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중국’과 ‘위협적인 중국’/블로그를 시작하며
저와 중국과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할아버지 방에는 종이실로 엮은 고리타분한 한학 서적이 가득 쌓여있었고,그 어려운 한서들을 할아버지는 노래하듯 술술 읽곤 하셨습니다.
집 기둥과 벽에는 할아버지가 직접 쓴 한시들이 해마다 바뀌어 붙곤 했습니다.
할아버지에게서 천자문을배웠던 기억도 납니다.
담배연기 때문에 싫어했던 한자 배우기가 훗날 영향을 미칠 줄 어린시절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대학시절동양사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어린시절의 경험과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연은 신문사 입사 이후남경(南京)연수와 북경(北京) 근무로 이어졌습니다.
중국에살았던 기간은 4년8개월, 그리고 이따금 중국출장을 통해 중국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흔히 ‘한번 중국에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빼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마치 수렁 같다는 거죠.
중국지사에 근무하다귀임 발령을 받은 뒤사표를 내고 중국에 주저앉은 사업가들을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이 끌어당긴다"거나 "중국이 편하다"고 말합니다.
서울에 들어오면 오히려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확실히 묘한 매력을 지닌 대상임에 틀림없습니다.
중국에서 실패한 사람도 많지만, 대박을 터뜨린 한국인도꽤 있습니다.
또 중국의 역사, 경제, 문화, 음식, 여행…등 중국이 지닌 자원과 잠재력은 그 깊이를 알기 힘듭니다.
양국간 문화의 유사성과상이성은우리들에게묘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최근 중국은 우리들에게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구려사편입시도 등에서 보여지듯이, 중국은 강력해진 국력을 바탕으로’제국주의’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국주의’란 한 나라의정치·경제적 지배권을 다른 민족이나·국가로 확대시키려는정치전략을 말합니다.
중국의 변화는 또한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통해 타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앞으로 이 ‘중화 제국주의’ 혹은 ‘중화 패권주의’와 맞닥뜨리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매력적인 중국’과 ‘위협적인 중국’,
이것은 저뿐만 아니라, 7000만 한민족의 딜레마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한반도에서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우리 한민족의숙명인 지도 모릅니다.
유사 이래 한국이대륙의영향을 받지 않던 때가 얼마나 있었던가요?
다만 있었다면 중국이 문화혁명과 그 후유증으로 허우적댈 때, 우리가 경제개발로 앞서나간지난30여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지금 ‘선발의 효과’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많은 부분에서 한국은 중국에 의해 추월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이지난 10여년 처럼 중국과 ‘대등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지속해 나가려면많은 지혜와 노력이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이나 조직에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깨어있는 정신에 의해 달성될 것입니다.
이작은블로그가 그런 ‘광장’의 하나가되었으면 합니다.
너무 거창해졌나요?.
중국의 문화와 음식,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중국이 계속 ‘매력적인 나라’로 남기를바랍니다.
그리하여 언젠가는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차를 몰고,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심양과 북경, 서안, 돈황, 우루무치까지 여행하며, 그곳에서 중국 친구들과 즐거이 술잔을 드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
2004.8.6.
hbjee (
오옥자 (
한국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