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fallen-blossoms

조지훈 시인의 낙화(落花)가 생각난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에서의 ‘바람’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시속 25마일의 강풍이 불어 대더니 도그우드(dogwood)의 꽃잎이 거의 다 사라졌다. 시인은 바람을 탓하지 말라고 했으나 기왕에 핀 꽃인데 몇 일만 더 참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투정이 생겼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화려한 것도 때가 되면 사라지는 게 정한 이치이련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딱따구리가 와서 집을 짓는 소리가 들린다. 불자라면 목탁소리처럼 들릴 테지만 내 귀엔 목수가 망치질하는 소리 같다. 이 적막강산에 무슨 소리가 나니 그것도 정겹다.

자연은 그렇게 나름대로의 own business 를 하는 셈인데 인간들은 거기에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한다. 알면서도 나 또한 같이 휘둘리고 있는 내 심사도 묘하다.

소나무 묘목 50여 그루를 심었는데 세 그루만 실패하고 나머지는 다 뿌리를 내렸다. 이젠 좀 요령이 생겨서 일도 빨라졌다. 앞으로도 계속 심어 갈 생각이지만 날이 더워지면 성공률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종종 보던 땅벌이 뒤 뜰에 생겨 났다. 내 기억으로는 ‘옷빠시’라고 부른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하교 시에 벌집을 건드려 놓고 도망가면 뒤에 오던 학생들이 벌 때문에 혼비백산(魂飛魄散) 하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하던 개구장이 시절도 생각난다.

자칫 내가 인과응보로 그런 곤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벌집을 없애야 하는데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벌이 드나드는 구멍이 여러 군데가 있는 탓이다.

건너 집이 다시 안 보일 정도로 나무의 새 잎들이 많이 피었다. 꽃 대신 새 잎들이 그 자리를 채우니 역시 봄은 채우는 계절인 것 같다. 봄이시여, 가시더라도 더디 가시라.

낙화(落花) –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에 대한 7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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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njel02

    진우 님 알려주신 방법도 해 보고
    그냥 좋다는 건 나름대로 하면서 늙어 그렇거니
    긍정 적으로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고맙습니다

    1. 김진우 글쓴이

      그렇습니다.
      긍정적인 사고가 치유의 첫걸음입니다.
      우리 인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것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걸 항상성이라고 합니다.

      마음에 비애감이 오면 그게 자칫 우울증이 되기도 합니다.
      신앙 안에서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 하시기를 빕니다.

  3. enjel02

    제목에서부터 공감합니다
    저도 울고 싶어서요
    그러나 꽃은 저도 열매나 잎이 대신해 주지요
    그래서 행복을 찾어보려고 합니다 찾고 싶습니다

    1. 김진우 글쓴이

      엔젤님은 이미 행복을 누리고 계십니다.
      삶이 분주하면 그게 노년의 행복입니다.

      눈은 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현실을 받아 드리며
      요령을 찾아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

  4. 데레사

    개나리, 벚꽃, 살구꽃이 지면서 새롭게 철쭉과 목단이 피어 나네요.
    라이락도 향기를 품고요.

    오랜만에 조지훈 시인의 시를 읽어 봅니다.
    요즘 시인들의 시는 난해해서 옛 시인의 시를 만나면 반가워 집니다.

    1. 김진우 글쓴이

      도로의 환경미화는 한국이 미국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시내에도 가로수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공원관리 예산 책정을 할 때는 공원입구에 카운터를 장치해 놓고
      이용자가 많은 공원에 예산배당이 많이 하게 됩니다.
      세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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