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상징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의 해다. 병신년은 오행(五行)에서 붉은색을 상징한다. 그래서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부른다. 붉은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붉은 색은 화(火), 즉 불이다. 불은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 적극성을 뜻한다. 창의와 넘치는 열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붉은색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데 사용한다. 보호나 부활, 치유의 의미로 붉은색을 쓰기도 한다. 중국에서 붉은색을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는 귀신을 쫓는 색으로 널리 사용하기 때문이다.

2016년은 붉은원숭이의 해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는 재치와 기지를 가지고 있지만 잔꾀와 미숙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진 조선일보DB

2016년은 붉은원숭이의 해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는 재치와 기지를 가지고 있지만 잔꾀와 미숙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진 조선일보DB

우리나라에는 자생원숭이가 없다. 마치 한국산 원숭이가 있는 것과 같이 착각하는 이유는 오래 전부터 민화나 불화 등에서 친근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도래한 불교나 도교의 영향으로 12지신에 이미 원숭이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닮은 동물로서 재주와 영리함, 변화, 수호신의 상징이지만 잔꾀, 성급, 미숙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2016년은 위기의 터널을 재치와 기지로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주역전문가들은 제시한다. 지금까지 원숭이는 장수의 상징, 자손의 번창기원, 높은 벼슬, 스님의 보좌, 자연생활 모습 등으로 그려지고 있다.

원숭이(申)는 12지의 여덟 번째 동물이다. 시각으로는 오후 3시에서 5시, 방향으로는 서남서, 달(月)로는 음력 7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며 시간신이다. 12지신은 갑자신장 쥐, 갑술신장 개, 갑신신장 원숭이, 갑오신장 말, 갑진신장 용, 갑인신장 호랑이, 정묘신장 토끼, 정축신장 소, 정해신장 돼지, 정유신장 닯, 정미신장 양, 정사신장 뱀을 의미한다. 이들 12지신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북두칠성의 수하장수로서 적덕선행자(積德先行者)를 돕고 악인(저경, 악귀, 병귀, 사귀)을 징벌하는 천제의 신장들로 알려져 있다. 1년 12달의 수호신은 12년을 돌아 동방에서 호랑이가 목성(단군)을 맞이한다. 모든 귀신을 복종시키고 육정육갑신으로 권선징악을 상징한다. 또 사방팔방 12방위의 방위신이자 지역의 토템신이기도 한다. 이들 12지신은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의 삶 속에 매년 다시 태어나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신들로, 민간신앙에서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바나나 탑’을 맛있게 즐기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

바나나 탑’을 맛있게 즐기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

한국인의 띠에 대한 담론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연말연시 새해를 맞아 그 해의 수호동물인 12지 동물로 한 해의 운수를 점친다. 둘째,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 아이의 운명은 띠 동물과 연관 지어 미래를 예지하려고 했다. 셋째, 결혼을 앞두고 결혼상대의 띠와 궁합을 맞추면서 띠를 거론하곤 한다. 따라서 모든 새해의 연운(年運)은 그 해 수호동물이라 할 수 있는 12지 동물의 성격 및 행태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잔나비띠는 손재주가 있다’ ‘소띠는 부지런하다’ ‘범띠는 용감하다’ 등으로 자신을 동일시하려 한다. 과학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띠 동물과 얼마나 닮았는지 증명할 수 없지만 수천 년 동안 심리적으로는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띠에 해당하는 원숭이는 12지신 중에 서남방 담당이며, 팔문 중 사문방(死門方)의 수호신이다. 계절로는 입추 담당. 사람의 선행, 악행 등 염라대왕에게 자질구레한 것까지 상세히 알리기 때문에 ‘잔아비, 잔나비’라 한다고 전해온다. 원숭이 문양은 사찰이나 왕국에 정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지붕에 올려져 있으며, ‘잔나복왕’ 부적은 수복장생부로 쓰인다. 원숭이 부적의 경우 덕행자를 잘 알아보고 오복은 주는 반면, 악행자에게는 형벌과 재앙을 준다고 한다. 갑신신장의 호는 육부신(六府神)이라 하고, 이름은 ‘문통’ 또는 월보장군이라 부른다. 큰 원숭이 머리에 사람몸을 하고 있다. 키는 11자 5치이고, 사랑을 즐기며 단 것을 좋아한다. 천월궁에 살며 6명의 귀신부하와 7만 7,700명의 신병을 거느린다. 그의 명에 따르는 자는 기꺼이 돕고, 거스르는 자는 두들겨 패서 파랑실로 묶고 하늘 끝 청백처에 버린다고 전한다. 그래서 원숭이가 파랑실을 들고 있는 모습을 불화나 민화에 볼 수 있다.

손오공의 후예로 알려져 있는 황금원숭이의 모습.

손오공의 후예로 알려져 있는 황금원숭이의 모습.

동양에서는 불교를 믿는 몇 몇 민족을 제외하고는 원숭이를 ‘재수 없는 동물(The emblem of ugliness and trickery)’로 기피하면서도 사기(邪氣)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원숭이가 좋은 건강․성공․수호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원숭이는 동물 가운데 가장 영리하고 재주 있는 동물로 꼽히지만, 사람을 너무 많이 닮은 모습, 간사스러운 용태 등으로 오히려 재수 없는 동물로 기피한다.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말하기 보다는 ‘잔나비띠’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같은 속설 때문이다.

잔나비는 원래 신(申)자의 풀이인 ‘납’이 어근이다. 여기에 날쌔다라는 뜻의 ‘재다’라는 동사와 원숭이란 뜻의 ‘납’이라는 명사가 합쳐져, 연음작용으로 잔나비가 됐다고 한다. 잔나비란 말 자체가 빠르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듯이 원숭이 하면 날렵함을 떠올린다. 하지만 더러는 진중하지 못하는 덜렁댐, 어리석음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우리 속담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원숭이 관련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다. ▲원숭이 낯짝 같다.(술을 많이 마셔 얼굴이 붉게 된 사람을 보고 이르는 말) ▲원숭이 똥구멍 같다.(앞의 의미와 유사) ▲원숭이 볼기짝 같다.(얼굴이 빨간 사람을 지칭) ▲원숭이는 가르치지 않아도 나무에 잘 오른다.(가르칠 필요가 없는 것을 가르치듯이 헛된 일을 하지 말라는 뜻) ▲나무에 잘 오르는 원숭이도 가르치면 더 잘 오른다.(잘 하는 사람도 배우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 ▲원숭이에게 나무 오르는 법을 가르친다.(다 아는 것을 가르쳐 헛수고만 한다는 뜻)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아무리 능숙한 사람도 실수할 때도 있다는 의미)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원숭이 흉내 내듯 한다.(남의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원숭이 잔치다.(먹잘 것도 없이 부산하기만 하다는 뜻) ▲관 쓴 원숭이(원숭이 같이 경솔한 관리라는 뜻)

원숭이가 나무를 잡고 재주를 부리고 있다.

원숭이가 나무를 잡고 재주를 부리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과 생태적으로 유사한 원숭이는 속담에서도 비유로서 많이 등장한다. 원숭이를 통해 표현된 비유는 인간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면서 가장 인간을 비유하기 좋은 동물인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자기 잔재주와 잔꾀만 믿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을 경계하고,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처럼 재주가 많아도 성실히 노력하면 더욱 잘 된다는 의미를 속담에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어리석은 지혜, 잔재주, 잔꾀의 대명사로 원숭이가 묘사된다. 미숙한 지혜를 가지고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원숭이의 지혜라고 한다. 원숭이의 지혜가 제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의 지혜를 따를 수는 없다. 이처럼 재주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성공에 이르기 어려운 것이다.

원숭이는 이와 같이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서 갖가지의 만능 재주꾼이고, 자식과 부부지간의 극진한 사랑은 사람을 빰 칠 정도로 애정이 섬세한 동물이다. 때로는 재주가 뛰어난 인간으로, 때로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 이익만 보려는 현대인에 비유되기도 한다. 팔다리가 자유롭고 꿈도 꾸고 잠꼬대도 하고 기지개도 펴고 하품도 하고 코도 골고 기침도 하고 딸꾹질도 하고 등등….

나쁜 기운을 없애주는 벽사의 의미로, 어리석은 인간을 풍자하는 해학으로, 또 장수와 부귀영화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수천년 동안 사랑을 받아왔던 원숭이. 미숙한 지혜가 저지르는 실수는 인간적인 모습마저 담고 있다. 원숭이가 12지에 자리하고 있는 뜻은 재주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소인배가 되기보다 노력에 노력을 더하는 참사람이 되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이 영리하지만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에 비유된다. 사진 조선일보DB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이 영리하지만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에 비유된다. 사진 조선일보DB

새해 서남서를 지키는 수호신 원숭이는 산자들과 죽은 자들을 위해 궁궐, 탑, 무덤에 서서 다가오는 재앙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문방사우 등에 표현된 원숭이는 사람들의 희망과 소망을 담고 있다. 원숭이 ‘후(猴)’자는 제후 ‘후(侯)’자와 발음이 같아, 곧 제후 높은 벼슬을 얻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조선시대까지 높은 직위는 부와 명예를 모두 포괄하는 인생의 지복 중 하나였다. 현대 들어서도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설렘으로 또 한해를 시작하는 새해 벽두, 원숭이를 바라보면서 한해를 맞는 새로운 감정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쓸쓸한 감정이 교차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 중에 지금이 가장 젊다’는 시쳇말이 있다. 그래서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쓸쓸한 감정보다 새로운 감정만으로 원숭이해에 새 소망을 담아 새해를 맞는 건 어떨까? 원숭이의 잔꾀와 미숙 성급함은 날려버리고, 지혜와 재치, 날렴함으로 병신년 새해를 맞게 해 달라고 말이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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