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섬에서 부는 훈풍… 벌써 제비꽃·개나리꽃 핀 ‘에코아일랜드’ 연대도

남녘의 훈풍을 느끼기 위해서, 겨우내 움츠린 몸을 활짝 펴기 위해, 사방으로 확 뚫린 바다를 보며 시원한 가슴을 느끼기 위해 봄에 섬 트레킹과 산행을 많이 한다. 연중 섬을 가장 많이 찾는 시기가 4월과 5월이고, 이어 여름 휴가철이다.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다.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섬들이 솜털 마냥 앞에 있다.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다.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섬들이 솜털 마냥 앞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전남 신안이다. 실제로 1026개이지만 쉽게 알리기 위해 천사(1004)의 섬으로 상징화 했다. 그 다음이 통영이다. 모두 567개의 섬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 100개가 있다. 시인 정지용은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바다는 더 이상 나의 필력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극찬했다. 그 시비가 미륵산 중턱에 세워져 있다. 시인 백석도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 바로 통영의 한려해상”이라고 묘사했다.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는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했다. 하지만 나폴리에 가본 사람들은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가 아니라 나폴리가 한국의 통영”이라고 한다. 한국의 내로라는 시인과 소설가가 통영의 한려해상을 최고의 미사여구로 표현했다.

연대도 지겟길에 있는 몽돌해변에 석양이 지고 있다.

연대도 지겟길에 있는 몽돌해변에 석양이 지고 있다.

그 한려해상에 섬 6개를 연결해 국립공원한려해상사무소에서 바다백리길을 몇 년 전 조성했다. 1구간이 미륵도 달아길, 2구간이 한산도 역사길, 3구간이 비진도 산호길, 4구간이 연대도 지겟길, 5구간이 매물도 해품길, 6구간이 소매물도 등대길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섬 방문객이 배로 늘어났을 정도였다. 섬을 하나씩 찾아보자.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다.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다.

먼저 연대도 지겟길. 섬에 지겟길이 있다는 사실은 옛날엔 제법 지게를 지고 오고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연대도(煙臺島)란 지명은 글자에서 알 수 있듯 조선시대 삼도수군 통제영에서 왜적의 동향을 살피고 알리기 위해 섬 정상인 연대봉(220m)에 봉수대를 설치한 데서 비롯됐다.

연대도에는 오래 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인 사적 제335호로 지정된 패총이 발견됐다. 신석기와 철기, 삼국시대, 고려, 조선에 이어 현재 밭으로 사용하는 7개 층에 각 시대에 해당하는 다양한 유물이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유물은 진주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연대도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됐다.

연대도 지겟길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만든 에코 체험센터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연대도 지겟길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만든 에코 체험센터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조선 숙종 44년(1718)에는 섬 주민에게 슬픈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다. 연대도의 둔전 30여 마지기 땅이 충무공 사당인 충렬사의 사패지로 지정됐다. 사패지란 임금이 왕족이나 공신 등 나라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공신전 등을 내리면서 그 토지에 대한 지배권을 문서로 보증해 준 땅이다. 사패지인 연대도에서 나오는 곡식으로 충무공 제사 비용을 충당하게 했으니 주민들은 모두 충렬사의 소작인이 된 것이다. 300석 보리농사를 지으면서 150석을 공출해갔다. 사패지는 현대에 들어서까지 계속됐다. 1989년에 와서야 사패지가 풀리면서 겨우 주민들은 공시지가대로 땅값을 물고 제 땅을 만들 수 있었다. 사패지로 지정된 연유는 섬에 그만큼 먹을거리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연대도 주변 바다에는 전복, 소라, 해삼 등이 지천이었다. 해마다 서른 명이 넘는 제주도 해녀들이 들어와 물질을 하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는 돈이 넘쳐 ‘돈섬’이라고까지 불렸다. 

여름의 연대도 지겟길은 온갖 꽃들이 만발한다.

여름의 연대도 지겟길은 온갖 꽃들이 만발한다.

‘돈섬’ 연대도는 지금 에코아일랜드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섬 개발광풍이 몰아쳤지만 연대도는 사패지로 묶여 있었던 덕분에 개발업자들의 투기가 발을 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연대도 승강장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저 멀리 태양광발전소와 바로 앞 마을회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인 에코아일랜드 비지터센터. 조그만 섬 전체가 친환경섬으로 무장했다. 태양광발전소 건립 후 마을 주민들은 매달 월 3만~4만원씩 부담하던 전기료를 월 2천~3천원으로 줄었다.

연대도의 아늑한 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고 있다.

연대도의 아늑한 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고 있다.

마을회관으로 다가가니 ‘패시브하우스’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는 수동적인 집이라는 뜻으로 능동적(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액태브하우스가 태양열 등 외부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패시브하우스는 집안 열의 유출을 억제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절감형 주택이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지열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에너지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친환경에너지 건물이다. 연대도에 마을회관, 경로당, 비지터센터, 에코체험센터 등 4개의 건물이 패시브하우스로 건립됐다. 한국 패시브건축협회는 기름을 연간 1리터 미만을 사용하는 건물에만 인증서를 준다. 이 4개의 건물들이 전부 패시브하우스 인증서를 받았다.

한려해상의 쪽빛바다를 보며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다.

한려해상의 쪽빛바다를 보며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다.

쪽빛바다와 어울린 연대도는 에코아일랜드란 별칭답게 친환경 생태환경이 매우 좋다.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참매, 멸종위기종인 구렁이, 금개구리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육지와 멀지 않아 멧돼지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집집마다 담벼락에 걸린 문패도 눈길을 끈다. ‘웃는 얼굴이 선한 홍종균 할부지댁, 낚시 어부로 볼락, 참치, 농어 등을 잘 잡으시고 낚시배도 운영하십니다.’ ‘연대도에서 가장 똑똑한 천성금 할머니댁, 한글도 잘 쓰고 읽으시고, 게다가 이쁘기도 하십니다.’ 다른 섬, 아니 한국 어디에도 볼 수 없는 문패가 문 옆에 붙어 있다. 걷는 사람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대도와 만지도를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2014년 개통됐다.

연대도와 만지도를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2014년 개통됐다.

패시브하우스를 지나 마을을 거쳐 산으로 오른다. 양귀비밭이 나온다. 5월엔 보라색꽃을 활짝 피워 섬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그 옆에는 소나무방풍림이 있다. 그 아래는 조그만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가족단위로 은밀하게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해수욕장이다. 실제로 그러하다고 한다.

섬에는 의외로 동백나무가 적다. 남해의 어느 섬에든 동백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으나 연대도는 넝쿨식물이 더 많다. 여름엔 밀림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히려 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공단 직원 차기철씨는 “여름엔 햇빛을 거의 안 보고 걸을 수 있는 섬이 연대도”라고 연대도의 특징을 귀띔한다. 군락을 이룬 거제물봉선, 멸종위기식물 백양더부살이 등도 보인다.

연대도에 주민 100여명이 살고 있다.

연대도에 주민 100여명이 살고 있다.

따뜻한 날씨라 그런지 벌써 꽃을 피운 야생화가 있다. 북쪽에서 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와는 사뭇 다르다. 아직 파릇파릇한 잎들을 간직하고 있다. 더러는 꽃을 피워 뽐내기도 한다. 3월에 피는 제비꽃과 개나리도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겨울이 왔지만 정말 겨울이 아니다. 마침 소동파와 함께 당송 8대가 중의 한 명인 송나라 시인 황정견(호는 산곡)의 시가 떠오른다.

배에서 바라본 연대도.

배에서 바라본 연대도.

‘산은 비었고 사람도 없는데,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

空山無人(공산무인) 水流花開(수류화개)’

이게 아마 맹자의 ‘존야기’가 아닌가 여겨진다. 

북바위전망대가 나온다. 바람 심하고 파도가 거칠게 몰아칠 때 밑에 있는 병풍 같은 바위에서 북소리가 난다고 해서 북바위라 명명했다고 한다. 전망대는 바로 그 위에 있어 붙여졌다. 북바위는 쳐다볼 수 없다. 북바위전망대에서는 연화도, 욕지도, 두미도 같은 섬들이 뭉게구름 마냥 바다 가운데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집집마다 붙어 있는 연대도 주민의 집을 알리는 내용들.

동백나무 대신 사스레피나무가 가끔 눈에 띈다. 동백나무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조금 작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곡전망대가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아담한 섬이다. 몇 년 전 공단 직원들이 오곡도 자원을 파악한 적이 있다. 집은 누구 소유이며, 몇 가구가 살며, 어떤 동식물들이 서식하는지를 일제히 조사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가구주 30%이상이 서울 강남 거주자이더라는 거였다.

연대도 지겟길 해변 데크로 걸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연대도 지겟길 해변 데크로 걸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폐교를 활용한 에코체험센터엔 숙박시설과 식당, 강당, 샤워장 등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시설로 꾸며놓았다. 에코 체험시설로는 스카이씽씽, 스카이뱅뱅, 스카이 붐붐, 헬스발전기4종, 자전거노래방, 태양열조리기 등을 갖춰 누구나 쉽게 친환경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대도 지겟길은 연대도선착장~연대마을~몽돌해수욕장~지겟길게이트~북바위전망대~옹달샘~연대봉~다랭이꽃밭~연대도 패총유적지~에코체험센터~연대도선착장~구름다리~만지도~구름다리~연대도선착장까지 이어져, GPS로 총 5.1㎞에 2시간 36분 걸렸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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