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남한산성 (3) – 감국의 향기, 남문의 일몰
[쑥부쟁이]
세월이가면/박인환詩(1956년)/박인희노래
지금그사람의이름은잊었지만
그의눈동자입술은
내가슴에있네
바람이불고
비가올때도
나는저유리창밖
가로등그늘의밤을잊지못하지
사랑은가고
과거는남는것
여름날의호숫가
가을의공원
그벤치위에
나뭇잎은떨어지고
나뭇잎은흙이되고
나뭇잎에덮여서
우리들사랑이사라진다해도
지금그사람이름은잊었지만
그의눈동자입술은
내가슴에있어
내서늘한가슴에있건만
박인환(1926.8.15~1956.3.20)
박인환은시인이었지만,생전에시집이라고딱한권을내었을뿐인무명의시인이었다.
키크고훤칠한멋쟁이였고,술을마시지않고는하루도버티지못했고,
외항선을탄다느니기자를한다느니,서점을차린다느니하며이것저것을하였지만,
딱히잘된일은하나도없었다.
전후얼마지나지않은시절에,
보이는높은건물이라고는명동성당과국립극장정도인명동거리를밤마다헤매이며,
찻집에는만년필을저당잡히고,대폿집에서조차술값이밀려외상으로술을마시며,
댄디즘과자조와,직시하고픈한편으로눈을돌리고싶도록스산한현실의사이를오락가락하며살고있던,
그런어느초봄날저녁에..
명동의대폿집은성이라는곳에서
술을마시다불현듯필이꽂혀박인환이즉석에서시를쓰고
동석한극작가이진섭이곡을붙여만들어졌
함께있던나애심이즉석에서노래를부른세월이가면은
이후현인을거쳐박인희의노래로더유명해졌다.
그는이시를쓰고일주일만에31세로생을마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