠 묘목도 팔았다. 우산고로쇠가 산림청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니 전국에서 우산고로쇠 주문이 쇄도했다. 고로쇠나무가 자라는 숲속에 산양삼, 더덕도 심어 재배했다. 수익은 날로 늘었다. 재작년부터는 들뫼나무순과 묘목도 팔기 시작했다. 급기야 어릴 때 목표로 삼았던 마을뒷산을 몽땅 사들였다. 약 100여만 평의 산지에 고로쇠나무에 산양삼, 더덕, 들뫼나무까지 심어 수익을 창출했다. 박씨는 복합영농협 회장과 산양삼회장까지 맡기에 이르렀다. 조 이사장은 “박씨는 앞서가는 사람이었다”고 해석하면서 “그는 혼자 돈 벌려고 했던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해서 두루 같이 잘 살고 자신도 잘 사는 지혜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박씨는 지금 산에서 연매출 40여억 원을 올릴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자작나무 숲에서 산야초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자작나무 숲에서 산야초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씨는 그의 성공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산림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수강생에서 강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청산임산물영농조합법인 대표로 있는 그가 맡은 강의는 ‘고로쇠 재배기술과 제품개발’과 ‘산림복합경영 현장실습’이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사람들한테 전수해준다. 임업인이기도 하면서 인기 있는 강사이기도 하다.

청양에서 외과의사로 있는 신충수씨는 일찌감치 1기로 참가했다. 그는 현장학습시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외과의사이면서 “왜 이곳에 왔냐”라고 물었다. 그는 “장날에는 70~80만 원 정도, 평일에는 30~40만 원 정도 번다”며 “하지만 이곳에 오면 약 냄새 맡는 것보다 스트레스 날라 가고 너무 좋다. 기회만 되면 산에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릴 수 있으면 산에 와서 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장은 산림아카데미의 과정을 ‘170만원의 기적’으로 부른다. 실제 정부기관에서 하는 무료 농․임업교육은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반면 연 170만원을 내는 산림아카데미 과정에는 열의가 넘친다. 처음엔 ‘돈 받고 교육하면 누가 오겠냐’며 반신반의 했지만 어느 덧 ‘산에서의 보람 있는 제2의 인생을 가르치는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여태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 면면도 만만찮다. 삼성전자 전직 부회장, 한양건설 회장 부부, 옥천군수․신안군수․진안군수 등 지자체장 10여명, 국회의원 4명 등도 산림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했다. 이젠 수료 동호인이 500여명이나 된다. 산림 임업인으로서 막강한 파워를 형성하게 됐다. 이만한 현장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가진 집단도 없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조 이사장은 “은퇴 후 산에서 소득 올리며 좀 더 여유롭고 건강히 살고 싶다면, 그리고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산에 있다”며 “산으로 와라”고 한마디로 말했다. “돈 빨리 벌려면 농사를 지어라. 반면 산은 다른 곳만큼 빨리 돈은 벌 수 없더라도 산이 주는 무형의 자산과 가치는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산림아카데미는 40여개 단체와 MOU를 맺고 있다. 충남도청․대전광역시 등 30여 지자체, 그리고 한국임업진흥원, 한국산림경영인협회 등 10여개 산림단체와 MOU를 맺어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현장실습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수강생들이 현장실습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 원장은 “산은 매입하는 사람이 갑”이라고 귀띔했다. 산지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사는 사람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웬만한 산은 사려는 의지만 있다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도 “창업이나 일자리 창출은 산을 이용하는 게 앞으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국에 미래연구소를 설립하고 세계미래학연맹 의장을 지낸 세계적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Jim Dator) 하와이대 교수는 “농업이 미래성장산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래사회에서 농업과 식품분야가 한류의 새 주역으로 부상하며, 한국의 독창적인 식문화와 정보통신기술 등 선진 융․복합기술을 활용해 전통 농업 외에도 인류의 영양과 기호, 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다양한 생산방식을 발전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고 강연했다.

한국의 미래생존전략은 농업과 산에서 창출해야 하고, 농업과 산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래식량학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등산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산이 이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미래의 먹거리로 서서히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