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반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몸집이 크고 장대했다. 주로 나이든 사람들이 쓰고 있는데 수염이 흰 사람들은 늙은이이고 수염이 검은 사람은 젊은 사람들 이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그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다른 음식을 먹었다.
아시아나도 알아서 그들의 음식은 따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었다.
중간 간식으로 햄 샌드위치가 나왔는데 그들은 햄을 먹지 않았다.
한번 쓴 털반은 벗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자그마치 12시간이 넘게 걸리는데도 아무도 털반을 벗는 사람은 없었다.
벗었다 다시 쓰는 사람도 없었다. 한번 벗으면 다시 쓰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장시간 한 좌석에 앉아 있다 보니 당연히 잠도 자야 한다.
잠자면서도 털반 만큼은 건들지 않았다. 머리를 잘못 뒤로 기대었다가 털반이 흐트러지기라도 할 까봐 매우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더욱 답답해 보이는 것은 엔터테이먼트를 하나도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털반을 쓰고 있는 관계로 헤드세트를 머리에 얹을 수가 없다.
그래서 털반을 쓴 사람들은 TV나 방송을 들을 수가 없다. 인터테인먼트를 하나도 못보고 그대로 앉아서 꼼짝 안하고 있어야만 하는 그들이 딱해 보였다.
그래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참으로 종교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Silhuette님의 ‘대한항공이 북한영공을 날겠다고?’ 중에서
blogs.chosun.com/silhu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