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편지.

갯벌2

한여름의 편지.

春 ◦ 夏 ◦ 秋 ◦ 冬, 여름은 젊은이들의 계절이다. 작열(灼熱)하는 태양이 그들의 열정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방학이나 휴가시즌이 되기 때문에 젊은 날의 추억의 대부분은 여름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노년에는 기온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탓에 우선은 그 더위를 감내하기에는 체력이 달린다. 물리(物理)의 법칙은 물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도 작용하는 것 같다. 여름에는 늘어지고 겨울에는 움츠러드니 말이다.

그럴지라도 물이 있는 계곡이나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에서 지난 날을 추억하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계곡에서는 어렸을 때 천렵(川獵)을 하던 생각이 날 수도 있겠고, 해변에서는 멀리 수평선 넘어 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아련한 그리움, 거기엔 뚜렷한 대상이 없다. 젊은 날의 꿈일 수도 있고, 또 지난 날들에 대한 아쉬움 등등 모든 게 섞여 있다. 미 동부의 해변은 대서양이기에 그 끝이 유럽의 어디쯤이 될 것이다. 유럽에서 살아 본적도 없으면서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일어나니 그것도 묘하다.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추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실컷 노니노라
그 밖의 일이야 부러울 줄이 있으랴.

윤선도의 시조이다. 당대엔 양반들이나 누릴 수 있는 피서방법이다. 종들은 땡볕에 나가서 구술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달리 생각을 해 보면 이제는 모두 양반이 된 셈이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피서요령이 되니 말이다.

전에 한국에 갔을 때 친구가 우이동의 계곡에 있는 어느 식당에 안내를 했다. 물 가가 아니라 바윗돌로 징검다릴 놓고 실개천 가운데에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음식이나 술 맛이 일품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기에 발상 역시 획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곳 애틀란타 지역은 3개월째 가뭄이란다. 농작물에 피해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 정도의 더위는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연일 섭씨 32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7/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