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아스터교는 세계 최초 종교로 알려져 있다. 교주 조로아스터에 대한 기록은 전혀 전해지는 바가 없다. 하지만 알려진 바로는 테헤란 북쪽 우루미예 출신이라는 주장과 이란 동부 박트리아(현재 아프가니스탄 지역) 출신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의 출생도, 활동시기도 불확실하다. 이란 관련 책에서도 설이 분분하다. 어떤 책에서는 BC 1,000~500년 전에 태어났고 활동했다고 하는 반면, 다른 책에서는 BC 7,000년 전이라는 주장도 한다. 이란에서 만난 조로아스터교 모베드(Moubed․ 목사나 신부, 승려와 같은 성직자)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753년 전이라고 한다.
그의 출생과 활동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조로아스터교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불교 등 세계 주요 종교에 큰 영향을 미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로아스터교는 세상은 시작과 끝이 없고 무한대로 순환한다고 여긴다. 니체가 언급한 영겁회귀와 순환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는 불교와 힌두교의 교리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기독교에서는 결혼식 때 주고받는 반지에 나타난다. 반지는 링으로, ‘영원히 사랑으로 순환하면서 살아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십자가 문양도 자연의 구성요소인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요소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를 신성시하고 잘 보존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2,50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이란의 전통마을 아비아네(Abyaneh)에는 십자가 문양이 문과 벽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로아스터교가 어떤 종교인가 이해를 돕기 위해 테헤란 조로아스터교 신전에서 모베드와 일문일답한 내용을 그대로 전한다. 간호사로 이란에 취업하러 갔다가 이란 남자와 결혼한 뒤 40여 년 간 이란에 살고 있는 경북 고령 출신의 한국인 가이드 이성주씨의 통역으로 진행했다.
-조로아스터교 교주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연혁을 파악하나?
“조로아스트가 살았던 시기를 BC 8,000~6,000년 혹은 BC 600년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그의 탄생은 BC 1768년으로 보는 것이 가장 믿을 만하다. 이는 페르시아에 서사시가 많이 있는데, 거기서 유추해 보면 이 시기가 나온다. 또한 조로아스터교는 천문이 매우 발달해 있다. 천문에 대한 지식으로도 이 시기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란 국내외 자료들을 비교 연구했을 때도 이 시기가 타당하다.”
-조로아스터교의 교리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이며, 그 중에서 지수화풍이 왜,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는지?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른쪽이 바르다는 것도 조로아스터교에서 나왔다. 조로아스터교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이란인들은 ‘물․불․땅․바람’을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신성시했다. 이 네 요소를 더럽히지 않고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고 믿었다. 4요소 중에서도 특히 불을 더 중시했다. 불은 모든 불결한, 정(淨)하지 않은 것들을 깨끗이 해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오염되지도 않는다. 이리저리 삐뚤어지지도 않고 똑 바로 위로 향해 타오른다. 인간에게 따뜻함과 깨끗함을 주고 어둠을 밝히고, 음식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이로움이 매우 많다. 그래서 불을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지금 야즈드(Yazd)의 불사원(Fire Temple)에 모셔진 불은 1,500년 이상 됐다. 조로아스터교도들은 기도할 때 한 곳으로 바라본다. 야외에서는 아침에는 동쪽, 오후에는 서쪽으로 향한다. 빛이 있는 태양과 같은 방향이다. 실내에서는 빛이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예전에는 집에 불을 모신 곳이 기도하는 방향이었다. 이슬람 도래 이후엔 불을 쉽게 모실 수 없어 각 직종별로 모시던 불 16가지를 한데 모아 지금의 성지 야즈드에 모시게 됐다. 테헤란 불사원에 있는 불은 야즈드에서 갖고 왔으며,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됐다. 불은 상징이지 불 자체를 신으로 모시는 것은 아니다. 나치의 심볼, 불교의 만(卍)자, 십자모양 등이 4요소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조로아스터교를 한자어로 ‘배화교(拜火敎)’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때 우리 교과서에도 배화교로 소개됐다.
-조로아스터교는 세상을 이원론으로 나눈다. 이는 무슨 의미인가?
“조로아스터교에서는 하느님을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h)’라 부른다. 아후라는 ‘생명을 주다’, 마즈다는 ‘학식, 지식’이란 뜻이다. 그래서 아후라 마즈다는 ‘큰 지식의 창조자’란 의미다. 선하고 참되며 공평하고 지혜로운 아후라 마즈다는 세상을 질서정연하게 창조했다. 아후라 마즈다가 계획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에게 바른 사람으로 살도록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 조로아스터교의 역할이다. 조로아스터교는 창조주의 질서를 지키는 역할로, 두 가지의 보석 같은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바로 선(善)과 악(惡)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나 우주에도 서로 끌거나 미는 힘, 또는 반대의 힘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 두 반대의 힘은 창조주의 질서에 꼭 필요한 것이다. 아후라 마즈다의 창조에 나쁘거나 못나거나 악한 것이라고는 없다. 다만 사람 생각의 선택에 따라 선과 악이 될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른 길로 사는 일에 노력한다. 무지한 사람은 바르지 못한 나쁜 생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옳지 못한 행동을 한다. 자연을 신성시하므로, 거스르지 않는 그대로의 자연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도 선한 일에 속한다.”
-조로아스터교의 제1 성지는 어디이며, 매년 어떤 행사를 하는지?
“Pir-e-Chak Chak(피레 착착)이라는 곳이 제1 성지다. pir은 ‘늙은, 오랜된’이란 뜻이고, Chak Chak은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말한다. 야즈드 북동쪽 52㎞ 떨어진 경사 가파른 깊은 계곡에 위치해 있다. 사산왕조의 마지막 왕 야즈드게르드 3세의 딸인 ‘Nik Banu(니크 바누)’가 아랍군의 침입을 피해 이곳에 와서 숨게 된 후 찾지 못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 후부터 바위사이에서 똑똑하고 물이 떨어지는데, 그녀의 눈물이라고 전한다. 이 성지는 조로아스터교가 생기기 전에도 사람들의 성소로 사용했다. 매년 6월14일부터 18일까지 이란 국내외의 조로아스터교도 1천여 명이 참석해서 아베스타 경전을 읽으며, 아후라마즈다를 예배하며 음식을 만들어 참석한 사람들과 나눠먹는 행사가 있다. 이 시기가 여름이 시작되는 때다.”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이슬람 도래 이후 많은 불 신전들이 파괴됐고, 신도들은 죽임을 당했다. 그래도 이스파한이 수도였던 사파비왕조 때만 해도 400만 명이 됐다. 당시 이란 총인구가 1,0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요즘은 이란에 15만 명, 인도에 20만 명, 전 세계 합쳐 약 40만 명으로 추정한다. (책에는 전 세계적으로 15만 명 정도 되며, 테헤란에 1만 명, 야즈드에 4천명 등 이란에 2만 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조로아스터 신전은 영국에 하나, 미국에 6개, 캐나다에 2개 있다. 이슬람 도래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인도로 넘어갔다. 그들을 인도의 페르시안이라 부른다. 인도의 상류층에 속하며, 이란 국내에 있는 조로아스터교도들에게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슬람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유지하는 힘은 무엇인가?
“이슬람의 지배적인 힘 아래에서 개종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유지하는 힘은 각 개인 가정에서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를 잘 지킨 덕분이다. 7살까지는 주로 어머니 중심으로, 그 후는 아버지 중심으로 자녀교육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