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가짙게내려있는아침,
작은항구도시를떠나레드우드로들어섰습니다.
JedediahSmithRedwoodStatePark안의
넓고잘닦여진길은
점점숲속깊숙이들어서자좁은비포장도로를달리게되어있었습니다.
마치하늘을찌를듯이쭉쭉뻗어있는삼나무숲,
레드우드숲입니다.
아직은레드우드의정령들이깨어있을시간입니다.
‘아름드리’라는수식어가무색하리만치
덩치좋고키가큰레드우드로숲을이루고있는이곳,
마치거인국에들어와있는것같기만합니다.
삼나무숲에는땅이나무를품고,
레드우드는숲을포용하고,
숲은흙을움켜쥐고있는것만같습니다.
고개를바짝꺽어들고하늘을올려다봅니다.
하지만나무들에가려하늘이잘보이지않습니다.
숲에들어서는순간
숲의이곳저곳에서숲의정령들이날아다니고있을것만같은
신비로움으로가득차있습니다.
가만히숨죽이며살금살금발자욱소리마저죽여가며걷습니다.
땅위에는이미레드우드잎이며
다른나뭇잎들이쌓여있어발자욱소리도잘나지않지만요.
어쩌다if를사용하면서,
만약에내가그렇게했다면,
만약에내가그렇게하지않았다면,
하면서안타까워발버둥치고,
홀로가슴을쥐어짜며보냈던고통의시간들이
수천년동안이곳,
이자리에서버티고서있는
레드우드의장엄한모습앞에서
지금껏살아왔던육십평생의세월의무게는
마치깃털같이가볍게느껴지기만합니다.
그래서숲속길을걸으면서
내마음은점점순해지고
경건한마음까지들었습니다.
저만치앞서걸어가고있는아찌는
어떤생각을하면서걷고있을지궁금합니다.
싱그런이끼와양치류,레드우드의향은
이른아침시간이라더욱진하고
이모든것들을바라보는내가슴은순수하게정화되어가는듯합니다.
숲의향기와신비로움,
그리고사람들이없는고요함이
나를비밀의숲에서마냥걷게하고
그순간에머무르게합니다.
레드우드잎들이마치융단처럼깔린오솔길.
그레드우드나무에도시간의이끼가살며시내려앉아있습니다.
이런오솔길도있고,
이렇게트레일위로
나무들의뿌리가뻗어나온길도있습니다.
이런오솔길을걸을때는더욱조심스럽게걷습니다.
행여나무들이아파할까봐서.
죽어넘어져있는나무위로는
또새로운생명들이꿈틀대고있습니다.
삶과죽음이공존하고있는
비밀의숲,신비의숲에게잠시따뜻한눈길을보냅니다.
언뜻오솔길사이로
아침햇살에반짝이며흘러가는강물을보았습니다.
마냥걷다보니길은
어느사이에SmithRiverTrail로연결되어있었나봅니다.
SmithRiver로내려가강물에손도적셔보고
반들반들닦여져있는자갈돌위에편안히앉아
아찌랑마주앉아서사과를먹었습니다.
아직강가저위쪽으로는
물안개가피어오르고있습니다.
어슴프레비쳐들기시작하는
아침의밝은햇살이숲속으로들어옵니다.
혹브라키오사우르스(Brachiosaurus)를아시나요?
아주아주오래전에
북아메리카서부에서서식했다는데
목이아~주길고선한눈을가지고있다지요.
하루에2톤정도의나뭇잎을먹고살았대요.
어쩌면저비밀의숲속에서는
그브라키오사우르스가아침식사를즐기고있을것만같기도해요.
저커다란레드우드나무뒤에서
그녀석이쏘옥나타난다고해도전혀놀라지않을것같습니다.
아침이면태평양의하얀입김을마시며
수천년의세월을그렇게지켜오고있는레드우드.
하지만나무하나하나에게는
숨겨져있는자랑스런이야기가있을것만같아요.
오레곤코스트의거친바닷바람을온몸으로막고,
비내리는날이많은이곳에서
머리에서부터발끝까지차가운빗물에적셔져도
레드우드숲의나무들은
서로바라보기만할뿐아무말이없을꺼예요.
죽어있는레드우드의뿌리조차화석이되어있는것만같고,
벗은몸으로자기를찾는사람들에게
특별한메세지를전해주고있는것같기만합니다.
신비의숲레드우드.
마치원시림숲같기만해서태고적신비가살아있는곳.
이곳에서서레드우드를바라보기위하여
사흘을달려왔기에
더욱소중해보이는나무들.
그렇게길지않은트레일을한바퀴돌고나오니
스타우드그로브파킹랏에여러대의차들이보입니다.
멀리알라스카에서달려온차도보입니다.
그리고이른아침에는보지못한것들을보고,
듣지못한소리들을듣습니다.
파킹랏주위에는비포장도로에서차들이만들어낸
흙먼지를뒤집어쓰고있는레드우드들도보이고
사람들의말소리,아이들의웃음소리도듣습니다.
이제레드우드비밀의숲은
사람들의관광지로바뀌었습니다.
어쩌면어제낮에작은항구도시에도착하였더라면
저도이레드우드숲을낮에찾아와서
관광지로만보았을것입니다.
하지만어제늦게크레센트시티에도착했기때문에
오늘이른아침에이곳을찾았고,
그래서이레드우드숲은
나에게신비의숲,
숲속에서정령이날아다니는숲으로남았습니다.
그대여,
혹오래된레드우드를만나고싶다면,
경건한마음으로된이숲속을걷고싶다면,
맑고신선한나무의향기와더불어
호젓하고무성한숲속에서
숲속의정령들과이야기를나누고싶다면,
어디론가무작정훌쩍떠나고싶다면,
레드우드를만나러가세요.
이른새벽에
아침안개가채걷히기전에,
레드우드가지에사는올빼미가잠들기전에
비밀의숲으로가보세요.
그곳에서
그대의지쳤던몸과마음은분명히치유될것이고
새로운힘을얻게될것이니까요.
전이곳에다시올것만같은예감이들어요.
그때가언제일련지는모르겠지만요.
온다면4월이나5월,
야생화들이피기시작할때가좋을것같아요.
그때에도안개자욱한새벽에이곳에오겠지요?
그때다시안아줄레드우드큰나무가
나에게어떤비밀을이야기해줄지기대가됩니다.
2014년8월9일(토)
여행셋쨋날에
RedwoodNational&StatePark의
StoutGroveTrail에서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