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대로 논다.

brush2글 제목이 욕 같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다. 영어에도 A man is more or less what he looks. 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양 모두 사람의 인상(人相)이 그 행동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이가 환갑이 지난 사람들 대부분은 그 분야의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관상을 볼 줄 안다. 인생 경험에서 얻은 학습효과일 것이다. 물론 보는 이의 주관이 작용하겠지만 보편적으로 일치되는 것들도 있다.

광대뼈가 나온 사람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하관이 발달한 사람은 언변이 좋고, 볼이 발달한 사람은 심술이 있고… 등등. 미국 TV의 Talk Show의 호스트들은 대부분 턱이 길다.

관상이란 잘 생기고 못생긴 것을 따지는 게 아니다. 제갈공명(諸葛孔明)의 부인 황(黃)씨는 천하 박색(薄色)이었으나 지식은 공명과 거의 대등하였다고 한다. 공명의 혜안(慧眼)이 그 진주를 알아보고 부인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림 한 장을 그리는데도 그 용도에 따라 모양이 다른 여러 종류의 붓이 필요하듯이 사람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옳게 채용하여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는 것을 용인술(庸人術)이라 한다. 당연히 기업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고 이병철씨처럼 임원 채용시에 관상쟁이를 배석 시켰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었으니 말이다.

설사 천하에 둘도 없는 재주와 지식을 구비했다 하더라도 사람됨이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그 밖의 것은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 (子曰, “如有周公之才之美, 使驕且吝, 其餘不足觀也已.” / 論語, 泰伯) 논어에 있는 말이다.

독심술(讀心術)을 하는 사람이나 관상쟁이가 아닐지라도 상대의 행동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을 짐작할 수는 있다. 그래서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굳이 친구까지 살필 필요가 없다. 입사원서를 받아 놓고 그 사람이 과거에 쓴 글들을 모조리 색인하여 미리 스크린한다.

노년에 친구를 만드는 것은 기업에서 유능한 직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친구간에는 유/무능을 따지는 게 아니라 나와 일치되는 걸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말처럼 친구간에도 그렇다.

우선은 일상에 대한 소회(所懷)가 나와 비슷하다면 대부분의 화두(話頭)가 일치하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좋은 봄날에 배경음악처럼 친구와 함께 꽃을 꺾으러 산에 가는 것도 좋지 않을는지? 3/23/16

Joan Baez-The Wild Mountain Th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