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 유쾌하면서도 가슴 찡한 사연들

며칠전뉴스에서본충청도의어느경로당

경로당앞에서신분증검사를한다.

"나이80차면오세요"하고돌려보내는장면

우리사회의고령화추세를알려주는뉴스였다.

대학로"나온씨어터"를찾았다.

하늘은잔뜩흐렸으나날씨는여름처럼매우푹했다.

티켓을교환하고시간이남아주위를살폈다.

벽에매단화분,길옆의회양목….

아름다운삶속에도노년이라는위험한시기가있다.

명륜동나온씨어터입구이다.

극장이좁아길옆에서기다린다.

[티켓]

오후3시50분

전화벨이울리면웃음이폭발하는그곳으로갔다.

[cast]

좁은지하계단의벽에걸렸다.

자리에앉은후본출입구이다.

4시가넘었는데도출입구가닫히지않는다.

뒷자리에서빨리오라고재촉하는전화소리가들린다.

잠시후두사람이늦게들어와자리를찾는다.

이렇게연극은10분이상이지연되었다.

[무대]

경로당안,조촐한무대이다.

[Synopsis]

주의:아래의글에는스포일러가있습니다!

[전화]

조명이호기심을자극한다.

연극이시작되자모든조명이꺼졌다.

앞에여자의실루엣이나타났다.

끈적끈적한음악이깔리고

몸을꼬며속삭이는폰팅걸

안녕하세요…지금..많이외로우신가요?저지금혼자에요.누군가와서저의이뜨거운몸을부드럽게만져주면좋겠어요.계속통화를원하시면1번을지긋이눌러주시고,통화를원하지않으시면(사이)한번더잘생각해보시고..신음소리가‘우후’하고나면1분지날때마다1000원씩추가되지만,그냥그런거신경쓰지마세요.오직저의이뜨거운몸만생각하며편안하고화끈한시간되시길바래요.외로운오빠들의외로운밤을책임지는“오~빠우~빠와~빠”폰팅클럽….

다른노인들은관광을가고,관절염을핑계로혼자남은능글할머니

경로당전화로폰팅을한다.

옷은평범하고몸은뚱뚱한데

능글맞고애교넘치는목소리

그럼지금어떤자세로전화하는지알려줄래요?

(자신의발가락을만지면서)지금내가내가슴만지고있는데…

폰팅걸을멋지게연기한다.

노인들은화투를치거나장기를두거나수다를떨면서도티격태격다투는가운데

부녀회장의등장하여경로당전화요금을부녀회에서부담하겠다고한다.

그런후전화요금이수백만원이청구되는사건이터져경로당노인들은서로를의심하게된다.

노인들모두전화기를한번씩은써봤고,

의심에처한노인이냉수한컵마신후숨기고싶던자신의상황을털어놓고

자신이범인이아니라는것이풀리면다른노인에게상황이이전된다.

이때풀어놓은얘기가하나같이마음을짠하게한다.

버럭할머니가경로당전화로미국에있는아들에게전화를한다.

들려오는여자목소리

"Thenumberyouhavecalledcouldnotbeconnected.Pleasecheckthenumberandtryagain."

아들의비서가전화를받는데무슨소리인지모른다고아들의전화번호를능글할머니에게건네주고

능글할머니는택배기사에세부탁한다.

결국은아들이가짜전화번호를주었던것이다.

한달후에는미국에갈거라고희망에찼던버럭할머니,하늘이무너지듯땅바닥에주저앉는다.

그런데뒷북할머니가하소연한다.

아이고,그래도할멈은그런애들이라도있으니얼마나좋아.난박복해서자식먼저저세상보냈으니…할멈이부럽구만.애를잃고나니,그런생각이들데.부모한테효도하는건딴거없고,그냥오래살아주는거라고…건강하게오래살아주는거면그게바로효자라고…

그렇다면경로당전화로폰팅을한능글할머니의사연은어떤가?

능글할머니역의연기가제일낫다고생각하는그할머니의폰팅사연은?

내가관절염이심하자녀.물리치료매일받아야하는데비용이만만치않더라고.그래서내가아들놈하고딸년집에전화를했더니,아요것들이자기들도먹구살기힘들다고나를부담스러워하는거있지?그러나욕은하지말더라고.그래도자식인디…근디,그게다가아녀.(울먹이며)아,이싹바가지없는새끼들이나보고통장에돈가진거있으면꿔달라는거있지?나이들면다관절염생기는거라고,금방날거라고하면서나한테서돈이나뺏어가려고하다니.(울다가멈추면서고개를들고)나가그때확실히깨달았어.내돈을모아야겠다고.그래서그냥집에서할수있는걸찾고있었는데,아무슨스포츠신문에그폰팅클럽광고가났더라고.그래서그냥한번해본겨.별거아녀.

할머니들의의심이풀리고폰팅교육장이다.

폰팅교육부장-자부심이대단하며,폰걸에게지원동기를묻는다.

폰걸1-무역회사부도나고,은행지원은실력보다외모에우선이라떨어졌고,옛날에는몸매가있어서

폰걸2-남편월급으로아이들과외비가턱없이모자라취업자리알아봤더니,자격증,애엄마,나이,외모퇴짜

폰걸3-늙은할머니지만능글맞으면서도애교있게지원동기를말한다.

폰팅교육부장이폰걸3에게칭찬하고,교육을시작한다.

우리회사는사실국가에서훈장을받아도마땅한그런회사입니다.

사회가버린수많은외모딸리는여성들을우리가먹여살리고있죠,

술먹고길에서행패부릴남자들집에서얌전히전화하면서외로움해소해주니

국민치안질서에도기여하죠.그러니국가에서저희에게예산지원을해야하는건당연한거아닌가요?

여러분도여기에종사하면서가슴에뭔가자부심을갖고일해주시길바랍니다.

타임이즈머니입니다.

시간을소중히여기라는뜻이아니고우리는사실시간이모두돈이거든요.

즉,통화시간을오래끌면끌수록돈은그만큼더벌게된다는뜻이죠.

현재까지우리회사한달최고기록이장장578시간입니다.

이직원에겐특별보너스로승용차한대를뽑아줬죠.

여러분들도열심히해서그기록을꼭깨길바랍니다.자,그럼교육들어갑니다.

그럼먼저사내들의애간장을녹일콧소리연습입니다.

(콧소리로)“아이히~~아히~아히힝~자,자,자,자기야~~오파~~”자따라해볼까요?

아니아니오..노…‘오빠’아니고‘오파’…아,조금더콧소리를넣어서더닭살돋게해야되요.다시…

할아버지들에게로범인이압축되었다.

할아버지들의사연또한할머니들못지않게마음을짠하게한다.

그려,내말이해할지모르겠지만,난마누라아직도사랑혀.하지만,나도사람이여.가끔외롭고누가내말을좀귀담아들어줬으면할때에는정말힘들었어.근데,지난번,효도관광에가서만난그미시즈킴…그할망구는정말소녀처럼내이야기를열심히들어주더라고.그래서내가여기전화번호알려줬어.그할망구랑전화하면,난나도모르게솔직하게내마음에있는거다말하게되더라고.내말을열심히들어주니까.내가마누라를얼마나사랑하는지도다이야기했단말여.

이제남은한사람,교장선생출신할아버지에게시선이집중된다.

언제나전화에신경많이쓰고,전화벨이울리면제일먼저가서전화를받고,항상전화기근처에있다고하면서

땃짓하는시늉을하면서몰래엿듣는다.

충분히할아버지할머니들의호기심과오해를불러일으킬만한멘트가이어진다.

저,여보슈.여보슈?나야나…그동안보고싶었어.

너무너무보고싶었는데…목소리들으니까참좋다.잘지냈어?

뭐라고?밤새잠을못잤다고?왜?저런…니생각만하면가슴이짠하다.

지하철역에서잤으니오죽했겠니?그래,빚은언제갚을수있는거야?

아,언제까지그렇게숨어다녀야돼?

어제도어떤험상궂은사람이와서너어디있는지말하라고어찌나끈질기게물어보던지…

뭐라고?어딜?어딜다쳤는데?뭐?정말?병원에갈돈이라도있니?

어쩌냐..어떻게하냐.나?내걱정은말어.난매일경로당에서재미있게시간보내고있어.

여기경로당사람들이어찌나친절하고정이많은지.

얘,정말보고싶구나.빨리왔으면좋겠다.

네가없으니집이텅빈것같아집에들어가기도싫어.

혼자밥먹는것도싫구…

통화를몰래엿듣고있던할머니,할아버지들이눈시울을붉히며조용히문을닫고사라진다.

결국폰팅사건은부녀회장이전화국에서알아본결과한밤중에도둑전화를했다는것이밝혀진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은그전화도둑에게편지를쓰기로한다.

각자돌아가며한마디씩편지를채운다.

밤중에도둑전화하려고경로당에몰래들어온사람은다름아닌택배기사한전나

편지를읽는다.

외로운전화도둑에게…

우린자네가왜그랬는지이해할것같네.

혹시자네가이전화를다시사용한다면,

이번엔자네를정말로사랑하고,진심으로따스하게받아줄그런사람과통화하길바라네.

인생은생각보다그렇게긴게아니거든.주어진시간동안아낌없이사랑하기에도시간이충분치않다네.

우린벌써사랑하는사람들을많이떠나보냈지.

그리고조금있으면우리도사랑하는사람들곁은떠날거구.

자네가누군지이름도얼굴도모르지만,자네의외로움만은알것같네.

부디이전화를사용한다면자네를가장사랑하는사람과꼭통화할수있기를바라네.

그럼부디이누추한곳에서편안한하룻밤잘보내길바라면서여기서편지접겠네.

이만…잘있게.

할머니,할아버지들이자식들에게서선물받은아이폰을자랑한다.

교장할아버지가갤럭시탭을허리춤에서꺼낸다.

아하이건"어른폰"이구나!

하하하…

(blockquote부분은시나리오에서따옴)

택배기사가범인이라는반전,그리고아픔을치유하고포용하는사랑

요즘노인들의외로움과허전함을사실적으로잘그린연극이었다.

애잔한사연이흐르고

깔깔깔웃으면서도찐한마음이사슴을파고든다.

아파트이름을영어로길게지은것은노인들이찾아오지못하게한거라나…

노인들도사랑하고싶고,꿈도있고,돈도벌고싶은보통의사람인것이다.

세계에서가장속도가빠른우리나라의노인증가추세

노인복지에대하여깊은관심을가져야할시대이다.

진한연기를한배우들에게박수를보낸다.

나이드신분들은꼭보시길추천하고싶다.

그배우들과기념촬영기회가주어졌다.

1시간40분의연극을보고나오는길

아내가말한다.

"참슬프네요"…

다시금돌아보게하는많은메세지들

중년의가슴에늦가을의바람이스쳐지나간다.

TheChillWind/Llewellyn

오랜만에집사람과함께연극을보고,오붓하게외식을했다.

(사진:2011-11-27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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