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본문스크랩]    현직 의사가 고발한 ’30초 진료’ - 나는 암이 고맙다
[본문스크랩]    현직 의사가 고발한 ’30초 진료’
입력 : 2011.11.18 03:03

송윤희 감독 ‘하얀 정글’… 의료비 과잉청구 등 다뤄

한 대학병원 진료실 앞에 카메라를 갖다댔다.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나오는 시간을 초 단위로 쟀더니 첫 환자는 31초, 그다음 환자서부터는 각각 22초, 41초, 29초, 29초, 36초가 걸렸다. 평균 31초. 환자들은 말로만 듣던 ’30초 진료’를 받고 있었다.

현직 의사가 만든 의료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12월 1일 개봉)의 한 장면이다. 산업의학과 전문의 송윤희(32) 감독이 내부인의 시선으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진단하고 일부 병원들의 불합리한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직 대학병원 의사와 업무과 직원 등이 카메라 앞에 등장해 병원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를 남발하거나 부당청구를 하는 사례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장면이 담겼다.

아주대 의대 본과 2학년을 마친 뒤 1년 동안 독립영화워크숍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한 송 감독은 "의료 생협에서 일하는 남편(의사) 때문에 의료 소외 계층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의료시스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영화에는 입원 보증금 2000만원이 없어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백혈병 환자 등 중병에 걸려도 경제적 문제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등장한다.

현직 의사가 한국 병원의 병폐를 고발한 다큐멘터리‘하얀 정글’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병원이 의사들에게 환자 수를 실적으로 여겨 수익을 올릴 것을 요구하는 사례들도 적나라하게 나온다. 한 종합병원에서는 과(課)별로 진료 실적에 등수를 매겨 회의시간에 발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외래 진료 횟수와 총 진료수익 등에 A~C등급을 매겨서 거기에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고, 또 다른 대학병원 의사는 "병원에서는 당일 외래와 그 다음 날 외래 환자 수, 병상 가동률을 매일 문자로 보내며 압박을 준다"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한 의사는 "레지던트 시절 외래를 보면서 수십만원짜리 MRI 오더(order)를 내면 건당 만원씩 받았다. 한순간에 MRI 건수가 늘어났다"고 회고했다.

대학병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았던 박진성씨의 경우 병원이 청구한 3400만원의 치료비가 너무 많다고 생각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했더니, 진료비 절반 이상인 1990만원을 병원 측이 과다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진료비 확인 요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박씨에게 "(암이) 재발해 입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실험상을 수상한 ‘하얀 정글’은 그동안 공동체 상영(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이 모여 단체로 신청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통해 일부 관객들에게 알려지면서 ‘한국판 식코’란 별명을 얻었다. ‘식코'(2008년)는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의료보험체제의 어두운 측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병원협회의 김완배 홍보팀장은 의료비 과다청구와 관련, "진료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전산으로 심사하고 과잉청구가 나오면 삭감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마음대로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들의 인센티브제에 대해서는 "일부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의사들의 태도가 불성실해 이들을 경쟁시키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는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 삼척 출생. 강릉고 졸업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졸업. -1991년 조선일보 입사 -2012년 헬스조선 입사. 現 취재본부장 겸 헬스 편집장(이사)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