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테마(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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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화 ◦ 시 ◦ 노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사랑이라는 말일 게다.

사랑에 대한 묘사는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집트신화에 비하여 그리스신화는 훨씬 더 인간적인 감정의 표현들이 많다.

아이러니한 것은 신화에서의 사랑은 시작과 끝이 모두 비극이다. 불후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바빌로니아 설화 ‘Pyramus and Thisbe’의 플롯을 차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인간은 모두 사랑을 갈망한다. 베스트 셀러나 명화는 대부분 못다 이룬 사랑이거나 불륜인 것을 보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김수현작가처럼 인륜에 거슬리는 구도적 이야기까지는 아니다. 스토리에 감정이입(感情移入) 이전에 우선 거부반응이 오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영화의 스토리에서 감정이입이 되면 은연중에 본인이 그 주인공이 된다. 왕자가 나오는 스토리에서는 남자라면 자신이 왕자가 되고 여자라면 공주가 되는 그런 현상 말이다. 때문에 옆집 아무개의 불륜과는 다른 기준설정이 되는 것이다.

사랑을 할 때는 통상 부르던 노래가 다 내 주제가(主題歌) 같다는 생각도 들고, 무심히 바라보던 꽃들도 더 아름답게 보인다. 그래서 여성의 최고의 화장품이 사랑이라는 말이 의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인체의 모든 감각기관들이 긍정적인 상태로 변한다고 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동갑끼리의 연애는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하고 제대 후 취직이 될지는 그때 가봐야 아는 실정이었다. 그렇다 보니 여자의 부모들은 딸 자식 처녀귀신을 안 만들려고 결혼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만혼(晩婚)이 대세라서 그 때와는 환경이 다를 것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도 있으니 옛날에도 사랑의 위력은 대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사랑을 잃었을 때의 충격은 그와 비례하여 그만큼 크다.

옛날에 유행하던 팝송 중에 Skeeter Davis 가 부른 The end of the world가 있다. 당신의 사랑을 잃었을 때 세상은 끝이 났는데 어째서 태양은 아직도 빛을 내며 조수(潮水)는 어째서 밀려 오는지 그게 알 수 없다는 내용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살고 싶은 마음까지도 없어지는 게 사랑의 상처이다.

그러나 그런 아픔의 추억도 없는 것보다는 없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랑이라는 걸 해 봤으니 말이다.

몇 해 전에 미국 대법원 판사인 오코너 여사가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중인 남편(78세)을 간호하기 위하여 사표를 냈었다. 그런데 그 남편은 자기 부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더 기막힌 일은 같이 입원 중인 다른 여자환자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실화 영화인 Away from her도 비슷한 내용이다. 치매 요양원에서 환자들끼리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망각의 질병 속에서도 다시 심어 놓는 게 사랑인 셈이다.

상대의 과거나 어떤 타산적인 계산이 배제된 오직 현재의 모습에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이 치매환자의 사랑일 것이다. I love you because you’re you.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라는데 그 보다 더 진정한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하여 일부러 치매에 걸리지는 마시라. 3/15/16
cane0913@hanmail.net


The end of the world

사랑의 테마(Theme).”에 대한 2개의 생각

  1. 데레사

    요즘은 연하의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도 많고 결혼풍속이 많아 달라졌지요.
    어떤식으로든 결혼을 하면 좋은데 우리 아들처럼 독신을 고집할때 부모는
    참 난감하고 속상합니다.

    치매는 걸리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지만
    인생이라는게 희망대로 될리도 없고, 그저 이렇게 저렇게 예방이라는걸
    해 볼뿐입니다.

    감미로운 노래에 취하면서 아침을 열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1. 김진우 글쓴이

      옛날에는 대부분 부인이 한 두살 위였습니다.
      남녀 수명을 놓고 볼 때는 연하 남자가 이상적인데
      그래야 노년에 혼자 사는 기간이 짧아지니 말입니다.

      병 중에 가장 힘든 게 치매인데
      고령사회가 되다 보니 누구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생전에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다 지우고 떠나는 셈입니다.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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