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의애기앉은부채
대부분의앉은부채는이른봄에꽃을피우지만
애기앉은부채는여름에꽃을피운다.
원래이름은앉은부처였는데말이변하여앉은부채로되었다.
작고앙증스런모습에저녁햇살이비추자
방긋웃는모습으로우리를맞는다.
그런데우리는뭐가그리바뻐서
미쳐숨도돌리기전에이곳을떠난다.
꽃과얘기를나눌수있는여유가아쉽다.
그래도그모습이렇게잡을수있어좋다.
보면볼수록웃음을자아내는애기앉은부채
멀리찾아온기회가즐겁기만하다.
제왕봉에서선자령을찾아내려가는길이다.
[각시취]
[애기앉은부채]
저녁햇살속의애기앉은부채
아~이렇게반가울수가
애기앉은부채/그리움으로피어나는여름숲속의相思花
이맘때꽃피는식물중에상사화(相思花)라는것이있다.잎과꽃이평생만나지못하므로서로를그리워한다는데서우리말이름이유래한여러해살이풀로서,중국원산이지만불교를따라우리나라에전파되어절집마당에서흔하게볼수있다.우리나라토종식물중에도이처럼잎과꽃이서로만나지않는’상사화’의일종이있는데,흰상사화,개상사화,백양꽃등이그것이다.하지만이들은하나같이수선화과에속하는식물들로서상사화와는가까운친척인셈이다.
수선화과에속하지않는우리꽃중에서잎과꽃이서로만나지못하는또다른’상사화’가있으니,애기앉은부채다.천남성과에속하는이여러해살이풀은설악산,오대산,태백산,월악산,소백산,덕유산,지리산으로이어지는백두대간줄기에자란다.외국에는일본,그것도홋카이도와혼슈에만자라서세계적으로희귀한식물이다.
습기가많은계곡주변의숲속에사는애기앉은부채는눈이채녹기도전에파릇한잎을땅위로피워올리기로유명하다.먹을것없는이른봄에겨울잠에서깨어난곰이이잎을따먹고연명한다고해서,설악산일대주민들은’곰풀’이라부르기도한다.이처럼일찍나온잎은곧길이20센티미터에이를정도로크게성장하여활발하게광합성할준비를마친다.큰키나무들이아직잎을달지않아서햇빛이숲바닥까지잘들어올수있는시기를놓치지않기위한방법을터득하고있는것이다.
그렇게부지런을떨며광합성을시작하여영양분을만들고이를뿌리에저장한후에,6월이되면잎은시들기시작한다.그리고잎이완전히사라진7월이되면아름다운꽃이나뭇잎을뚫고올라와핀다.하지만꽃은어두컴컴한숲속에서,그것도나뭇잎과비슷한짙은자주색으로피기때문에신경을써야만발견할수있다.열매는땅속에반쯤묻힌채로겨울에도성장을거듭하여이듬해여름에어린애주먹만한크기가되어익는다.
그런데,이같은애기앉은부채의생태는사촌뻘인앉은부채라는식물과는참으로대조를이룬다.중부및북부지방,그리고일본,만주,사할린,북미에분포하는앉은부채는이른봄매우일찍잎보다꽃이먼저피며,열매또한그해에완전히성숙한다.지구상에친척이라고는이두종밖에없는데,그둘이달라도너무다른환경에적응하는방법을보여주는것이다.자연에적응하여살아가고,또진화하는생물본래의모습을여기서찾을수있다.
애기앉은부채의꽃을보면’후광을내며정좌한작은부처’의모습처럼느껴진다.그런데왜’부처’가아니라’부채’인지어떤자료를보아도도대체해답을얻을수가없다.이또한생태만큼이나수수께끼같은일이다.<현진오박사>
애기앉은부채는이런모습으로우리를만나게해주었다.
잠깐의만남이이렇게나마음을흡족하게한다.
Together/Giovanni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