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채워지는 달이다.

may

5월은 채워지는 달이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엘리옷(T. S. Eliot)의 시 ‘The Waste Land’ 중의 일부이다. 이 시 덕분에 사월은 ‘잔인한 달’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 시를 뒤집어 보면 ‘사월의 찬미(讚美)’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사월은 그렇다 치고, 나는 ‘오월은 채워지는 달’이라 부르고 싶다. 내가 아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산과 들에는 푸른 초목으로 채워지고 그녀의 시에서 나오는 라일락뿐만이 아니라 수 많은 종류의 꽃들이 곱게 피어 나니 그만한 횡재도 없다.

자연은 그 땅의 주인이든, 지나가는 과객(過客)이든 간에 차별을 두지 않고 그 속살을 보여 준다. 좀 거창하게 말을 한다면 그게 박애사상(博愛思想)일지도 모른다.

점심 식사 후에는 운동 겸 낫을 들고 산속으로 들어 간다. 솔밭이 있는데 넝쿨 식물이 소나무를 타고 올라 가는 것을 잘라 내기 위해서다. 칡넝쿨은 하루에 1 미터 자란다고 한다. 산속에서 그걸 다 잘라 내는 데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운동 시간으로는 적당하다.

처음에는 넝쿨식물 때문에 이상하게 뒤틀려서 자란 나무들을 베어 냈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는 주로 이상하게 뒤틀린 나무들을 정원에 심어 놓는 것을 보고 지금은 그런 나무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고 있다. 무엇이든 의미에 따라 해석이 다른 것을 체험한 셈이다.

‘사랑과 재채기는 감출 수 없다’는 말처럼 기쁨이 있는 사람은 세상이 다 즐겁게 보이니 표정이 밝다. 감정의 기복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인식 되듯이, 때로는 환경이 감정을 조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하거나 풍광이 좋은 곳에 가서 기분전환을 하고 온다.

한국도 이젠 생활수준이 높아져서 주로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것 같다. 기왕에 나설 바에는 역사학도가 아니라면 유적지 보다는 풍광이 좋은 곳을 보는 게 에너지 충진에 훨씬 득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목적에서는 국내에도 갈 곳이 많다. 옛날에 민둥산들이 모두 산림이 우거졌고 해변가도 잘 정리 되어 있으니 가까운 친구와 다니다가 마음에 들면 더 머물고 아니면 패스하는 식이 인솔자를 따라 다닌 것 보다는 훨씬 더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수가 좋으면 만선(滿船)이 되어 돌아 온 어선을 포구에서 만날 수도 있다. 그곳에서 싱싱한 생선을 사서 매운탕 집에 가서 끓여 달래서 먹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일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고국에 가서 조선의 김정호가 지도를 그리듯이 서해안을 따라 남해안으로 다시 동해안을 따라서 강원도 꼭대기까지 돌아 볼 생각이다. 5/18/16

신록(新綠) / 素石 김진우.

 

작년 이 맘 때 푸르던 잎
금년에도 역시 푸르른데
익숙한 그 모습이
다시 만난 옛 친구처럼 반갑구나.

 

행여, 사람들이 그대를
新綠이라 부를지라도
서운해 하지는 마시게
그대는 언제나 내 옛 친구이니 말일세.

 

5월은 채워지는 달이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journeyman

    강원도 7번 국도를 따라 770km의 해파랑길이 완성되었다더군요.
    산티아고에 가보고 싶었는데 먼저 여기부터 도전해봐야겠어요.

    1. 김진우 글쓴이

      좋은 생각입니다.
      해파랑길의 체험을 책으로 내 보세요.
      지도만 있는 여행 안내서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습니다.

      770Km의 거리마다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는 중간 중간에 있는 작은 마을 외에는 다 황량한 데저트입니다.

      책이 출간되면 이곳에 안내를 올려 주세요.
      꼭 사서 읽겠습니다.

      늘 건강 하시고 계획하시는 일 모두 성취 하시기를 빕니다.
      좋은 소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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