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季節)도 소리를 낸다.

Four seasons2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때로는 엉뚱한 질문에 답변하기가 어려운 때가 있다. 아이 수준에 맞는 설명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어느 질문엔 정말 답을 모르는 때도 있다.

화창한 봄날 산을 걷다가 문득 계절에 대한 생각으로 자문자답(自問自答)을 해 봤다. 왜 지구는 23.5도 기울어서 자전(自轉)을 하게 만들었는지가 궁금했다. 바비큐를 할 때 고기 뒤집듯이 북반구가 여름이면 남반구는 겨울이고, 반대로 북반구가 겨울이면 남반구는 여름이니 골고루 데우고 식히고를 반복하니 그것도 묘하다.

만약 지구가 30도쯤 기울어서 자전을 한다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위치가 겨울엔 더 추웠을 테고 여름엔 더 더웠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엔 감사할 일들이 많다.

환절기에는 인체의 내분비 계통도 새로운 기후에 적응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가 힘이 부치면 감기나 몸살을 앓게 되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서 새삼스럽게 세월을 실감하기도 하는데 그 계절이 소리를 낸다고 한다.

以鳥鳴春  새로 봄이 소리 내고
以雷鳴夏 우뢰로 여름이 소리 내며
以蟲鳴秋 벌레로 가을이 소리 내고
以風鳴冬 바람으로 겨울이 소리 낸다.

새가 노래한다는 사람도 있고, 운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봄에는 새들이 더 요란하다. 짝짓기를 위해서 필사적이다. 위 글대로 하면 봄이 내는 소리이다.

르네상스 시대엔 기타나 만돌린을 들고 여자의 집 창 아래에서
♪ 창문을 열어 다오, 내 그리운 마리아♪
하면서 Maria, Mari Capua를 부르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물론 마리아 대신 상대 여성의 이름으로 바꿔서 불렀을 것이다.
그 때는 사람도 봄철의 새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나 ‘열무김치 담글 때엔 님 생각이 절로 난다’는 유행가 가사도 있었으니 봄엔 싱숭생숭한 마음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이 열 세 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열여섯 살이었으니 지금 이 나이에 싱숭생숭 하기엔 너무 늦었다. ㅎㅎ

Luciano Pavarotti_Maria Mari Capua.

계절(季節)도 소리를 낸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데레사

    어릴적 시골에 살때는 노고지리 소리도 듣고
    제비가 재재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봄을 맞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새소리를 들을수가 없어요.

    그래도 봄은 좋습니다.

    1. 김진우 글쓴이

      도시에서는 그게 힘들겠지요.
      새 소리도 산책할 때는 좋은데
      새벽 일찍 아침 잠을 깨울 때는 별로 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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