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보는 자연경관과 생태를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마저 무심코, 혹은 몰라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알 수가 없다. 먼저 질문부터 하나 해보자. “초지와 숲의 같은 면적을 몽땅 뽑아서 같이 말린 다음 무게를 재면 어느 게 더 많이 나갈까?” 여기에 무수히 많은 생태와 경관의 논리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 초지가 생긴 까닭, 나무가 초지에 살지 못하는 이유, 숲 속보다 초지에 동물이 많이 사는 이유, 숲이 형성된 이유, 생태계의 순환과정, 나아가 동물이나 사람이 죽어야 하는 이유 등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설명이 가능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도원 교수가 <비단길 풍경과 생태학적 상상-관경(觀景)하다>란 책을 냈다. 우리가 여태 보고도 몰랐던 풍경과 경관, 그 이면에 감춰진 모습까지 속속들이 설명하고 있다.
“생태는 생물에 초점이 맞춰져 그 안에 물․토양․공기 등과 같은 자연적 요소가 어떻게 생물과 관련을 맺는지를 규명한다. 반면 경관은 경치를 보는 건 경치로 보고 그 이면에 일어나는 자연적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즉 농경지나 숲, 도심 사이를 흐르는 수질이 다 다르다는 점을 분석하는 작업이다. 경관은 공간적 인지에 중점을 둔다. 전통 생태에서는 공간적 인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관생태학이 나왔다. 일종의 접근방식의 차이인 것이다.”
이 교수의 설명은 책 제목 ‘관경하다’와 관련 있다. 관경하다는 우리말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전망대를 관경대라고 하는 등 오히려 중국에서 더 많이 쓴다. 그 의미는 ‘풍경을 깊숙이 살피다’이다. 풍경을 깊숙이 살피기 위해선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걸어서 가고, 걷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묵으며 지내야 한다.
이 교수가 여행을 시작한 건 2004년부터. 2005년에 서울대 문리대 산악회 50주년 기념행사로 비단길 여행을 갔다. 그 때 이 교수가 주도해서 작업한 끝에 <비단길(실크로드) 보고서>를 냈다. 이게 출발점이자 특별한 계기가 됐다. 당시 서안부터 이스탄불까지 나눠서 걷기도 하고 차를 타고 가기도 했다. 비단길 주변 국가는 우리나라의 1960년대 시골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인류학․생태학 전공 교수들과 관광객 등 20여명이 동행하면서, 각각 분야별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차 안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그것이 책의 전반부 세 부분, ‘비단길 초원의길-텐산북로’, ‘땅과 물, 삶이 얽힌 사연-코카서스 3국’, ‘다채로운 풍경의 땅-터키’ 등이다. 네 번째 부분 ‘바람과 돌과 흙의 시원-시리아’는 중앙아시아 학회서 주선한 여행에 따라 갔다가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담았다. 몽골과 만주는 제자가 인공위성으로 영상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면서 현장 확인과정에서 동행하게 됐다. 이 교수의 중국․몽골 내 개인적 네트워크를 제자에게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관경은 사실 풍경적 의미가 짙다. 현장을 가면 유적을 많이 보지만 유적보다는 유적과 유적 사이 이동하면서 생태경관의 해석이 가능하다. 왜 저런 지역에 유적이 생길 수밖에 없는지, 그 옆의 숲은 왜 형성됐는지, 초지는 왜 생겼는지, 주거지역은 왜 그런 지역에 정착했는지를 살펴야 하는 게 내 전공이다. 난 옛날에 관상공부를 좀 했다. 그런데 경관생태학이 눈에 보이는 것 이면에 깔린 역사와 과정을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더라. 관상보는 것과 유사한 부분이다. 관상은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고, 관경은 경치를 찬찬히 살펴본 뒤 그 뒤에 담고 있는 의미가 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 관경이라고 제목을 정했다.”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여태 몰랐거나 보고도 지나쳤던 이면의 경관생태가 ‘아, 그래서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