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Sun Belt.

sun-belt300
음력으로 삼월 삼짇날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 온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름철새이기에 흥부전에도 나온다.

그 제비는 착한 사람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기 위하여 온 게 아니라 기후가 좋고 먹이가 많은 곳에서 번식을 한 다음 월동을 위하여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간다.

미국에서는 제비가 아니라 사람들이 은퇴한 후에는 따뜻한 남쪽으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남쪽을 sun belt라 하는데 북위 36도 이남을 말한다. 산업도시가 대부분 북부에 자리하고 있기에 젊은 시절은 북부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노년에 뇌졸증(腦卒症)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따뜻한 곳에서 사는 것이니 참고해 볼만하다.

나 역시 그들 중의 하나로 필라델피아에서 이곳 죠지아주로 이사를 왔다. 농경사회(農耕社會)에서는 토지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웬만해서는 고향을 안 떠나지만 이민자들은 유목민(遊牧民)들처럼 어디에든 텐트를 치고 뿌리를 내린다.

내가 만난 한인들 중에 처음부터 이곳으로 이민 온 사람은 아직 없었다. 모두 나처럼 타주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다. 그 분들도 이것 저것 다 재보고 왔을 테니 타주 보다는 생활여건이 좋다는 결론이다. 우선은 세금, 집값, 땅값이 싸고 생활필수품들의 가격도 싸다.

이곳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둘루스에서 38마일 거리라서 한인들이 없을 줄 알았었는데 이발소 주인이 한국 여자분이었고 뷰폐식당, 주유소, 세탁소 주인도 한국인이었다. 나야 장사할 일도 없으니 그 분들보다는 장소를 결정하기가 쉬웠었다.

지나다가 For Sale간판이 걸려 있기에 들어가 보니 도(?)를 닦기에 안성맞춤인 야산이라서 뜸들이지 않고 사서 이사를 왔노라고 하니 장사도 다른 지역보다 더 잘 된다고 한다. 이발소 주인은 이발소 두 곳을 운영하다가 다른 곳을 정리하고 이곳에서만 연다고 한다. 식당 주인은 한 시간 반 거리에서 매일 출퇴근을 한다고 하는 걸 보니 그 분들 말대로 장사도 괜찮은 것 같다.

미국남부지방은 한국사람들에게는 아련한 향수가 곁들어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어떤 인연이 있거나 추억이 있었던 게 아니라 학창시절에 배운 오~수잔나, 스와니 강 등등 포스터의 노래들 때문이다. 포스터가 펜실바니아에서 그 곡들을 작곡했으니 미국 남부는 ‘멀고 먼 알라바마 나의 고향은 그곳’도 맞고 ‘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도 맞는다.

스와니 강은 죠지아주 남부에서 발원하여 플로리다를 거쳐서 멕시코만으로 흘러 간다. 이곳에서 150마일을 더 내려가야 한다. 펜실바니아에서 이곳까지 823마일, 차로 13시간의 거리이다. 옛날처럼 마차를 타고 온다면 몇 일은 걸렸을 터이니 정말 ‘머나먼 곳’이다. 위 지도에 파란 줄이 내가 내려온 길이다.

노래  Suwannee River는 플로리다 주가(州歌)이고, Oh Shenandoah는 버지니아의 주가인데 동시에 Carry me back to old Virginny (내고향으로 날 보내주 ) 도 부른다. 테네시는  Tennessee Waltz 또는 Rocky Top, 켄터키는 My Old Kentucky Home, Kansas 는 언덕 위의 집 (Home on the Range), 루이지애나는 You Are My Sunshine 등등 모두 한국사람들에게 친숙한 노래 들이다.

제비처럼 다시 따뜻한 강남쪽으로 왔으니 은연중에 나도 제비가 된 셈이다. 그럼에도 턱시도(tuxedo)가 없으니 제비족은 아니다. ㅎㅎ.
그러나 누가 알랴, 어느 날 박씨 하나 물어다가 선한 사람에게 줄 수 있을지를. 2/25/16

cane0913@hanmail.net

미국의 Sun Belt.”에 대한 10개의 생각

  1. 핑백: 조선미디어 블로그

  2. 벤조

    반갑습니다.
    저는 알라바마에 살아요. 그래서 제 방 이름이 ‘멀고 먼 알라바마’,
    별명은 ‘벤조’, 아이디는 ‘오수잔나’ 입니다. ㅎㅎ
    지금은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즈스탄에 와서 삽니다. 올 여름에 다시 돌아가죠.
    캔톤은 언젠가 지나갔었던 것 같네요.
    친구따라 남쪽으로 오신건가요?

    1. 김진우 글쓴이

      벤조님, 안녕 하세요?
      그러고 보니 제 글에 벤조님의 블로그 사연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이곳에 온 것은 우연히 환자 한 분을 치료하였는데 그 분이 이곳에 사십니다.
      그 인연으로 내 필요조건에 부합되는 장소가 있기에 이사를 하였습니다.

      살다보면 심사숙고를 한 결과에서도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즉흥적인 결론에서도 만족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 현재로는 옳은 결정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반갑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3. dotorie

    10-12년전에 뉴져지에서 조지아로 많이 은퇴가 아니고 생계를 위해 갔는데
    성공한 사람들도 있고 다시 돌아온 사람들도 있지요.
    젊은 나이가 아니고 중년이다 보니 새로 시작한다는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것 같습니다.
    .
    전에 한 티비 프로그램에 FL사는 은퇴한 부부가 에콰도르로 가 사는데
    한 달 7000불이던 생활비가 1700불 밖에 안된다고 해
    스페니쉬를 배우려고 시작했다가 어려워 포기했었습니다^^

    1. 김진우 글쓴이

      애틀란타에서 라티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라티노들이 빠져 나간 후로는 장사가 안 된다고 합니다.

      은퇴후에는 생활비와 환경,
      아이들과의 거리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뉴욕에서 이곳까지 비행기로는 240불 정도하니 그리 먼 곳은 아닙니다.
      방학이 되면 손주들이 와서 지내면 되겠지요.

  4. 비풍초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 멀어져야한다는 부담감이 주거지 이전에 장해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여자들은 수다떨던 이웃들과 헤어져야한다는 것이지요..

    1. 김진우 글쓴이

      생활환경을 바꾼다는 게 쉬운일은 아닙니다.
      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겠지요.
      말씀하신대로 친구들과 떨어지는 문제가 있으나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그리 큰 문제는 안 될 것입니다.

      대신 얻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서 전과 다른 자극을 받게 됩니다.
      은퇴 후에는 건강이 최우선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도움이 됩니다.

  5. 핑백: 조선미디어 블로그

  6. 핑백: 은퇴 후 따뜻한 남쪽으로 이사하는 사람들은 [블로그타임스 20160226] - 블로그타임즈

댓글 종료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