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내 이름은 빨강 – 목욕하는 쉬린을 훔쳐보는 휘스레브

"오르한파묵"의이름이주는묵직함

"순수박물관"의인연으로"내이름은빨강"이란작품을읽게되었다.

그것도블로그이웃의배려로…..

[나는죽은몸]

나는지금우물바닥에시체로누워있다.

마지막숨을쉰지도오래되었고심장은벌써멈춰버렸다.(1권p15)

소설의첫줄이주는강렬한끌림의접착제이다.

제목이주는궁금증에첫줄의호기심이발동한다.

[모두가주체]

등장인물들이저마다자신을목소리로자기의속마음을털어놓으며,

죽은자,개,나무,금화,죽음조차도모두제목소리를내며소설의이미지를구체화한다.

이러한구성조차소설의접근에강력하게끌어들인다.

[플롯]

사랑,살인,그림이다채로운색으로다가온다.

[비흐자드의세밀화’유수프의유혹'(1488년)]

헤라트에서술탄후세인미르자를위하여제작함.책표지에있는그림이다.

[그림]

그림은이성의침묵이며응시의음악이다.(1권p110)

그림은이야기에색채를더해아름답게만들어주는것이다.물론이야기가없는그림은상상할수도없지.(54쪽)

"어떤그림의주제가사랑이라면그그림은사랑으로그려져야만하네.고통이라면그그림에서그고통이묻어나와야하지"(133쪽)

우리가이세상을원근법적으로바라보고,사원이뒤쪽에있다는핑계로더러운개나말파리를사원과같은크기로그려서종교를모독하고사원의신자들을비웃고있다고떠들어댑니다.저는밤마다이런말들이떠올라잠을이룰수가없습니다.(142쪽)

왜냐하면그림이란신이세상을어떻게보았는지를찾아내는작업이기때문이다.(273쪽)

우리는사실행복의그림에있는미소가아니라삶자체에서행복을찾아요.(333쪽)

[서양과동양의차이]

서양의화가들이원근법을사용하여

사질적으로대상을재현하여인간중심의세계를추구하였다면

페르시아의옛대가들은높은곳에서아래를내려다보는것처럼

대상을평면적이고투시적으로묘사하여신의관점에서세상을보고자하였다.

우리나라의경우에도김흥도의씨름도에서보듯이원근법이아닌조감도와같은방식으로그렸다.

[PrinceKhusroseesQueenShirinBathing,bySultanMuhammadtoNizam’sromance(KhamsehofNizami),Tibriz,1539]

[목욕하는쉬린을훔쳐보는휘스레브]

책내용에수없이언급되는그림이다.

목욕하는여인을훔쳐보는것

남자들의관음증은예나지금,동양이나서양할것없이모두동일하다.

[신윤복의단오풍정(端午風情)(1805)]

단오날에창포물에머리를감고,그네를뛰며노는여인들의모습을

훔쳐보고있는소년들은젊은스님들은아닌지?ㅎㅎ

[연서]

사랑이사람을바보로만드는걸까요.아니면바보들만사랑에빠지는걸까요?

바보들은언제나자신의사랑이촌각을다투는시급한일이라도되는듯성급하게마음을드러내는바람에상대의손에칼자루를쥐어주지요.영리한연인은결코서둘러반응을보이지않는것입니다.결론은,서두르면사랑의열매가늦게맺는다는것이지요.(1권pp146-147)

나의사랑하는세큐레.나역시수년간오직한사람만을생각하며살았기에당신이남편을기다리고있고,그외에는다른누구도생각하지않는다는것을진심으로이해할수있소.당신같은여인에게정직함과정숙함이외에무엇을기대하겠소?그렇지만내가그림때문에당신아버지를뵈러가는것은당신을괴롭히는것은아니오.그런일은꿈도꾸지않았소.당신으로부터어떤비밀스러운신호를받아용기를냈다고주장하려는것도아니오.창문으로당신의얼굴이햇살처럼환하게비쳤을때,난그것이신이내게주신선물이라는것말고는아무생각도하지않았소.왜냐하면당신의얼굴을보며느꼈던행복감만으로도난만족하니까.그런데도당신은"제게다가오지마세요."라고말하고있구려.그렇다면당신이천사란말이요?그래서당신에게다가가는것이그토록끔찍한일이오?내말을좀들어보오.주인에게희망이라곤없고손님은도망친죄수들뿐인황량하고외딴여관에서나보다더불행한외로운늑대들이울부짖는소리를들으며잠을청하던시절.창문을통해벌거벗은산을비추는달빛을바라보면서나는상상하곤했다오.일전에당신집창문에서보았던것처럼어느날갑자기당신이내앞에나타나는모습을말이오.이제술탄의밀서제작문제로당신아버지를방문한나에게당신은내가어린시절선물한그림을되돌려주었소.그리고난알고있소.그것은당신을되찾았다는징표라는것을.당신의아들오르한을보았소.아버지를잃은가련한아이.내가그애의아버지가되어주고싶소.(1권pp148-149)

그설레이는두근거림을간직하면서….

[내이름은빨강]

색은눈길의스침,귀머거리의음악,어둠속의한개단어다.수천년동안책에서책으로,물건에서물건으로바람처럼옮겨다니며영혼의말소리를들은나는,내가스쳐지나간모양이천사들의스침과닮았다고말하고싶다.나는여기에서당신들의눈에말을걸고있다.이것이나의신중함이다.그리고다른한편동시에나는공중에서당신의시선을통해날아오른다.이것이나의가벼움이다.

나는빨강이어서행복하다!나는뜨겁고강하다.나는눈에띈다.그리고당신들은나를거부하지못한다.

나는숨기지않는다.나에게있어섬세함은나약함이나무기력함이아니라단호함과집념을통해실현된다.나는나자신을밖으로드러낸다.나는다른색깔이나그림자,붐빔혹은외로움을두려워하지않는다.나를기다리는여백을나의의기양양한불꽃으로채우는것은얼마나즐거운일인지!내가칠해진곳에서는눈이반짝이고,열정이타오르고,새들이날아오르고,심장박동이빨라진다.나를보라,산다는것은얼마나아름다운가!나를보시라,본다는것은또얼마나아름다운가!산다는것은곧보는것이다.나는사방에있다.삶은내게서시작되고모든것은내게로돌아온다.나를믿어라!(1권p320,321)

옳긴이이난아는"빨강은변화,죽음혹은신의색이라말한다.

나는변화무쌍함이라말하고싶다.

나의성격테스트상빨간벽지를사용하지말라고들었다.

그만큼빨강은강렬한욕망이아닐까?

Supreme/RobbieWilliams

[행복의조건]

나의모든생애를세밀화에바쳤음에도불구하고,우리화원의옛해라트파거장들이이룩해낸아름다움의경지에는도달하지못했음을나는고통스럽게깨닫고있다.이사실을겸허히받아들여야만삶이쉬워진다.이런겸양이우리에게고귀한미덕이되는까닭은그것이삶은쉽게만들어주기때문이다.(2권p56)

이세상의아름다움과비밀은오직사랑을가지고기울이는관심과다정함에의해드러난다는것을말하지요.행복한암말과종마가사는그천국에서살고싶다면눈을크게뜨고색깔과세부사항들,그리고풍자에주의하여이세상을보시오.(2권p135)

어떤불행한화원에서는마치불행한가정이그렇듯이몇년간수많은사람이다른의견을내놓는바람에행복은조화에서비롯된다는것,조화가행복이라는것을아무도이행하지못한다네.(2권p210)

몇세기동안페르시아시인들은남자의물건을’갈대로만든연필’에비유한것처럼우리여자들의입을왜’물감병’에비유했는지,그리고수없이반복되며실제가잊혀진이비유의배후에무엇이있는지를(입의조그마함?물감병의신비스러운고요?신이화가라는것?)전적으로이해했다고는할수없어요.하지만사랑은자신을보호하기위해계속머리를짜내는저같은사람의논리가아니라,비논리를통해이해될수있는그무엇인것같습니다.(2권327)

내삶의티겁지를조금벗기면황순원의소나기같은순수가조금은남아있다.

아니지금도남아있을까?이다.

작디작은야생화를찾아다니는것도….

“작가는보이지않는금기말할수있어야”(중앙일보2008-05-1301:30)

-현재당신의작품은56개국가에번역·소개돼있다.작품의어떤요소가언어와문화의경계를뛰어넘게끔한다고생각하는가.

"흥미로운건,나라마다많이팔리는작품이다르단사실이다.『내이름은빨강』은한국과중국에서,『눈』은유럽과미국에서많이팔린다.이번에한국에번역된『이스탄불』은이탈리아와스페인에서인기가높다.아마도『눈』은미국이이슬람주의에관심이많아서일테고,『이스탄불』은스페인사람이겪었던어린시절과비슷한내용이나와서일것이다.『내이름은빨강』은한국과중국사람이예술에관심이높아서때문이아닐까?”

기자간담회에뒤이어열린‘황석영과의대담한대담’장은좌석400개가꽉찼다.좌담주제는‘경계와조화’였다.세계변방의두나라,터키와한국을대표하는두소설가의좌담주제로서안성맞춤이었다.

파무크가“작가라면보이지않는경계와금기를말할수있어야한다”고강조하자황석영은“서구가일방적으로던져준규칙과문법에얽매여선우리자신의목소리를낼수없다”고주장했다.

어렵고난해한소설이다.

읽고읽어도제대로이해가힘들다.

그렇지만은유를감상하며읽는재미도솔솔하다.

한번은정독하고,또한번은설렁설렁

읽으면읽을수록좋은,재미있는,흥미있는,소장하고싶은….

그런책이다.

동서양의중간에있는터어키

열강의틈바구니에서이어온우리의역사

오르한파묵이던지는동질의식

전통의소중함이사라지는현실의안타까움

이책의주제가아닐까?

[더살펴보기:순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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