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년화(琴瑟年華) – 이상은(李商隱)
琴瑟無端五十絃(금슬무단오십현) : 금슬의 줄이 까닭 없이 오십 줄이랴
一絃一柱思華年(일현일주사화년) : 줄 하나 기둥 하나에 꽃다운 시절이 생각나는데
莊生曉夢迷蝴蝶(장생효몽미호접) : 장자가 꿈 깨어 자신이 나비인가 혼동했고
望帝春心託杜鵑(망제춘심탁두견) : 망제의 춘심은 두견이 되었다네.
滄海月明珠有淚(창해월명주유루) : 창해에 달 밝으니 진주가 눈물을 흘리고
藍田日暖玉生煙(남전일난옥생연) : 따뜻한 날 남전산 옥돌에선 연기가 피어 올랐지
此情可待成追憶(차정가대성추억) :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지나고 보니 추억인데
只是當時已惘然(지시당시이망연) : 그 때는 모든 게 망연했었네.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812~858)의 자전적(自傳的) 시(詩)이다.
46세에 졸(卒)했으니 금슬(琴瑟)의 50현(絃)을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셈이다.
금슬(琴瑟)이란 우리나라의 거문고와 비파처럼 생긴 중국의 현악기인데 연주와 반주를하게 되는 한 쌍의 악기를 말한다. 부부가 잘 화합하는 집을 금슬(琴瑟)이 좋다고 하는 이유는 금(琴)이 연주를 하면 병풍 뒤에서 슬(瑟)이 반주를 하게 되는데 그게 잘어울린다는 의미이다. 그 두 악기의 줄의 합이 50개라는 것이다.
금슬의 50현(絃)은 우리 인생을 말하는 것인지도 몰라
아름다운 선율에서 좋았던 시절이 생각 나는데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처럼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했었고
촉나라의 망제(望帝)처럼 못다 이룬 사랑도 했었지
달 밝은 밤엔 바닷가에 나가 그 정취(情趣)에 눈물도 흘려 봤고
일이 잘 풀릴 땐 미옥(美玉)을 발견한 듯 기쁨도 있었지
돌이켜 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들인데
그 때는 모든 게 허무하다는 생각뿐이었네.
나름대로 이상은의 시를 의역(意譯)을 해 봤다. 호접몽(胡蝶夢)이나 망제(望帝)에 대한 고사를 설명하려면 글이 길어져서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시인들의 정신세계는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한 차원 더 높다. 그게 하늘이 주신 은사(恩賜)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하여 요절(夭折)하는 시인도 있다. 시인의 이상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좌절감 탓이다.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이 시인의 작품도 시대에서 너무 앞서가면 당대에서는 빛을 못 보다가 그의 사후(死後)에야 비로서 그 진가를 알게 되니 그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생활이 궁핍했었다고 한다. 그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어쩌면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굳이 시인이 아닐지라도 노년에는 지난 날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좋은 일, 궂은 일 모두 추억이 되는 것은 그래도 옛날 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면 후일에 다시 이날을 기념할 터인데
어찌 한 순간인들 무심히 보낼 수 있으랴. 2/24/16
핑백: 오늘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면 후일에 다시 기념할 날이 있으리니 [블로그타임스 20160225] - 블로그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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