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번째 국립공원이 연내 탄생할 수 있을까? 태백산 국립공원 지정을 놓고 찬반논란이 뜨겁다. 종래는 주민과 정부와의 갈등 양상이었으나 이번엔 주민과 정부와의 갈등과 함께 정부부처간의 은밀한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이다.
태백시는 지난 11월16일 태백산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승격에 관한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환경부는 사실상 최종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해당 도지사 및 시장․군수 의견청취, 산림청 등 관계중앙행정기관 협의 등의 절차를 남겨놓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통과의례에 불과해 별 의견 없으면 연말까지 태백산국립공원이 지정될 전망이다.
태백산국립공원을 놓고 태백시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덜하다. 지난 10월21일 주민공청회 때도 반대주민들은 “태백산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한다”는 의견만을 발표한 채 스스로 퇴장했다. 이전에는 주민공청회 자체를 열지 못하도록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였던 상황과 비교하면 반대주민들도 꼭 국립공원 지정에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민공청회는 사실상 국립공원 지정과 관련한 행정절차 중의 마지막 고비다. 항상 반대주민들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무산되곤 했다. 주민공청회 이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에서는 지난 10월 말 찬성․반대 두 단체의 주민 30여명을 데리고 21번째 국립공원인 무등산국립공원을 답사했다. 이때도 반대주민들은 사유재산권행사 여부, 상권축소, 사유재산 침해, 개발제한 구역 등에 관해서 질의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지역 104개 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반대 주민들의 대표격인 지역현안대책위원회(유태호 태백시의장․이하 현대위)는 지난 11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국립공원 승격에 따른 주민 요구사항을 수용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성명서에는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은 시키되, 주민 재산권 행사와 지역경제 발전에 실질 도움이 되도록 해라는 내용이 주로 이뤘다. 이들은 이 성명서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강원도에 전달했다.
주민 요구사항은 7개로 정리된다. ▲공원구역 면적 최소화 ▲토지▲사유시설 국립공원 구역 제외 ▲공원 내 낙엽송 벌채․대체 수종 조림 ▲모노레일(산악열차) 공원계획 반영 ▲유일사 등산로 주차장 인근 화전민속촌 건립 및 인접마을 공원계획 수립 시행 ▲국유림 주관 영림사업 기관․단체와 별도 협의 및 진행 ▲사유․공유재산 적정 보상 등이다.
현대위는 이어 “태백시민의 뜻을 모아 민족의 영산 태백산 국립공원 지정에 관한 요구사항이 조속히 수용되기를 촉구한다”며 “국립공원 승격에 따른 인근 주민과의 갈등이나 이익 주장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할 의지가 분명하며, 앞으로 환경부 및 공단 등의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약속함을 밝힌다”고 밝혔다. 이어 “태백시민과 본위원회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악용해서 특정 이익을 추구하거나 태백산의 품격을 격하시키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결사반대하며 저지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성명서로만 볼 때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며, 오로지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을 달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반대 주민과 담당 부처인 환경부와 공단이 적정한 타협이 도출된다면 태백산은 연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걸림돌은 모두 제거되는 셈이다.
정부부처간의 갈등과 조정이 남았다. 환경부에서 당초 태백산 국립공원 지정 면적을 현재 도립공원의 면적 17.44㎢의 6배가 넘는 127㎢로 지정하려 하자, 산림청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산림청 관련 국장은 “산림유전자원보존구역 등과 같은 핵심지역을 전부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 든다”며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면적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지 않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실제 지난 4월 신청한 태백산국립공원 면적은 태백산 49.3㎢, 인근 함백산 41.3㎢, 자연생태보존구역인 대덕산․금대봉 9.1㎢를 포함한 127㎢였다.
산림청은 이와 함께 우리나라와 외국의 국립공원 지정 현황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국토면적 대비 공원면적 비율이 미국과 독일의 약 3배로 과다하며, 국토면적 대비 국립공원 개소수도 일본의 2.5배, 미국의 34배로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자료 산림청 제공 표 참조).
또 일본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자연공원(우리와 같은 국립공원)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자연공원보다 비중이 훨씬 낮다고 덧붙였다. 국립공원격인 일본의 국가 관리 자연공원은 총 31개소에 2만 996㎢이고, 지자체 관리 자연공원은 국정이 56개소에 1만 3591㎢, 현립공원이 314개소에 1만 9725㎢이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립공원은 21개소에 6,656㎢이고,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자연공원은 도립공원이 30개소에 1,136㎢, 군립공원이 27개소에 237㎢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서 산림청 관계자는 “실제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불필요한 시설을 건립함에 따라 공원을 훼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무등산국립공원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의 위성사진을 보면 아무 시설도 들어서지 않은 깨끗한 장소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난 이후 여러 곳에 시설이 들어서 지저분해진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보호지역 확대는 국제사회의 흐름이자 전 부처의 공동목표”라고 반박했다. 국제사회의 보호지역 지정목표는 육상 17%, 해상 10%라고 밝혔다. 이러한 목표에 맞춰 “최근 일본은 25개의 보호지역과 3개의 국립공원을, 미국 오바마 정부는 102개의 보호지역과 1개의 국립공원을 추가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호지역이 육상 10.3%, 해상이 3.7%로 국제사회의 목표에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공단은 “환경부를 비롯해 국토부, 농림부, 산림청 등 전 부처가 전사적 차원에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단은 이와 함께 OECD 국가 중 공원 면적비율과 삶의 질 지수를 비교한 자료를 내놨다. OECD국가 중 1인당 국립공원 면적은 전체 19위, 평균면적은 329㎢로 전체 18위로 아직 한참 멀었다고 지적했다. 또 국토면적 대비 공원면적 비율은 6.6%로 OECD 평균인 5.3%에 비해 다소 높은 전체 8위에 해당하지만 국립공원 총 면적 자체만 볼 때는 해상면적 포함 6,580㎢로 전체 18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표 참조).
또 예산낭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단은 “지방정부는 재정자립도, 관심, 관리숙련도 등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으나, 국립공원은 중앙정부 재정으로 관리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경감시키고, 30년 이상의 공원관리 노하우로 국민들에게 양질의 생태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 공원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지역 생태계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국가를 대표하는 자연지역으로 국제기구인 유네스코, 유넵, 국제자연보호연맹 등과 협력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의 인지도도 병행해서 상승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태백산 국립공원 지정과 관련해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공단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됨으로써 상징적 의미와 그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해서 설명했다. 또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됨으로써 “1․2차 산업에 머물러 있는 태백지역의 신성장산업 활성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자연유산으로 브랜드 가치와 지역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태백산 브랜드 향상은 자연스럽게 탐방객 유입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훼손된 백두대간을 연결시키고 산림을 복구하여 생태경관적 가치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다. 또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되면 주민에게 예산을 직접지원하며, 이는 주민 소득증대를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태백시가 지난 11월 16일 환경부에 제출한 태백산국립공원 지정 의견에 따르면, 산림청과 반대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공원면적을 82.50㎢로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토지이용 제한을 최소화하고 박물관, 민박촌, 눈썰매장 등 기존의 도립공원시설 일체를 인수해 재투자 하도록 하고, 이와 병행해 자연학습장, 야영장, 대피시설, 궤도(산악열차) 등을 공원시설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태백시를 비롯한 해당 시장․군수․도지사로부터 제출된 의견을 검토하고 산림청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심의 후 고시하게 된다. 특히 산림청의 국유림 과다편입과 관련, 관련 기관․단체와 별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로써 태백시는 태백산 국립공원 신청 3번째 시도만에 목표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 1999년 4월과 2011년에 추진했으나 일부 주민들의 격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특히 지난 2011년엔 강원도가 중심이 돼 타당성조사 용역까지 마쳤지만 태백시와 시의회, 지역주민 등이 경북 봉화지역 면적이 넓게 포함돼서 주민 반발로 전면 보류된 바 있다.
태백산국립공원 지정과 관련 환경부 용역이 11월말쯤 결과가 나오면 태백산은 연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