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이 첫 진경산수화 그린 내연산… 12폭포 따라 걷는 길 일품

포항의 대표적인 산이자 아름다운 숲길과 계곡, 폭포가 어우러진 내연산숲길은 가을의 대표적인 걷는 길로 꼽힌다. 내연산은 겸제 정선이 청하 현감으로 있으면서 진경산수화를 그린 장소이기도 하다. 그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내연산 계곡을 이루는 12폭포는 여느 산의 풍광과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오죽하면 금강산에 빗대 소금강이라고 했겠나. 내연산숲길은 보경사 입구에서 12폭포를 거쳐 경북수목원까지 12.9㎞쯤 된다. 하지만 12폭포까지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내연산 관음폭포에서 연산폭포로 가는 구름다리 뒤로는 신선이 내려왔다는 비하대가 있다. 아래 관음굴에는 30여년 전만해도 수도승이 있었다고 한다. 관음굴 아래가 감로담이다.

내연산 관음폭포에서 연산폭포로 가는 구름다리 뒤로는 신선이 내려왔다는 비하대가 있다. 아래 관음굴에는 30여년 전만해도 수도승이 있었다고 한다. 관음굴 아래가 감로담이다.

보경사를 지나자 본격 계곡 옆으로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간다. 물소리가 매우 우렁차다. 바위도 굴러 내릴 것 같다. 계곡은 양쪽으로 능선을 끼고 있다.

내연산숲길은 내연산 12폭포를 따라 계속된다. 폭포 8개는 길을 걸으면서 바로 볼 수 있고, 나머지 4개는 길에서 200~300m쯤 떨어져 있다. 그 중간쯤 내연산 풍광의 하이라이트인 연산폭포를 만난다. 겸제 정선이 2년여 청하 현감으로 있으면서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곳이다.

능선 사이로 깊게 나 있는 계곡이 길게 뻗어 있다. 아직 단풍이 내연산까지는 남하하지 않았다. 계곡 초입부만 조금 물들었다. 내연산의 첫 단풍은 10월 중하순부터 시작한다는 소식이다. 

관음폭포 아래 감로담 옆으로 학사대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경치를 감상한다.

관음폭포 아래 감로담 옆으로 학사대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경치를 감상한다.

드디어 첫 폭포가 길옆으로 모습을 살짝 비춰준다. 두 개의 폭포가 나란히 흐르는 ‘상생폭포’다. 폭포안내판에는 ‘지금은 상생폭이란 명칭이 통용되고 있지만 쌍둥이폭포란 의미의 쌍폭이란 명칭이 오래 전부터 쓰였다. 1688년 5월에 내연산을 찾은 정시한의 <산중일기>에 보면 현재의 상생폭포를 사자쌍폭이라 적고 있다. 그 당시에도 쌍폭이란 명칭이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내연산 관음굴 앞에서 등산객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내연산 관음굴 앞에서 등산객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상생폭의 남쪽 바위더미를 ‘기화대’라 하고, 폭포수가 이룬 못을 ‘기화담’이라 한다. 이곳은 옛날 시인묵객들이 기생과 더불어 가무음곡을 즐기다가 취한 기녀가 춤을 추다 실족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은 후로 명명됐다고 전한다.

상생폭에서 불과 100여m쯤 떨어진 곳에 폭포가 연이어 나온다. 보현폭포다. 보현암 아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원래는 세 줄기로 낙하하던 폭포였기에 삼보폭이라 전한다.

내연산 하이라이트인 연산폭포에서 중년의 여성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쏟아지는 폭포에 물보라가 일어 무지개를 만들고 있다.

내연산 하이라이트인 연산폭포에서 중년의 여성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쏟아지는 폭포에 물보라가 일어 무지개를 만들고 있다.

폭포 옆으로 주상절리 같은 기암절벽도 계속 된다. 이어 물길이 세 갈래여서 삼보폭포(三洑瀑布) 모습도 보인다. 맞은편엔 해골같이 생긴 바위가 있다. 오랜 침식으로 생긴 것 같으나 눈 같이 생긴 장소엔 사람 한 명 앉을만한 공간이 있다.

네 번째 폭포인 잠룡폭포가 암벽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소리만 들린다. 잠룡폭포 아래는 거대한 암봉인 선일대(仙逸臺)를 낀 협곡이다. 여기에 용이 숨어 살다가 선일대를 휘감으면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선일대는 신선이 학을 타고 비하대로 내려온 뒤 이곳에 올랐다가 선경에 취해 내려오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선일대의 암벽은 마치 주상절리 같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있다.

이정표를 보면서 내연산숲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이정표를 보면서 내연산숲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잠룡폭포부터 관음, 연산폭포까지 세 개의 폭포를 ‘내연삼용추’라고 한다. 겸재 정선이 청하 현감으로 있으면서 그린 명승 5점 중 하나가 바로 ‘내연삼용추도 1, 2’다. 정선은 청하에서 총 5점의 명승을 남겼다. ‘청하성읍도’ ‘내연삼용추도1, 2’ ‘내연산폭포’ ‘고사의송관란도’ 등이 그것이다. 특히 ‘내연삼용추도’는 조선시대 회화로서는 보기 드문 대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청하와 내연산은 겸재의 화력에서 기념비적 이정표가 되고, 연산폭포 일대를 진경산수의 발현지로 본다.

폭포가 끝나면 아늑한 숲길이 기다린다.

폭포가 끝나면 아늑한 숲길이 기다린다.

잠룡폭포 바로 위에 바람을 맞지 않은 폭포란 의미의 ‘무풍폭포’, 경치가 너무 빼어나 관세음보살이 금방이라도 나타나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줄 것만 같은 ‘관음폭포’ 등이 잇달아 나타난다. 관음폭포는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비하대 아래 있다. 선녀들이 반해서 넋을 놓고 하늘로 올라가지 못할 만큼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관음폭포에는 또한 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소(沼)를 감로담이라 하고, 감로담을 에워싸고 있는 해골 같은 바위를 관음굴이라 한다. 감로담은 한 방울만 마셔도 온갖 괴로움이 사라지고, 산 사람은 장수하고 죽은 자는 부활한다는 천상에서 이슬만 모아놓은 도리천의 감로수에 비유하여 이름 붙였다. 관음굴에서는 30여 년 전만 해도 수도하는 승려가 있었다 한다.

관음굴은 꼭 해골 같이 생겼다. 수십년전까지 도사가 살았다고 한다.

관음굴은 꼭 해골 같이 생겼다. 수십년전까지 도사가 살았다고 한다.

이어 내연산의 하이라이트인 연산폭포. 이정표에는 ‘내연산 12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큰 폭포다. 내연산(內延山)에서 ‘내’자를 뺀 명칭이다. 정시한의 <산중일기>에서는 내연폭포라 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산책하러 왔다가 연산폭포까지 보고 돌아간다.

관음폭포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연산폭포로 간다. 쏟아지는 물보라에 무지개까지 생길 정도다. 바로 그 옆 바위에 ‘鄭善(정선)’이라고 새긴 각자(刻字)가 있다. 연산폭포 바위벽에는 정선뿐만 아니라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청하현감 21명과 흥해군수 6명, 경상도관찰사 11명 등 지방수령이 70%, 우담 정시한, 좌의정 이존수, 우의정 오명항, 영의정 조인영, 추사 김정희의 부친인 김노경, 좌․우의정을 두루 지낸 이은 등 대부분 18~19세기 인물들이다. 이는 조선 말에 이미 내연산은 전국에 명성을 얻은 명승지로서 각광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노송이 우거져 있는 내연산 입구.

노송이 우거져 있는 내연산 입구.

관음폭포에서 급경사의 계단을 오르면 학소대와 비하대가 바로 옆에 있다. 그 사이로 길은 계속 된다. 조금 위로 올라갈수록 단풍이 서서히 물 들고 있다. GPS는 고도 300여m를 가리킨다. 

앞에는 은폭포가 물을 흘러보내고 있다. 원래는 여성의 음부(陰部)를 닮았다 해서 ‘음폭포’였으나 상스럽다고 해서 은폭으로 고쳐 불렀다 한다. 또 다른 설은 용이 숨어 산다 하여 흔히 ‘숨은 용치’라고도 하는데, 이에 근거하여 은폭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자세히 쳐다보니 여성 음부와 닮은 듯 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제 숲길로 접어든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제 숲길로 접어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왔다가 다시 되돌아간다. 옛날 화전민이 살던 깊은 숲이 계속 되고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전설도 전한다. 내연산숲길, 걷기엔 참 좋다. 숲과 물과 폭포와 어우러진, 그리고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를 그린 빼어난 경치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봄, 여름, 가을까지 다 걷기에 좋을 듯하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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