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지아 주에서의 상춘(賞春).

pine pollen Ga

송화(松花)는 다식(茶食)이 연상되었는데 소나무가 많은 죠지아에 와서 살다 보니 송화가 봄인듯하다. 호수나 차들이 온통 송화 가루로 노란색이 되어 버리고, 어떤 땐 산불이 나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처럼 바람에 송화가루가 날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송화가루는 꽃가루 알러지를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남성 호르몬에 좋다 하여 Pine Pollen Powder를 1온스에 45불씩 주고 사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근력이 딸리면 그걸 돈 주고 살 필요 없이 산에 가서 송화가루를 털어다가 먹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진시황이 그것을 알았었다면 솔밭에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50 feet 정도의 큰 나무들을 타고 올라 간 등나무 넝쿨이 퍼플(Purple)색 꽃들을 길게 늘어트리며 피워서 그만한 장관도 없다. 보기에는 아름다우나 넝쿨식물은 타고 올라간 나무를 죽이기 때문에 우리 산에서는 보는 즉시 처리를 해서 그런 게 없다.

넝쿨식물은 땅에서는 꽃을 피울 수가 없다. 그래서 옆의 나무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못하면 지들끼리 줄기 몇 개가 어울려서 새끼 꼬듯이 올라가면서 기둥을 만든다. 그곳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갈등(葛藤)의 의미와는 다른 양상이다.

우리가 봄을 찬미(讚美)할 때 식물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햇볕을 더 많이 받으려는 지상에서의 경쟁, 양분을 더 많이 흡수하려는 뿌리들의 경쟁, 습한 땅을 좋아하는 식물도 있고 건조한 땅을 좋아하는 식물도 있다.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식물도 있고 박토에서만 자라는 식물도 있다.

농경(農耕)이란 사실 이런 식물의 생존경쟁에 인간이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그 작물에 방해가 되는 것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그것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 Permaculture 운동이다.

“Permanent,” “Agriculture,”“Culture.”의 합성어로 1970년 호주의 Bill Mollison이 제창한 자연농법이다.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지형과 토질에 맞게 재배식물을 정하여 잡초 속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꿀벌을 키워서 식물의 수분(受粉)을 돕고, 대기중의 질소를 흡수하여 뿌리에 저장하는 식물을 심어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옆에 있는 다른 식물에 도움을 주게 하는 식이다.

생존경쟁에서 스스로 자란 과일이나 곡식, 채소는 훨씬 더 병충해에 강하고 다양한 영양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급자족의 목적이 아니라면 소출이 적어서 사업적으로는 아직 매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상춘(賞春)을 이야기하다가 글이 딴 곳으로 흘렀지만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천문학에서도 춘분의 태양각을 황도 ‘0’도로 하니 봄은 상징적인 시작뿐만이 아니라 그 실제가 시작이다.

賞春.
素石 김진우.

따사한 봄볕은 꽃을 피우고
송화 가루는 봄맞이 단장으로
호수를 노랗게 물들이는데

북풍한설(北風寒雪)이
언제였던가 기억 속에서 저무네

새로움은 늘 그러하듯이
잠자던 꿈을 다시 일으켜 세우니
이 봄 또한 그러하다.

꿈은 삶의 원동력이다. 새로 시작된 이 절기에 아름다운 꿈을 설계하셔서 금년엔 모두 소원성취 하시기를 빌어 본다. 4/3/16  cane09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