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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田園住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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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의 저택)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전원주택)

신문에서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전원주택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 주택이 세계건축커뮤니티(World Architecture Community)에서 제22회 세계건축상 ‘준공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다. 그 평가기준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건축가가 자신의 기교를 부린 것 일뿐 전원주택의 목적에는 부합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미국에는 전원주택(田園住宅)이란 말 자체가 없다. 한국에서 도시 사람이 자연을 찾아서 시골에 짓는 주택을 의미하는 것 같다.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시골에 가서 초롱초롱한 별을 다시 만나게 되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매 달 찾아 주니 그만한 소득도 없을 것이다.

자연을 찾아 갔으니 당연히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그 속에 들어 가야 한다. 또한 집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안정감을 줘야 하고 내부에서도 창을 통하여 밖의 자연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장씨의 집처럼 외관이 기하학적으로 된 집에서는 안정감을 얻을 수 없다. 또 건물 안에 마당이 있다고 한다. 즉 안 마당만 있다는 말이다.

전원주택의 키 포인트는 조경(造景)이다. 한자 자체로는 인위적으로 만든 경치가 되겠으나 원래 조선의 조경은 일본과 달리 차경(借景)이다. 즉 주변의 경치를 빌려 쓴다는 말이니 주변의 공간과 조화를 우선으로 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큰 바위를 예술적(?)으로 배치를 하고 다 자란 정원수를 심고 하는 형식이다.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경비는 차제하드라도 묘목을 심어 놓고 그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는 재미는 없을 것이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儉而不陋),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華而不侈)”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백제의 궁궐을 평가한 말이다. 이 말은 현대의 주택에도 반드시 적용해야 할 조건이라 생각한다.

에너지 하우스를 연구하며 세계 각국의 주택에 관련된 기사나 자료들을 챙기며 비교분석을 하고 있다. 최소의 면적에서 최대의 효율을 얻기 위하여 수 십 채의 집을 설계하여 컴퓨터로 모의실험(simulation)을 하고 있다.

은퇴 후의 전원주택은 에너지 하우스와 일치되는 요구조건들이 많다. 우선은 실내공간의 낭비가 없어야 한다. 그게 직접적으로 에너지 손실과 연관되기 때문이고 건축주에게는 자재의 낭비로 인한 경비지출을 줄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은 수 백 년 동안 그 지역의 기후와 정서에 의하여 진화를 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유명한 건축가가 특이하게 지은 집들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장동건 부부의 케이스뿐만이 아니라 강원도 산중에서 통 유리창을 달고 카페처럼 지은 주택이나 에너지 하우스라고 창고처럼 지은 부산의 어느 에너지주택 등등 모두 유명 건축가나 대학교수가 지은 집들이다.

그 유명 건축가들은 대부분 주택을 지은 경력이 없고 돈이 되는 큰 건물만 지은 사람들이다. 그러니 주택이 아니라 카페나 리조트의 건물처럼 상업용 건물들을 짓는 것이다. 한국은 수 십 년 동안 아파트 건축에만 집중을 한 연고로 소형주택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다.

주택의 첫째 조건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늑하고(cozy) 편안해야 한다. 특히 침실은 너무 넓거나 천정이 높으면 숙면을 취할 수 없다. 그래서 옛날 임금의 침전(寢殿)은 궁궐의 다른 곳보다 규모가 작았다.

두 번째로는 채광이 좋아야 한다. 풍수지리학 교수라는 모씨 왈 ‘요즘은 난방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북향도 상관없다’ 는 주장을 하나 주택의 채광은 건강에 필수이다.

세 번째로는 건물 자체가 외부와 호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습도조절과 실내공기의 오염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황토벽돌에 대하여 과대평가를 하고 있다. 주택은 목조건물이 가장 친환경적이다.

네 번째로는 주택은 외관상으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택은 좌우가 대칭 (symmetry)된 모습을 한다. 미적(美的)인 관점뿐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건물의 하중(荷重)을 분산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기초를 아무리 튼튼하게 했을지라도 몇 년이 지나면 창틀이 잘 안 맞게 된다.

다섯 번째로는 지붕은 가능한 한 단순(simple) 해야 한다. 여러 구배를 주면 나중에 누수의 문제도 생기지만 그 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애틱(attic)의 열을 배출하는 데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전원주택에 관심이 있는 분은 인터넷에서 House Plan을 색인해 보면 전문적으로 도면만 파는 회사들이 많다. 보통 1,000불 정도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걸 사도 업자들이 이해를 못할 테니 그냥 그것을 스케치하여 내부를 필요에 따라 변경한 후에 업자와 상의를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집의 내부구조는 절대적으로 부인에게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 그 이유는 여자들이 살림에는 남편이나 건축사보다 더 낫고 또 생활 패턴이 가정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구조가 건축비를 상승 시키는지 아니면 내려 가는지 만 건축사들의 자문을 받으면 된다.

내 설계로는 1,436 SF(40.4평)으로 침실 3개, 주방, 거실, 창고, 화장실 2개, laundry room을 만들 수 있다. 또 같은 면적에서 침실 1개와 창고를 빼고 차고(1대)를 넣어도 된다.

기왕에 짓는 집인데 하면서 한 평 두 평 늘리다 보면 집은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그게 결국은 에너지 손실을 더하니 그런 우는 범하지 마시기를 부탁 드리고 싶다.
4/23/16 cane0913@hanmail.net

Over Valley And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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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표준국에서 메릴랜드 주 게이더스버그에 지은 에너지 하우스로 일반 주택과 같은 구조로 지은 후에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여 연구를 하는 test bed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