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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박정희와 등소평 - China Inside
박정희와 등소평

박정희와 등소평

최근 중국에서 등소평 탄생 100주년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면서, 중국의 등소평과 한국의 박정희(朴正熙)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발독재의 지도자’라는 전체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세세한 측면에서도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외모가 그렇다. 두 사람은 키가 작고 다부진 인상을 풍겼다. 등소평은 키가 150㎝ 정도 밖에 안되는 단신이었지만, 몸이 단단해 수영의 달인이었다. 검도를 좋아했던 박정희는 165㎝ 정도로 등보다는 10여㎝ 컸지만 남자로서 큰 키는 아니었다.
성격도 두 사람은 수줍음이 많고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다. 최근 인터넷에도 공개되었듯이, 1975년 박 전 대통령이 장모이자 육영수 여사의 어머니신 이경령 여사의 80회 생신 피로연에서 노래할 때 어색해하는 모습에서 그의 소박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산업현장을 방문한 박 전대통령>

두 사람은 또 모두 가난한 농촌 출신이었지만, 배움의 열정이 강했다. 제국주의 침탈로 피폐해진 20세기초 아시아 빈국의 두 청년은 신학문을 배우기 위해 유학(留學)을 택했다. 덩샤오핑은 16세의 나이에 서구 제국주의의 하나인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있던 박정희는 여러가지 동기로 만주의 일본군관학교에 입학했다.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비판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유학은 두 사람에게 세계와 미래를 보는 안목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학업을 마친 두 사람이 선택한 것도 똑같이 군인이었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

지도자가 된 뒤 두 사람이 내건 국가목표도 비슷했다. 두 지도자는 가난을 떨치기 위해 경제개발을 최우선시했다. 심지어 국방조차도 경제의 뒤에 두었다.

박정희는 “잘살아보세” “조국근대화”등의 구호와 ‘1000불 소득, 1억불 수출’이라는 목표로 국민을 움직였다. 박정희를 ‘교사’로 삼은 등소평은 문화혁명이라는 잔혹한 이념투쟁의 광풍을 잠재우고, 1978년부터 “까만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黑猫白猫論)”라는 실용주의로 12억 중국인을 하나로 묶었다.
말이 쉽지, 국가의 흐름을 바꾸고, 국론을 통일하여. 전국민을 역동적인 산업역군으로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발전을 목표로 내건 세상의 지도자들 가운데 실패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또 국론통일조차도 못한 지도자가 얼마나 많은가.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만나는 박 전 대통령>

두 사람의 리더십도 비슷한 데가 있다. 실용주의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란 점이다. 두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분명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또 국가 목표를 밀고가는 추진력과 일관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두 지도자는 민족의식이 강했지만 대외적으로는 유연한 외교를 폈다.
두 지도자 재임 기간, 세계 빈국에 속했던 두 나라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해,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아시아의 4마리 용’이 되었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했다.

공교롭게도 두 지도자는 생존시에나 사후에 정치 민주화를 억압한 ‘독재자’라는 비판도 똑같이 받고있다. 덩은 1989년 중국의 ‘광주사태’라고 불리는천안문(天安門) 사태 당시 무력진압을 명령, 수백명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희생됐다.박정희는 1972년 국회와 정당을 해산하고 계엄령 하에서 유신체제를 선포, 민주발전을 늦추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비슷한 역정을 살아온 두 지도자지만, 말년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덩샤오핑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3세대 지도부에 권력을 이양한뒤, 국가와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부인 줘린(卓琳)과 해로하며 93세까지 장수했다. 그는 권좌에서는 물러났지만, 한동안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면 박정희는 후계자를 찾지못한 채 18년간 권좌에 있다가 1974년 북이 보낸 테러리스트에 부인 육영수(陸英修) 여사를 잃었고, 5년 후에는 자신마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박정희와 등소평, 두 사람을 비교할 때 누가 더 공(功)이 많고, 누가 과(過)가 많을까. 중국 공산당은 1976년 문화혁명이 끝났을 때 모택동(毛澤東)에 대해 공이 70%, 과가 30%라고 명쾌히 평가를 내렸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같은 평가는 박정희와 등소평 두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요즘 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면, 박정희와 등소평은 너무나 다른 평가와 대접을 받고 있다.
덩이 사망한 지 7년째인 올해 중국에서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한창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덩의 고향을 찾아가 동상 제막식을 거행했고, 신문과 방송은 그의 허물보다 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에 바쁘다. 중국의 중앙과 지방의 100겨 TV방송사는 등소평에 관한 10부작 논픽션 드라마 ‘세기소평(世紀小平)’을 일제히 방영했다.

반면 사망한 지 25년이 지난 박정희는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갈수록 푸대접을 받고있다. 이 땅에는 그의 기념관 하나 세워지지 않았고, 과(過)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다. 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해방 후 박정희가 국가에 헌신한 34년의 기간보다 해방전 5~6년에 초점을 맞춰 ‘과거사’를 규명하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있다. 일부 교사와 대학 교수들은 그를 ‘친일파’ ‘독재자’로 깍아내리고, 인터넷에는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으로 매도하는 글이 넘친다.

광복절이 있는 8월, 덩샤오핑의 역사는 국가발전의 기반이 되어 그위에 벽돌이 차곡차곡 올라가고, 박정희의 역사는 망치로부숴져 내리는모습을 목격한다. 국민을 배고픔에서 구한 ‘닮은 꼴’의 두 지도자는, 이렇게 극단의 대접을 받고있다.
/hbjee@chosun.com

8 Comments

  1. 상해독립군

    2004년 8월 26일 at 11:44 오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블로그로 스크랩 해 가는걸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2. 2004년 8월 27일 at 12:55 오전

    박정희 대통령의 글을 2003년 오룬춘족50주년 기념행사에 몇부 인쇄를 해서 가지고
    갔습니다. 1979년 11월로 되어있지만 서거직전에 쓰신 글입니다.
    창조 협동 번영 이제 님의 그 유지를 받들어 생활 하고 있습니다.
    8월22일 등소평기념관싸이트를 들어가 보았는데 정리가 매우 잘 되어 있었습니다.
    3개대표로 계승을 이념화하는 저들에게서 사회주의의 장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대에 꼭 필요한 글입니다.   

  3. 징검돌

    2004년 8월 27일 at 4:33 오전

    지해범 님,좋은 글 감사 합니다. joins.com blog로 퍼 갑니다..괜찮겠죠?…   

  4. 오세윤

    2004년 8월 27일 at 8:44 오전

    그분의 자기희생없이는 지금의 우리나라는 있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걱정이 되는것은 많은 중고생들이 왜곡된 사실을 올바른 사실로 알을까 걱정입니다.
    요즘 살기 어려워서 그분을 다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존경받을 가치가 있기때문에 그분을 떠올리고 있다는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한기철

    2004년 8월 27일 at 10:40 오후

    동감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우리민족도 다소 문제가있는것은 사실입니다
    지 가자님의 글을 읽고나니 문득 박 대통령이 그리워 집니다    

  6. 조형

    2004년 9월 1일 at 7:43 오전

    무게를 가늠하는 저울에도 천평 저울이 있거늘
    요즘은 어찌 치우친 생각만이 판을 치는지 모르겠습니다.
    공70%과30%라는 평가를 공감합니다.
    저라면 공90%과10%라 하겠습니다만…   

  7. 이철민

    2004년 9월 1일 at 6:38 오후

    아니, 제 옆자리에 앉아서 이런 심오한 생각을 하고 계신줄 미처 몰랐습니다. ㅎㅎㅎ   

  8. 권경안

    2004년 9월 2일 at 6:06 오후

    지선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중국책을 펼쳐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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